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횡론의 추진자 장의는 위나라 사람으로 소진과 함께 귀곡 선생에게 사사하면서 학술을 배웠는데 소진보다 재능이 뛰어났다. 그러나 아직 벼슬길에 오르지 못하고 있었다. 소진은 이미 조왕을 설득하여 종친할 것을 약속 받은 때였으나 만약 진나라가 조나라를 치게 되면 애써 추진하는 그의 종약 계획이 난관에 부딪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진나라로 하여금 조나라를 치지 못하도록 사전 조치를 해야만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 일을 감당할 만한 사람은 오직 장의뿐이라고 생각한 그는 몰래 사람을 보내어 장의를 부추기도록 하였다.
“당신은 소진과 동문으로 친구 사이가 아닙니까? 지금 소진은 이미 조나라에 등용되어 요직에 있습니다. 소진을 만나보고 당신의 소원을 이루도록 하십시요.”
그렇찮아도 장의는 소진을 만나고 싶어하던 차라 조나라로 가서 소진에게 만나기를 청하였다.
소진은 사전에 수하 사람들에게 장의가 오거든 그를 들여 보내지도 말고 가지도 못하도록 하라고 일러 두었다. 며칠을 만나지 않다가 겨우 그를 만나 보겠다고 하여, 장의를 마루 아래에 앉히고 하인에게 주는 음식을 내어 오게 하고는 장의를 꾸짖었다.
“그대는 그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도 스스로 이러한 모욕을 자초하였으니 내 이제 그대를 왕에게 추천할 수 있겠는가? 그대는 거두어 쓸 만한 사람이 못되네.” 하고 냉정하게 대했다. 이에 분개한 장의는 한탄하였다. 처음 올 때는 그를 친구로 알고 왔는데 이런 모욕을 당하다니, 화가 난 그는 이를 악물었다.
“제후들 가운데 섬길 만한 사람은 없지만 오직 진나라만이 조나라를 괴롭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복수를 다짐하고 장의는 드디어 진나라로 떠났다.
이를 알고 소진은 그의 부하에게 거마와 자금을 두둑히 주어 장의를 수행하게 하였다. 그러나 우연히 장의를 만나 동행하는 것으로 여기도록 시켰다. 얼마후 장의는 진나라 혜왕을 만나게 되었으며 혜왕은 그를 객경으로 삼아 국사를 의논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이르러 소진의 부하가 하직하고 돌아 가려고 하자 “그대의 도음으로 나는 출세하였다. 내 그대의 은공에 보답하려고 하는데 무슨 일로 가려고 하는가?”
소진의 부하는 비로소 비밀을 털어 놓았다. 장의는 소진의 깊은 뜻을 헤아렸다.
“아아 내가 소진의 사려 깊은 술책 속에 있으면서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원망하였구나.”<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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