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다각화 ‘발등의 불’로 다가와
최근 서울 강남 인근에 처방전이 거의 나오지 않는 특수 클리닉이 밀집하면서 이 지역 개국약사들이 경영난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의원이 많은 지역에 입주하면 많은 처방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기존의 공식을 뒤집는 것이어서 약국 입주시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 신사동에서 약국을 경영하는 S약사는 “같은 건물에 의원이 서너개나 입주해 있어 처방전을 많이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약국을 옮겼다가 낭패를 보았다”고 토로했다. 한 건물에 위치한 의원들이 대부분 ‘케어’ 중심의 특수 클리닉이어서 처방전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것.
내과는 일반적으로 처방전 발행율이 높은 과목이지만 이 건물에 위치한 내과는 건강검진을 전문으로 하고 있어 경우가 다르다. 고육지책으로 매약과 다각화 상품 판매를 강화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인 처방건수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라 경영상의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논현동에 위치한 대형 메디칼 전문 빌딩의 상황도 예외가 아니다. 이 건물에는 한의원, 치과, 성형외과, 피부과, 재활의학과, 가정의학과 등 모두 6개의 의료기관이 위치해있으나 1층에 위치한 약국이 하루에 조제하는 처방건수는 5,60건에 불과하다.
가정의학과는 비만관리 중심으로, 재활의학과는 혈액 여과를 전문으로 하고 있으며 피부과 또한 가벼운 스킨 케어 위주로 운영되고 있어 처방전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특히 일부 피부과나 가정의학과에서는 자체적으로 건강보조식품이나 화장품을 팔고 있어 경영다각화를 시도하는 약국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개원 컨설팅 사이트인 ‘플러스 클리닉’에 따르면 강남구 지역의 개원대상지는 지난해 11월 116곳, 12월의 146곳에 이어 올해 1월에만 173곳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문제는 강남구에 새로 개설하는 의원 중 상당수가 다양한 진료과목을 표방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질환만을 전문으로 하는 특수클리닉이라는 점이다.
척추질환만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정형외과가 있는가 하면 혈액투석만 하는 내과도 있다. 이밖에 종아리클리닉, 여드름클리닉, 간질클리닉, 수부클리닉, 노화방지클리닉, 유방클리닉, 안면마비클리닉 등 종류도 다양하다.
한 전문가는 “분업 이후 의원 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경영적 측면에서 잇점이 많은 특수클리닉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특히 고급상권으로 불리는 강남지역의 경우가 더 심하며 진료과목도 성형외과나 피부과 등에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강남 등 부유층 밀집 지역의 특수클리닉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신도시의 고급 아파트 단지 등 주택가로까지 확산되는 추세여서 일부 지역의 약국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신규로 약국을 개설하고자 하는 약사들은 인근에 위치한 의원의 숫자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평균 처방전 발행수가 얼마나 되는지 반드시 철저한 스크리닝을 실시해 본 뒤 점포를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요즘 황금입지로 부각되고 있는 메디칼 전문 빌딩에 입주할 때도 반드시 이 점을 유의해야한다.
메디칼빌딩 전문 프랜차이즈인 메디프렌드의 전진표 팀장은 “같은 의원이라도 처방전 발행율이 천차만별인 상황을 고려해 기본적인 매약과 기타 상품의 취급에도 신경을 써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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