‘낭만의 야인’ 자처하는 생약채집가

이번 호 릴레이인터뷰의 주인공인 김승태 전 성북구약사회장은 과거 중대 생약연구실에서 동거동락했던 박찬종 약사가 자신에게 바톤을 넘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연신 미소를 지었다. 3년 전 심장판막수술을 받고 약국도 그만 둔 채 야인으로 돌아간터라 잊지 않고 자신을 기억해주는 후배의 마음씀씀이가 고마웠기 때문이다.

김승태 약사와 박찬종 약사는 중앙대 생약연구실에서 처음 만났다. 강릉의 동충하초 전문가인 이승정 약사도 역시 생약반 출신이다.

“당시 은사였던 한덕룡·김일혁 박사는 체험하는 학문의 즐거움을 강조하는 분들이었습니다. 생약채집을 위해 전국의 명산이란 명산은 다 누비고 다녔죠.”

사람 좋아하고 술 좋아하는 후덕한 성격 탓에 대학졸업 후 성북구 장위동에 개업한 약국 또한 일터라기보단 갈 곳 없는 후배들의 사랑방 역할을 할 때가 많았다. 지역 주민들과 남다른 밀착감이 있었고, 단골손님들이 인생상담을 의뢰해올만큼 그 시절의 약국에는 정이 넘쳤다. 낭만시대였다.

“하루종일 막일에 시달리다 늦은 밤 퇴근하면서 소화제나 피로회복제를 사러 들르는 어려운 손님들이 많았죠. 그 한 두명의 손님을 위해 밤 늦게까지 약국 불을 밝혀두곤 했습니다.”

김 약사는 지난해 건강문제로 약국을 그만 둘 때까지 꼭 30년을 개국약사로 살아왔다. 20대에 성북구약사회 개국약사위원장이 된 것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구 약사회, 서울시약사회, 대한약사회 요직을 두루 거쳤다. 한 마디로 개국약사와 약사회의 산 증인이다.

이제 야인이 되어 좀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약사회를 바라볼 수 있게 된 김 약사는 요즘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고 했다. 한의사회와 약대 6년제에 관해 합의를 하면서 한약 조제권을 넘겨 준 일 때문이다.

“물론 약대 6년제는 반드시 실현해야 할 기본명제입니다. 그러나 기초의학의 근간인 생약을 배제하고 약학발전을 논할 수는 없습니다. 의약분업 이후 가뜩이나 좁아진 약사의 영역이 이로 인해 더욱 위축될까 우려됩니다. 6년제만큼이나 생약 연구와 이 분야 발전을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과거 거액의 사기사건으로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 있을 때 입문하게 된 종교는 삶의 고비고비마다 김 약사를 지탱하는 힘이 돼 주었다.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을 해보는 것이 앞으로의 소망이라는 김 약사가 하루빨리 완쾌해 과거의 활력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