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유통개혁은 현재 의약분업과 함께 약업계 최대의 관심사가 되어있다. 지난 21일 열린 한국의약품도매협회(회장 이희구) 초도이사회는 바로 이런 사실을 반증이라도 하듯 물류조합과 유통정보시스템에 관련된 제반 문제 검토와 대책강구로 그 포문을 열었다.
지난 17일 기공식으로 실물화 된 당국의 의약품 유통정보시스템 구축은 주문과 공급, 대금지급이라는, "누가 돈의 흐름을 쥐는가"라는 문제에 모든 관련기관이 촉각을 곤두세우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도매협회와 제약협회는 물론 정보센터 구축 전담사업자인 삼성SDS-KT 컨소시엄에게도 앞으로 이 문제는 의약품 유통 헤게모니를 쥐는데 있어 조심스럽고도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쟁점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 문제를 궁극적인 목적에 합당하면서도 업계의 손실을 최소화해 마찰을 줄여보려는 복지부로서는 279억 2천만원의 구축비용이 최대의 딜레마일 수 밖에 없다. 예산상정이 순조롭게 풀려 진행될 경우에도 문제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비용 외에 한국통신의 네트워크 구축비는 여기에 고려되지 않은 금액으로, 이 부담이 어디로 전가될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직접적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정부측은 '의약품 유통개혁'이라는 대전제에 거스름 없는 원칙적인 입장을 표방함으로서 불거져나올 가능성 있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 갈 수 있도록 관련업계가 적극적으로 협조·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도매협회측은 도매 상류기능에 대한 절대보장과 정보센터 구축에 민자유치 개발방식의 가능성마저도 철회하지 않는다면 적극적인 협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뉘앙스로 일변했다. 도매협회 측은 유통일원화의 필요성과 그것이 시대적 대세임은 인정하면서도 주문, 공급, 대금정산 시스템과 관련, 모든 거래내역이 공개되는 "유리지갑化"에 대해서는 여전히 거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는 영업비밀이란 측면에서 일견 고려되야 할 사항이기도 하지만 경쟁사 또한 같이 공개하는 상황에서 치명적인 시스템 구축 반대요인이 되기에는 그 설득력이 약하다.
일단 도매협회 측은 정부사업에 가능한 범주의 모든 협조를 하겠다는 기본입장과 단서조항으로 수용되길 원하는 업권보장의 대전제를 어떻게 조화시키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에 발맞춘 물류조합 및 물류센터 추진을 가속화할 예정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는 협회 소관사업으로 분류하고 적극적인 공세를 취하고 있다. 정보센터의 운영권 귀속여부와 함께 물류센터가 일정대로 추진된다면 유통개혁 최후의 승리자는 한국의약품도매협회가 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여전히 정보센터 구축 개발방식에서 민자유치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은 상태이고 특히 삼성의 의약품 유통시장에 대한 직·간접적 이해관계 등을 고려할때 문제가 결코 단순명료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데는 부정도 긍정도 표명하지 못한 상태에 있다.
유통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반대하지 않지만 새로운 유통질서의 청사진 상, 잃어야 할 것이 많다고 느끼는 기존업계의 시대적 부담은 그동안의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에 의해 자체적으로 진출이 제지되어온 유통업계의 경쟁력 약화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다. 다만 이 문제가 일방적인 한 편의 '이익지키기'나 외부적 교란력에 의한 '물갈이 차원'의 강제적 힘의 재편 차원에서 논의되기 보다는 국민건강과 직결된 의약품 유통이라는 윤리적 시각과 자유경쟁과 무한경쟁의 사회로 진입하는 한국경제의 거시적 시각에서 고려되고 논의되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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