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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전 국회의원정청래가 말하는 '국회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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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1.29  09:3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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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가 말하는 '국회사용법'

입법은 현실 후행적…"이슈 없어도 자주 만나 소통해야"

   
▲ 정청래 17대·19대 국회의원

● 국회를 사용하라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고 이 헌법 정신에 맞게 법률이 제정된다. 만약 헌법의 하위 개념인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면 위헌소송을 할 수 있고 해당 법률의 헌법 위배 여부는 헌법재판소에서 판결을 한다. 헌법은 130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것을 압축 요약해 놓은 것이 헌법 전문이다.

국회는 법을 만들고 국가 예산을 감시하는 곳이다. 법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수많은 갈등을 해결해 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갈등집합소이자 갈등해결소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 모든 가치와 가치가 충돌하고 이익과 이익이 충돌하는 현장이다.

민주화된 이후의 민주주의 시대에 정치의 주요 기능이 이해와 이해가 충돌하는 것을 균형있게 가르마를 타 주는 일이다. 국회를 국민의 대표기관이자 대의기관이라고 칭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민들 상호간에 이익집단 상호간에 대립하는 가치를 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입법의 주요 기능이라 할 수 있겠다.

● 입법은 현실보다 느리다

그러나 법은 느림보라는 말이 있다. 사회의 어떤 현상이 발생하고 그것을 규제하거나 진흥하거나 하는 조치를 취하게 된다. 물론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예측하고 이에 대비하는 법을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입법은 사전조치보다는 사후 조치에 해당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대체로 국회를 찾아와서 이런 저런 입법 민원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의 경우 이익집단의 대표들이다. 그중에 대한약사회도 포함된다. 사회 변화에 맞게 약사법 개정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게 되고 국회의원들은 그런 민원에 따라 심의를 하게 된다.

그러나 약사법 개정에 대한 반대의견이 꼭 뒤따르게 마련이다. 약사법 개정에 따라 손해를 보는 집단과 단체가 있다면 약사회 못지않게 또 다른 반대 입장에서 국회의원을 상대로 민원을 하게 돼 있다.

정의와 불의의 차원이라면 당연히 정의의 편에 서서 입법을 하는 것이 옳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 정의와 불의에 대한 가치논쟁은 여기서 차치한다. 정의와 불의의 차원을 떠나 이익의 관점에서도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 부분은 이익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입법 심의과정에서 치열한 토론을 하게 된다.

● ‘말’로 싸우는 곳이 국회다

일반 국민들은 국회의원을 만날 때마다 제일 많이 주문하는 것이 “제발 싸우지 마라”다. 그러나 과연 이 말이 맞는 말인지 깊이 생각해 보자. 국회의원이 싸워서 문제인가 아니면 제대로 안 싸워서 문제인가? 국회가 생기기 이전에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칼로 싸웠다. 칼로 싸워서 사람을 베어 쓰러트리고 자신의 이익을 관철했다.

민주주의가 제도적으로 정착하고 말로 싸우자는 것이 국회다. 민주주의 선진국 영국의 의회를 팔러먼트(parliament)라고 한다. 팔러먼트의 어원은 시끄럽게 떠든다(parlia)와 장소(ment)의 합성어다.

즉 국회는 목표치를 관철하기 위해 시끄럽게 떠들고 토론하는 곳이다. 예전에 칼로 싸웠다면 지금은 말로 싸운다는 뜻이다. 세계 주요 국가의 의회에서 제일 시끄럽게 떠들며 싸우는 것이 영국의회다.

영국 의회에서 국회의원이 열심히 싸우는 모습은 BBC에서 생중계를 하고 영국 국민들은 그 장면을 보면서 당선시킬 국회의원과 낙선시킬 국회의원을 고르는데 참고한다.

● ‘입법’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국회를 무조건 비판하고 정치혐오주의에 빠지는 것이 국가발전에도 나의 삶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회 돌아가는 사정을 자세히 파악하고 나의 이익을 위해 기민하게 움직이는 것이 필요하다.

약사들의 권익을 위해 아니면 약사들의 불이익을 최소화하는데 국회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관임은 틀림없다. 법이 어떤 절차를 통해 통과되는지를 잘 알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 약사법 개정안이 있다면 다음 과정과 절차를 거치게 되어있다.

법안이 입법조건을 충족하고 국회 의안과에 접수되면 그 법은 곧 보건복지위에 보내진다. 보건복지위 전체 상임위에 법안이 상정되면 일정한 토론을 할 수 있고 보다 심도 있는 심의를 위해 법안소위로 회부된다.

법안소위는 사실상 실질적인 법통과의 열쇠를 쥐고 있다. 여야 8명 정도의 법안심사 소위위원들이 상임위 전문위원들의 소견을 참고해 가며 조항 하나하나 자구 하나하나를 심사하고 의결한다. 이 법안소위에서 정부 측 인사(차관급)가 반드시 참석해 통과 전 정부 측 의견을 개진한다. 대개의 경우 정부 측이 반대하면 통과되기 어렵고 특별한 경우 정부 측이 반대해도 통과되기도 한다.

법안소위서 통과된 법안은 전체 보건복지위 상임위에 상정되고 법안심사소위원장이 심사결과를 전체 상임위 의원들에게 설명한다. 법안소위에서 여야가 치열한 공방이 있고 조정돼 온 것이기에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만장일치로 통과된다.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은 법체계와 자구가 제대로 되었는지 최종적으로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회부되어 다시 한 번 심사를 받는다. 모든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은 법사위에 회부되어 심사를 받기 때문에 법사위를 상원이라 부른다.

국회법상 법사위는 법체계와 자구심사만을 하게 되어 있는데 법안 내용까지 손보는 사례가 많아 보든 상임위의 원상을 사기도 한다. 법사위원장은 모든 상임위 법을 제동 걸 수 있는 게이트 키핑을 하는 자리라서 매우 중요하다.

법사위까지 통과된 법은 숙려기간(5일)이 되면 본회의에 상정되고 상임위 별로 묶여서 해당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이 제안 설명을 하고 곧바로 표결에 붙여져 찬성, 반대, 기권의 버튼을 눌러 국회의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으로 최종 통과절차를 마친다.

가끔 본회의에 회부된 법안이라도 긴급하게 수정을 요하는 조항이 있다면 수정안(국회의원 30명이상 공동발의)을 제출하고 수정안부터 표결절차에 들어간다.

이런 과정 속에서 제일 중요한 국회의원은 단연 여야 간사 의원이다. 약사법 개정이 사항이 생기면 우선 여야 간사의원에게 입법의 필요성을 객관적인 자료제시와 함께 충분히 설명하고 대표발의 할 국회의원을 물색해야 한다. 대표발의 국회의원이 소위 말해 총대를 매고 통과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힘 있는 의원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 국회의원은 지역유권자 ‘호응’에 민감하다

연예인은 인기를 먹고 살고 국회의원은 표를 먹고 산다. 국회의원 지역구별로 많은 단체와 조직이 있지만 지자체별로 조직화되어 있는 지역 약사회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역 약사회 행사때마다 지역구 국회의원을 초청해 강연을 듣거나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은 해당 지역구 유권자의 호응에 민감하다. 보건복지위 소속 국회의원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 국회의원은 더더욱 칭찬에 싱글벙글 한다. 국회의원은 자신의 의정활동보다 의정보고 활동이 더 중요한 사람들이다. 아무리 일을 많이 해도 지역구 유권자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그만이다.

따라서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조그만 의정활동도 문자 메시지를 통해 수시로 홍보한다. 약사들의 권익을 위해 열심히 일한 국회의원에게는 작지만 정성스런 감사패를 전달해 주시라. 그럼 감사패 받는 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할 것이고 약사회에 더 잘할 것이다.

● ‘이슈’가 없어도 자주 만나라

세상에 공짜는 없다. 약사회의 현안이 있다면 발품을 팔아 국회의원 쫓아다니며 설명할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은 하루에도 열 가지 이슈로 골머릴 앓는 사람들이다. 너무 많은 이슈와 너무 많은 일로 시달리는 사람들이다. 우는 아이에게 젖 준다고 더 크게 우는 아이에게 더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평소에 잘해'라는 말이 있다. 사안이 발생할 때보다 평소에 약사회를 친숙하게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약사회가 활발하게 활동하면 그만큼 비례해서 약사회에 필요한 입법의 성과를 얻을 것이다.

김영란 법의 통과로 국회의원들도 이익단체도 몸을 움츠리고 지레 겁먹고 아예 만남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다. 그러나 공익적 목적의 민원은 김영란법의 처벌 대상이 아니다.

약사들의 권익을 위해서 지역 약사회든 중앙에서 전국약사회든 합법적 공간에서 국회의원을 자주 만나라. 이것 말고 다른 방법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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