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되는 수가인하와 시장개방, 법인약국 허용 등 약업계 대변혁을 앞두고 약국의 미래에 대한 비관적 목소리들이 높다. 과연 약국에게 미래란 없는 것일까? 그러나 현실을 비관하기 앞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마련으로 차곡차곡 내일을 준비해가는 약사들도 있다.

종로5가 미래약국의 최면용 약사(중대약대 79학번)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체의학’ 전문가다. 최약사가 대체의학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제약회사 생산파트를 거쳐 안산에서 약국을 운영하던 5,6년 전의 일. 대체의학이란 당시만해도 생소하기 짝이없는 개념이었으나 자연친화적 방법으로 정통의학의 한계를 보완한다는 독특한 매력이 금새 최약사를 빠져들게 했다.

교과서가 따로 없는지라 인터넷이며 잡지를 뒤지면서 정보를 모으고 스스로 검증하는 작업이 몇 년째 계속 됐다. 특히 공통관심사를 지닌 동료약사들과의 대화가 많은 도움이 됐다고. 이처럼 주경야독하며 쌓아온 지식들이 최근 크나큰 결실이 되어 돌아왔다. 약국체인 리드팜이 실시한 논문공모에서 ‘약국에서의 대체의학 응용 및 활성화 방안’이라는 논문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한 것이다.

“건식 시장은 앞으로 5년 후면 2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입니다. 의약품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어마어마한 규모지요. 그러나 일선 약국에서 이처럼 큰 시장을 눈여겨보지 않는 현실이 안타까워 논문을 쓰게 됐습니다. 조제수익의 하향평준화는 벌써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처방조제만으로는 결코 먹고 살수 없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유일한 대안은 대체의학이 아닐까요?”

최약사의 이론은 종로5가에서 3년째 운영해오고 있는 그의 약국을 통해 고스란히 실천되고 있다. 병의원이 없고 유동인구가 많은 약국밀집지역이라 의약품보다는 생식이나 관절영양제, 철분제, 칼슘제 등이 효자품목 역할을 톡톡히 한다. 자신만의 판매기법을 개발하고 철저한 고객관리를 함께 하면 처방조제에 집착하지 않고도 만족스러운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에 소개된 대체의학의 종류는 50가지가 넘는데 약국의 특성상 이 모두를 적용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그 중에서 건강보조식품, 기능성화장품, 생식 및 선식, 아로마요법, 영양요법, 의료용구 및 의약외품, 인삼제품류, 특수영양식품, 한방요법, 다이어트 등은 약국과 관련도 있고 다양한 형태로 접목해볼 수 있어 권해주고 싶습니다.”

최약사는 상담시 환자에게 요가요법, 명상요법, 음악치료, 카이로프래틱 등 독특한 대체요법을 소개해주기도 한다. 이처럼 환자의 건강에 최적화된 요법을 소개하는 것은 판매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건강관리자로서 약사의 소임을 다하자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쉬운 점은 무한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대체의학에 대한 정확한 분류와 정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제대로 검증도 받지 않은 일부 사이비 업체들이 대체의학 자체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대체의학을 제도권으로 적극 끌어들여 정통의학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함으로써 의료비 절감의 효과를 얻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아직은 열악하기 짝이 없는 교육여건도 문제다.

“현재 대체의학과 관련한 교육과정의 대부분은 제품을 팔기 위해 업체에서 마련한 것으로 일회성이거나 상업적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대학 차원의 체계적 교육과정이 마련되어 수준높은 지식과 정보를 배양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약사회 차원의 뒷받침이 반드시 선행돼야 할 것입니다.”

화장품이나 건식 취급을 악세서리나 부업 쯤으로 생각하는 접근은 대체의학 도입에 있어서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이라고 한다. 생존을 걸고 경쟁하는 화장품전문점이나 건식취급점과 경쟁하려면 그를 능가할만큼의 준비와 열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최약사는 그간의 연구결과를 총정리한 대체의학 지침서 ‘대체의학의 이해’ 출간을 앞두고 있다. 국내에 소개된 모든 대체요법에서부터 약국형 다각화요법 까지 총망라한 이 책이 대체의학에 대한 약사들의 무관심을 바꿀 수 있는 도화선이 됐으면 하는 것이 그의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