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한약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사람들이 있다. 특별한 교과서도 강사도 없던 시절부터 함께 연구하고 스스로 해답을 찾으면서 약국의 한약을 발전시켜온 사람들이다. 지난번 릴레이인터뷰의 주인공인 강찬구 박사와 이번호 주인공 양덕숙 박사(서광타워약국)는 그 모임에서 처음 만나 친 동기간이나 다름없는 우정을 지속하고 있다. 양 박사는 많은 세월이 지났지만 당시의 열정만큼은 생생히 기억한다고 한다.

양덕숙 박사는 시쳇말로 ‘일 벌리기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것저것 호기심도 많고, 그래서인지 하고 싶은 일도 많다. 지난해에는 덜컥 이화여대 대학원 입학을 결심했다. 중앙대 80학번이니까 꽤나 오랜만에 캠퍼스를 다시 밟는 셈이다. 그것도 약학 관련 학과가 아닌 경영대학원이어서 화재가 됐다. 경영대학원을 선택한 이유는 약국을 하면서 경영 마인드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제 3차 학기를 맞는 양 박사의 학교생활은 즐겁기 그지 없다. 동급생들은 대부분 20~ 30대의 젊은 여학생들이지만 어색함은 전혀 없다고. 젊은 사람들과 호흡을 같이 해서인지 오히려 신세대 생활방식에 익숙하다. 얼마전엔 디지털 카메라도 구입했고, 핸드폰 문자 메시지도 자유자재로 보낼 줄 안다.

“여러가지로 생소한 분야라 공부하기가 무척 힘들죠. 회계 부분은 어찌나 어렵던지 따로 과외를 받아 해결했어요. 그렇지만 경영학을 체계적으로 공부하다보니 약국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우리 약국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하나하나 알 수 있더군요.”

늦깍이 대학원생인 양 박사에게 오르지 못 할 산이란 없다. 오를 수 없다면 깎아서 계단이라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평소 지론이다.

양덕숙 박사는 약국 한약의 체계화에 기여한 인물로 이미 개국가에서는 낯설지 않다. 개국 초창기 시절, 넘을 수 없는 양약의 한계가 못내 아쉬웠던 양 박사에게 우연히 듣게 된 한방강좌는 충격 그 자체였다. ‘바로 이거다’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후 한약학연구회에 참여하면서 고방, 중의학, 사상의학 등 한방의 여러가지 갈래를 꼼꼼이 연구하고 익혔다.

주로 갱년기 여성 환자들이 많이 찾는 서광타워약국은 하루 매출의 30% 이상을 한약이 차지한다. 양박사는 체계적 실험과 검증을 거쳐 자신만의 비방(秘方)을 상품화하는 일도 계획 중이다. 개인의 노하우를 보다 많은 환자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제품화함으로써 약국 한약의 수준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킨다는 생각이다.

“과거에 비하면 요즘은 참 편한 세상이죠. 한약만 해도 제형을 다양하게 해서 얼마나 많은 제품들이 쏟아져 나옵니까? 제약회사에서 완제품으로 출시하는 한방과립제나 엑스제만 잘 이용해도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어요. 한약이란 꼭 탕제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릴 필요가 있습니다. 약사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제품에 대해 연구하면 좋겠어요.”

양 박사는 약국 귀퉁이에 조그만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고 있다. 그 곳에서 차분히 환자들과 상담도 하고 뉴스나 TV 광고를 보기도 한다. TV의 의약품 광고를 챙겨보는 것은 중요한 일과 중 하나다. 환자들이 곧잘 TV 광고를 보고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런 환자들 앞에서 “바빠서 TV를 볼 시간이 없다”는 말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항상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자 는 눈높이 약사의 모습이다.

요즘 취미를 묻는 질문에는 대뜸 ‘복싱’이라고 답해 기자를 당황하게 만든다. “깡패들이나 하는 운동 아니냐구요? 천만에요. 복싱은 단위 시간당 운동량이 많고 몸매도 슬림하게 해주는 좋은 운동입니다.” 미국에 사는 친구의 권유로 처음 시작하게 된 복싱은 이제 양박사의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약사들이 스스로의 건강관리에 소홀해서는 안된다는 충고도 덧붙인다.

서광타워약국은 규모는 크지않지만 각 구성원들이 묵묵히 제 몫을 다 하는 능률적인 일터이다. 그 곳에서 양덕숙 박사는 훌륭한 선장 역할을 해가고 있다. 자신이 경영자임을 항상 잊지않는 자세가 비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