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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메디팜 동화약국 정강희 약사
최윤희기자  |  yhchoi@pharm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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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1.10.23  17:3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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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타령 말고 친절로 승부를”
하루 매출 70~80만원대 … 처방전은 고작 20건 안팎


약국문을 들어서면 잘 정돈된 내부모습만큼이나 환한 웃음을 띤 여약사가 환자를 맞이한다. “오랜만에 들르셨네요” 환자는 한두번 반창고를 사러 들린 것이 고작인 자신을 약사가 기억해주는게 신기하고 또 고맙다. “드링크 하나 주세요” 약사는 드링크를 직접 따서 예쁜 크리스탈잔에 담아 건네고, 값을 치르고 약국 문을 나설 때까지 예의 그 미소를 잃지않았다.

강남구에서 메디팜 동화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정강희 약사(38). 어려보이는 외모 때문에 가끔 처녀로 오인받기도 하지만 정약사는 한 자리에서만 11년째 약국을 운영해온 베테랑 개국약사다. 약국경영과 두 아이의 엄마 역할만으로도 힘에 벅찰 만한데 최근에는 약국경영강사, 덕성약대 서울 동문회 임원, 강남구약사회 여약사위원장 등 몇가지 직함이 더 붙었다.

개국가들을 찾아다니며 ‘처방전 없이도 당당하게 약국 할 수 있다”고 외치는 정약사. 꼼꼼하고 꾸준한 상담을 통한 건강보조식품과 화장품 판매가 주특기다. 정약사가 운영하고 있는 동화약국은 그녀의 경영이론을 실천하고 있는 모범케이스나 다름없다. 하루 처방건수는 20건에 불과하지만 매출 70~80만원을 너끈히 해내는 등 분업 이후 매출부진에 허덕이는 동네약국들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팔 수 있는 것은 뭐든지 팔아라
동화약국은 15평 남짓한 전형적인 동네약국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없는 것이 없다. 화장품이나 건강식품은 물론이고 면도기, 염색약, 일회용팩 등 약국에서 취급가능한 거의 모든 품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았다.

“화장품의 경우 대부분 약국이 한두 브랜드만 취급하고 있지만 저희 약국에서는 5종류의 다양한 제품을 구비해놓고, 고객의 취향과 피부상태에 맞춰 권해주고 있지요. 화장품을 취급한지 6년이 넘었는데 이처럼 다양한 브랜드를 취급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화장품을 판매할 때는 구매를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는 상담팁이 매우 중요한데 무엇보다 소비자의 약점만을 들춰내 기분을 상하게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합니다. 피부상태 등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슬쩍 칭찬을 곁들이면 더욱 기분좋은 상담이 되겠죠.”

만성질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건강보조식품의 판매도 짭짤한 수익원. 동화약국의 단골메뉴는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 관련 건식이며 아기자기한 진열 탓에 위생용품을 충동구매하는 고객도 적지않다고.

취급품목을 늘리면 재고부담이 있지않느냐는 질문에 정약사는 “무조건 품목을 늘리라는 것이 아니라 팔릴만한 제품을 갖다놓으라는 얘기”라고 힘주어 말한다.

“약국의 취급품목을 다양화하는 것은 곧 약사의 영역을 넓히는 일이기도 합니다. 화장품 하나를 살때도 전문인인 약사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면 이를 마다할 소비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약사의 업무는 처방조제가 전부라는 생각을 과감히 버려야 약사의 위상도 높아지고 약국도 환자와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고객 분석과 적절한 상담은 필수
동화약국 고객의 대부분은 20-30대 사무직 종사자들이다. 따라서 정강희 약사는 20-30대 주고객들을 위한 나름대로의 노하우들을 비축해두고 있다. 직업의 특성상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은 고객들을 위해 만성피로나 성인병에 적합한 건강상담을 주로 하고 있는 것.

제일 많이 찾는 숙취해소제의 경우도 정강희 약사의 손을 거치면 달라진다. 단순한 숙취해소용이 아니라 술 마시기전에 먹는 약, 마신후 먹는 약 등으로 나누어 판매하면 반드시 다시 찾아오는 환자들이 생긴다. 요즘은 아예 “술마시러가야하니 도시락 싸주세요”하는 환자도 있다고.

상담의 귀재인 정강희 약사도 처음엔 환자 앞에 서는 것조차 두려웠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자칫 실수하지는 않을까’하는 불안감이 있었던 것. 정약사는 꾸준한 연습을 통해 이같은 두려움을 떨쳐버렸다. 한가지 질환을 주제로 선택하고 이에 대한 모범대본을 작성한 뒤 자연스럽게 입에 붙을 때까지 외우고 또 외웠다. 그러면서 얻은 상담팁과 문제점들을 꼼꼼히 정리하다보니 어느새 상담의 귀재가 돼있었던 것. 이제는 개국가를 대상으로 상담판매에 대한 강의를 할만큼 철저한 프로가 됐다. “환자상담에 있어 약사의 아마추어적인 모습은 치명적입니다.”

환자들을 팬으로 만들어라
정강희 약사는 약국에서 불과 1분 남짓한 거리에 살고있지만 단한번도 부스스한 모습으로 약국에 나온적이 없다고 한다. 대충 차려입고 장보기라도 나설 경우엔 아예 다른길로 돌아갈 정도라 하니 고객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진지한지 짐작이 간다.

“항상 단정하게 차려입고, 화장도 깔끔하게 한 뒤 약국에 출근합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지저분한 약사보다는 단정한 차림으로 고객을 맞는 약국을 더 선호하게 되지않을까요? 조제나 상담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고객을 맞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환자가 나를 좋아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진정 효과적인 약국경영비법이 아니겠습니까? 반창고 하나를 사더라도 우리 약국을 찾을 수 있도록 환자를 내 팬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밝은 미소와 정중한 태도,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그래서일까? 정강희 약사는 강남구약사회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이미지 메이킹 강사 박숙진씨를 초빙, 약국가에 친절교육열풍을 주도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심한 불면증으로 병원에서조차 포기한 환자를 꾸준한 상담을 통해 완쾌에 이르게한 일은 정강희 약사가 가장 보람을 느꼈던 사건이다. 지금은 그 환자와 친자매 이상으로 가깝게 지낸단다. 이민을 다녀와서까지 정강희 약사만을 찾는 단골손님도 있다고 하니 가히 정약사의 미소와 친절에 반한 열성팬들이라 할 만하다.

즐기면서 약국을 경영하자
정강희 약사가 주창하는 또하나의 약국경영비법. 지루해하며 약국을 지키지는 말자는 것이다. “하루종일 약국에 앉아있다보면 피곤하고 짜증이 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늘 건강한 모습이어야 할 약사가 피곤하고 지루한 표정을 짓는다면 곧 환자에까지 영향이 미치겠죠. 시간이 날때마다 재충전의 여유를 갖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나홀로약국’처럼 굳이 약국을 떠날 수 없는 경우라면 나름대로의 취미생활을 개발해보는게 좋겠죠”

정강희 약사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골프나 수영 등 운동을 게을리하지않는다. 약국경영에 관한 강의가 있다고 하면 시간, 장소를 가리지않고 쫓아다니는 부지런함도 있다. 스스로 즐기며 약국을 경영하라. 점점 더 치열해지고 복잡해지는 약국환경 속에서 오히려 새겨볼만한 말이다.

안 되는 약국은 다 이유가 있다
“경영강좌를 하면서 많은 개국가를 만났습니다. 약국시설이 아직까지 미비한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약사들의 마인드 부족이라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입지가 어떻고, 처방건수가 어떻고 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정강희 약사는 처방건수가 20건 밖에 안되면 그 환자들만이라도 반드시 우리 약국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하면 되지않겠느냐고 반문한다. 나의 서비스는 반드시 환자의 입을 통해 알려지게 돼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전근대적인 태도와 방식으로 일관하는 약사들이 너무나 아쉽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제가 환자를 대하는 마음은 ‘측은지심’입니다. 나를 찾아준 환자들에 대한 고마움과 진심으로 병이 나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환자를 맞는 것이죠.”

분업의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된 동네약국. 그러나 동화약국이 결코 외롭지않은 것은 정강희 약사의 투철한 경영철학 때문일 것이다. 일본 등 선진국의 약국환경에도 유난히 관심이 많은 정강희 약사는 좀더 실력을 쌓아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약국경영강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분업 이후 수많은 약국들이 처방건수를 쫓아 이전과 개업, 폐업 등을 반복했지만 저는 우리나라 동네약국에 충분한 가능성과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형병원 문전약국으로 옮길 생각은 없냐구요? 나만의 스타일대로 약국을 운영하는 지금이 행복하고 아마 저의 열성팬인 환자들도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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