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인 전병관 약사가 관내 보건소 의약계장으로 약사회(약국)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정인선 약사에게 바톤을 넘겼다.

정인선 약사(덕성여대 75학번)는 2002년 서울시청에서 ‘새서울 봉사상’을 받았다. 지난 82년부터 20년 동안 모 기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생명의 전화’에서 2천시간 상담으로 봉사한 정 약사의 공로를 기려 서울시가 수여한 것.

지금도 ‘생명의 전화’에서 꾸준히 봉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박봉을 털어 맹아학생·독거노인·소년소녀가장 등 5명에게 달마다 일정액을 생활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것은 중랑구 보건소에 근무할 때 알게 된 이준령 약사(성지약국)에게 영향을 받아서이기도 하다. 이준령 약사가 수입의 10분의 1은 십일조로 하나님께 드리고, 10분의 1은 부모님 용돈으로 드리고, 10분의 1은 후원금으로 기부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도 실천하기로 마음먹은 것.

정 약사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결핵으로 투병하던 아버지를 여의었다.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정 약사는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살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약대를 졸업하고 지난 81년부터 83년까지는 관리약사로, 84년에는 서울 문래동에 약국을 개설하고 경영했는데, 정 약사는 자신의 뜻을 펼치는 것과 현실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음을 절실히 깨닫게 됐다.

마진에 관계없이 내 가족에게 준다는 마음으로 고객에게 최고 제품을 권하는 게 약사윤리라고 생각하고 실천한 정 약사에게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역매’를 권하는 일부 메이커의 손길이 끊이지 않은 것.

그러나 정 약사는 영양제를 찾는 고객에게 고기 많이 드시면 된다고 돌려보내고, 조제로 명성을 날렸는데도 이틀치 이상은 조제하지 않는 등 신념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두통으로 진통제를 입에 달고 사는 부인이 있었는데, 두통이 부부 문제에 따른 것임을 알게 되면서 정 약사는 육체적인 병뿐만 아니라 마음의 병이 있음을 체험하게 됐다.

정 약사는 그 일을 계기로 아세아연합신학대학원에 야간과정으로 개설된 치유선교학과(Healing Ministry)에 입학, ‘Clinical Counselling’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당시 약국 수익은 매약보다 조제서 더 많이 발생했는데, 청계천 공구상가가 이전하면서 조제 고객들이 떨어지게 됐을 뿐만 아니라 개국약사가 맞지 않는 것 같다는 판단에서 정 약사는 관리약사·개설약사 합쳐 5년 개국약사 생활을 접고 91년 약무직 공무원이 됐다.

동부시립병원을 시작으로 강남구 보건소, 중랑구 보건소를 거쳐 2000년 12월부터 노원구 보건소 의약계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정 약사는 보건소를 약국을 공격하는 곳으로만 보지 말고 약국을 돕는 곳으로 열린 마음으로 바라볼 것을 제안했다.

“소장파가 주류로 의약분업을 준비한 대형약국과 노년층이 주류인 소형약국 사이에 갈등이 많다”고 밝힌 정 약사는 실제로 서로 고발하는 등 갈등양상을 보이던 두 약국을 모두 한발씩 물러서게 해 화해를 주선한 사례를 예로 들며 보건소가 공정하고 중립적인 위치에서 약국간 공존을 도와주는 기능을 맡고 있음을 강조했다.

정 약사는 또 공직 약사를 약사회 차원에서 지원해 줄 것을 주문했다.

“IMF 이후 보건소에도 구조조정의 여파가 미쳐 인원이 많이 줄었습니다. 약무직은 그래도 전문성 때문에 약사들이 맡지만 의무직의 경우 행정직도 많이 맡게 됐습니다. 약무직의 약국 단속실적이 좋지 않다며 의무직에게 현장지도를 많이 맡기는 추세인데, 이 분들이 나가면 가차없이 확인서를 발급합니다”

정 약사는 특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약사회나 보건소와 상의하지 않고 다른 수단을 동원하면 오히려 문제를 드러냄으로써 손을 못 쓰는 결과를 부른다”며 문제가 생겼을 때는 약사회나 관내 보건소와 먼저 상의할 것을 강조했다.

임철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