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이하 건보노조)은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이 매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 지원하는 부담금이 정상적인 관리도 이뤄지지 않고, 집행 투명성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어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심평원은 건강보험진료비와 약제비 심사, 진료비용 적정성 평가를 하는 기관으로 국민건강보험법 제67조에 근거해 임직원들의 인건비 등 관리운영비의 85%를 건보공단으로부터 부담금 형태로 지원받고 있다.

▲지난 10년간 건보공단에서 지급한 심평원부담금 현황(단위: 억원, %) <자료출처: 국회예산정책처>

지난 16년간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출된 심평원 부담금은 총 2조 8225억원에 이르지만 건보법 제33조에 근거한 보험재정에 관련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재정운영위원회’나 ‘공단이사회’가 유명무실해 대부분 복지부 주무부서(건강보험정책국)의 전결로 집행이 이뤄지고 있다. 내년에는 2016년 대비 37.0%가 증가한 4,120억원의 부담금이 계상돼 있다.

심평원은 의정부지원과 전주지원을 작년에 신설한데 이어 내년에는 인천지원을 신설하고 서울, 광주, 의정부지원을 증설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신설과 증설 예산만 600억원 이상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돼 건보공단에 요구할 예산은 4,7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기획재정부가 2017년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중복업무 해소와 건강보험 진료비 청구·심사·지급시스템 개편을 통한 사전적 재정누수방지 대책이 포함된 ‘보건의료분야 기능조정’을 예고한 상황에서 심평원이 사옥신축과 조직 확대를 도모하는 것은 정부정책을 일탈한 방만경영의 전형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건보노조는 “2017년 부담금 4,200억원 역시 세부내역은 부담 주체인 건보공단의 이사회 보고없이 결정됐고, 요청금액을 점검할 기회도 갖지 못한 채 지급해야 한다”며 “국민이 납부하는 건강보험료 재원으로 심평원 부담금이 조성되지만 허술한 법체계와 정책당국의 무관심으로 그 사용내역에 대한 구체적 세부사항을 부담주체인 건보공단이 확인할 수 없는 제도적 허점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심평원이 보험재정을 자신들의 쌈짓돈이나 눈먼 돈으로 여기고, 자신의 역할을 왜곡하는 행태가 지금까지 줄곧 이어져왔다”며 “남은 금액이 생기면 매년 정산을 통해 공단에 반납하도록 돼 있지만 한 번도 이행하지 않다가 국회와 언론의 지적이 잇따르자 작년에 처음으로 반납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심평원은 원주신청사 대금으로 1,600여억원을 건보공단에서 받았음에도 반납 해야할 서초동사옥 매각 대금 938억원을 기타적립금 명목으로 갖고 있다가 논란이 되자 반납했다.

건보노조는 “건강보험법에 명시된 심평원의 업무는 ‘건강보험진료비심사와 의료질 평가’지만 2016년 6월 기준 정원 2,449명 중 실제 심사를 담당하는 직원은 20%인 500명에 불과하고, 질 평가는 224명, 나머지 1,700여명의 직원은 보험자인 건보공단이 수행해야 할 업무인 사후관리, 보장성 강화, 지원업무 등에 투입되고 있다”며 “중복사업과 낭비적 지출 등 심각한 보험재정 누수가 국회 등에서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고 꼬집었다.

건보노조는 “심평원의 급작스러운 몸통불리기가 복지부 일부 관료의 적극적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국회와 언론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심평원이 엄청난 재원이 소요되는 심평원 지원의 신설과 증설을 복지부에 요청하고, 복지부는 오는 20일 이사회라는 형식을 통해 이를 통과시키려 하고 있는데 이는 심평원과 해당 복지부 관료가 이미 사전협의를 다 끝냈다는 의미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건보노조는 “건보공단이 심평원에 관리운영비로 지급하는 부담금은 법에 명시된 보험자로서 가입자의 대리인인 공단에 맡겨진 보험재정”이라며 “허술한 법체계의 대표적 사례로 지적되고 있는 ‘건보법 시행규칙 제38조’는 심평원 부담금에 대한 복지부장관 승인이전에 부담의 주체인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와 이사회의 검토를 받도록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심사평가원의 부담금에 관한 규정을 제정해 보험자인 건보공단이 심평원의 관리운영비 등 부담금 산정에 필요한 자료를 심평원에 요구할 수 있도록 해 투명성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담보하지 못하고 수천 수백억원의 보험재정을 동네 구멍가게만도 못하게 주먹구구식으로 사용하려면 차라리 보험재정을 기금화 하라”고 촉구했다.

건보노조는 “막대한 보험재정을 일부 결탁에 의해 자의적으로 집행해온 파렴치한 관행을 깨고, 보험재정의 투명한 집행을 보장하기 위해 보험급여비와 관리운영비 두 부분에 대해 국회의 감시를 받도록 하는 기금화 문제를 적극 검토해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에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