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신문
인터뷰100세 진짜약
'노인케어'는 약사의 미래자산평생공부는 '약사자존감'을 높이는 핵심연료
이상우 기자  |  law07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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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29  13: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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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의 관심, 노인에게는 또 다른 ‘명약‘

“고령화시대, 노인케어 영역은 약사의 역할이 필수”

 

제 남동생은 세 살 때부터 원인 모를 신증후군을 앓았고, 20년간의 긴 투병 생활로 인해

병원과 약국을 많이 다녔습니다. 그러다보니 저도 어릴 적부터 의약계 쪽으로 막연한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 꿈을 결정할 시기에는 집안의 갈등과 고민이 겹쳐 약학과를 선택하게 되었고 졸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개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제 성장과정에는 환자, 아픔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가족의 고통이 늘 함께 했기에 누구보다 환자분들의 현실을 잘 이해하고, 약사라는 직업은 제게 좀 더 현실적이고 책임감있게 다가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 현재 약사라는 나의 위치에서 환자분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에 대해 항상 고민했으며, 이러한 나의 고민과 진심은 전해질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환자분들을 응대했습니다. 약국을 내 집 안방처럼 편안하게, 환자들에게 웃음과 관심이라는 두 가지 철칙으로 재미있는 약국, 다시 오고 싶은 약국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우리 동네는 부산 구도심이라 특히나 노인분들이 많아 제가 무척이나 노인분들의 케어에 대해 관심을 가졌는데요. 평균 65세 이상 7%일 때 고령화사회, 14%일 때 고령사회, 20%일 때 초고령사회라고 볼 때 한국은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2018년 고령사회, 2026년 초고령사회에 진입 예상하고 있으니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진입속도가 빠르다고 봅니다. 또한 평균수명도 80세에서 100세, 우리가 노인이 되었을 때는 100세에서 120세까지 전망하고 있으니 노인케어의 문제는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급하며 약사의 역할이 중대한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몇 년 전에 겪은 웃픈 사연이 있는데, 어느날 80세가 훌쩍 넘은 단골 할머니께서 먹어서 죽는 쥐약을 두통 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드렸더니 2주 뒤에 아무 소용없다고 불만을 표출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옛날에는 독했는데 환경단체에서 투쟁하다보니 좀 약해졌나 봐요. 쥐약이 효과가 없으니 쥐를 붙이는 거라도 드릴까요?"하고 했더니 할머니께서 인자하게 웃으시며, "어쩐지 효과 없더라. 두통 한 번에 먹었는데 아직도 살아 있잖아..." 그 말을 들은 제가 너무 놀라서 "왜 그걸 어머님이 드셨어요?"하고 물으니 "사는 게 너무 지겨워서... 난 살만큼 살았으니 이제 죽고 싶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환자와 상담중인 이현경 약사(전 우리들약국,부산대약대)

 

저는 그때 침작함을 유지하며 약국에 있던 화분을 하나 드리면서 "어머님 이거 키우세요. 꽃 너무 예쁘죠? 이걸로 낙 삼고 여기에 집중하세요. 이 꽃 죽으면 다시 오세요 다른 화분 드릴게요"라고 말하니 "꽃 예쁘네. 고마워..."하고 나가셨습니다. 그리곤 다시 마주칠 때마다 환자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복지관 주관 노인 행사 등을 추천해 주었습니다. 이 사건은 오래 전 일인데 아직도 할머니 표정 하나하나 생생하게 다 기억나는걸 보면 그때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참 황당하고 슬픈 기억으로 남습니다.

 

정말 놀라운 것은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하게 우리 곁에서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평소에도 ‘죽고 싶은데 용기가 없어서 못 죽겠다’, ‘살고 싶지 않다’ 등 푸념하며 괴로워하는 노인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나이가 들어 몸이 아파서 우울한데 재정적으로도 힘들고, 살만큼 살았는데 더 이상 삶의 낙은 없다며 왜 사는지 모르겠다며 힘들어 하는 경우도 많고요.

 

실제로 우리 사회는 노인과 관련하여 빈곤비율과 자살비율 두 부분에서 OECD 1위인데 특히나 80세 이상부터 10만명당 117명에 달할 정도로 노인자살 비율이 높다하니 이것은 정말 끔찍한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고로 앞으로 증가하는 노인분들의 우울증 및 자살 예방을 위해 환자를 1차적으로 대면할 수 있는 약국이 공공보건을 위해 지역사회에 기여할 일이 너무나도 많을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고령, 초고령사회를 대비하여 약국역시 발 빠르게 변화하고 대비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적으로 궁핍한 노인 및 제도적 취약 계층의 경우, 그들을 위해서 사회적 보호 차원의 배려에서 약국은 동사무소나 사회복지관 및 봉사단체와 긴밀히 연결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할 수 있고 지속적으로 그들을 관찰하여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보를 제공하고 요청하며 그들의 연결고리가 되어야 합니다.

 

또한 의료예방의 관점에 중점을 두어 건강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전반적인 관련 정보를 노인들에게 제공하여 그들이 좀 더 지속적으로 건강하고 여유있게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상담하며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급증하는 노인 비용 부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1차 공공보건기관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한다면 지역사회 주민의 신임을 얻을 뿐 아니라 사회 공공 의료비 부담도 줄어 지역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픈 사람을 주 고객으로 삼는 약국 입장에서는 노인케어가 자산이기도 하기에 노인 증가는 매우 중요합니다. 제가 10년간 상담을 해 본 결과 우리나라 노인들은 아주 건강에 관심이 많고 건강이 재산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약의 주된 구입경로는 약국도 포함되지만 자녀분들의 권유, 선물, 해외구매, TV홈쇼핑, 다단계, 불법경로 등이었고 아주 많은 약을 동시 복용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고 자신에게 필요 없는 약, 피해야 하는 약을 함께 복용하고 부작용을 겪는 경우도 더러 보았습니다. 대개 다수의 노인분들은 ‘이거 먹으니까 좋더라’, ‘낫더라’, ‘유명하더라’ 등등 자신에게 맞고 틀리고를 떠나 유행과 같이 복용을 하며 효과에 비해 아주 고가를 지불하더라도 돈을 아끼지 않는 분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정보가 넘쳐나서 스스로 찾고 연구하는 노인분들도 많고 급증하는 노인의 약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엄청 날 것이라 보아집니다. 처방약에 대한 접근이 안 되어 비교적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자리 일 지라도 할 수 있는 역할은 무궁무진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환자분들 중 특히 노인분들은 아프기 전에 옆집 드나들듯 약국을 드나들며 수시로 자신의 상황을 보고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몸은 정직해서 만성질환과 특정질환으로 가기 전에 감기, 두통, 인후통, 관절통 등 여러가지 징후로 시그널을 보내며 그것이 더 나빠지기 전에 케어하고 상담할 수 있는 게 약사의 위치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약사들은 그들이 복용하고 있는 약들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전문약, 일반약, 건기식, 한약, 음식 식단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상호작용과 부작용등을 케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열려있는 시장에서 약사의 직능은 무한하고 약의 전문가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 제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해 보니 두 가지로 압축되었습니다.

 

첫째, 진심을 다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저의 약국의 신조는 만족이 넘은 감동입니다. 저에게는 단골 노인 손님이 많은데, 어느날 나이가 지긋한 어머님이 백발 머리를 하고는 축 쳐진 어깨로 약국에 들어오셨습니다. "어머님, 이렇게 예쁘신데, 왜 염색을 안하세요? 다른 어머님은 달마다 염색하시는데..."라고 말했더니 할머니가 "다 늙어서 무슨..., 그런데 내가 예뻐?"라고 연신 물으셔서 "네 너무 예쁘세요. 피부도 곱고... 여자는 죽을 때까지 여자라는데 귀찮아도 한번 해보세요. 십년은 어려보이실 것 같아요"라고 했더니 기가 찬 듯 활짝 웃으며 "어 알겠어. 사실 남편죽고 그때부터 안했어. 우울증이야 이게... 예쁘다니 기분 좋네. 고마워"라고 기쁜 얼굴로 나갔습니다.

 

그리고는 일주일 뒤에 검은 머리로 "나 염색했어. 정말 고마워 아무도 그렇게 얘기 안 해줬는데 기분이 훨씬 나아졌어. 그런데 영감이 너무 보고 싶어"하시면서 눈물을 글썽이셨습니다. 그때부터 할머니 인생에 관한 얘기들을 종종 도란도란 나누었고, 그 후 관리 약사님들이 있어도 제게만 꼭 약을 사야한다며 그래야 효과가 있다며 저만 믿고 찾으셨습니다.

 

어떻게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인데 그분에게 필요한 것은 염색약이 아니고, 조그마한 관심이었다는 확신이 듭니다. 작은 애정으로 진심을 전하니 그 분께서도 진심으로 다가왔고, 감동받고 행복해하니 저 또한 기뻤고, 진심으로 저를 믿으니 그 이후에 복약지도나 건기식 상담에서도 아주 좋은 효과를 본 것 같습니다.

 

둘째, 약 가격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약사들은 공부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고 정말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부한 것을 응용하기를 두려워하며, 많은 약사들이 오만원만 넘어가면 비싸다는 인식을 스스로 한다는 것입니다. 약사는 환자분에게 맞는 약에 대한 지식을 전달 해주는 입장일 뿐 그 가격이 합리적인지 비합리적인지에 대한 결정은 환자 스스로의 몫인 것입니다.

 

약사 동료들이 한번씩 ‘넌 어떻게 그렇게 약을 잘 파니?’하고 물어보곤 합니다. 그러면 저는 "나는 약을 파는 게 아니야. 어차피 약이야 동네방네 다 있고, 내가 아무리 많이 설명해도 그들이 받아들일 마음이 없으면 그 지식은 그들에게 소음이고 판촉행위일 뿐이야.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주의 깊게 관찰하며, 식습관 생활습관을 다 따져보고 파악한 뒤에, 현실적으로 가장 적합한 습관을 위한 지식을 제공해 준거라고... 약을 판다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해. 보이는 가격보다 보이지 않는 정보의 가격이 더 값지고 가치가 크다고 봐... 나는 그들에게 건강을 팔고 건강을 컨설팅 해 준거야"라고 대답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노인분들이 "이약 너무 비싼데~"라고 하시면 "제가 보기에는 너무너무 쌉니다. 나중에 병나고 드시면 효과가 적을 뿐만 아니라 지출도 크고 병원 계속 다니고 입원하면 기분도 아주 나빠요. 백배 싼 것 같으니 보약이라 생각하시고 하루도 빠짐없이 드셔보세요. 그 생각 달라지실 거예요~"라고 대답하면 다들 기분 좋게 웃으며 기분좋게 허허 웃으시면서 돌아갑니다. 물론 복약순응도도 높습니다.

 

물론 이 바탕에는 진심으로 노인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간절하고, 그래서 그에 대한 공부도 열심히 합니다.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삼분 스트레칭’, ‘불면에 좋은 478 호흡법’, ‘건강에 유익한 식단법·조리법’, ‘체질에 맞는 운동법’ 등 전반적으로 생활에 알면 유익한 상식들을 노인분들과 공유하기도 하고, 만성질환자나 이유를 알 수 없는 병에 고통받는 분들은 따로 노트에 적어 지속적으로 추이를 지켜보고 관리하기도 했습니다.

 

동네 약국에 사랑방 역할이 필요한 것 같아 노인분들이 앉아서 쉬어갈 수 있는 의자도 만들고, 노인분들을 대신해 택배 및 물건 보관도 기꺼이 해드렸습니다. 비오는 날은 수건과 여분의 우산을 준비해서 맞이했고, 힘들게 사는 분들을 보면 작게나마 도움을 드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진심으로 대하다 보니 제 약국에는 ‘내 자식보다 낫다. 고맙다"고 우는 노인분들이 많았고 그만큼 작고 큰 에피소드들도 넘쳐났습니다.

 

제가 그분들께 드린 것은 단지 조그마한 관심과 애정일 뿐인데 ‘얼굴만 봐도 낫는다’며 연신 인사하시는 것을 보면 약사와 약국은 삶이 애달프고 힘겨운 환자분들께 누구보다 따뜻하게 다가갈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직업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약사라는 직업을 정말 잘 선택 했구나’하는 뿌듯함과 ‘이렇게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될 수 있구나’하는 생각에 정말 가슴깊이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노인분들이 많다보니 매일매일 약국에 들르신 분이 갑자기 오지 않는 경우 주민조회를 해보면 사망으로 확인될 때 허무하고 마음이 아픕니다. 그래서 ‘그분들이 밤하늘의 별이 되었구나’라고 생각하며 별을 향해 기도하고 정든 시간들을 정리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는데요. 살아계실 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도움을 주고 따뜻하게 배려하고 그들에게 작게나마 힘이 될 수 있는 약국을 만드는 것이 건강지킴이로서, 약국장으로서 저의 의무가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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