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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니즈 파악 출발은 ‘易地思之’“협상 시 상대의 약한 고리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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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7.15  13: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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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잘하는 사람만 아는 설득의 비밀

중요한 협상이나 어려운 부탁이나 누군가를 설득해야 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은 무엇일까? 주위에 있는 사람을 수소문하여 간접적으로 부탁할 수도 있고, 내 어려운 형편을 솔직히 말하고 눈물로 호소해볼 수도 있고, 오랫동안 쌓아온 친분을 내세워 밀어붙이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맞다. 이런 모든 방법이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어려울 때 가장 믿고 기댈 수 있는 게 ‘오랫동안 쌓아온 친분’이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문제, 결정적인 협상에서는 그동안 쌓아온 친분이나 인연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우리가 쌓아온 정과 의리가 있지 않느냐, 잘 좀 봐줘라.” “알다시피 내가 지금 사정이 어렵다. 일이 잘되게 힘 좀 써줘라.”“내가 얼마나 이 일에 적합한지 잘 알지 않느냐. 당신만 믿는다.”

이런 호소가 먹히는 것은 내 경험상 30퍼센트도 채 안 된다.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신세를 많이 진 사람이기 때문에 봐줄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70퍼센트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일 잘하는 사람들은 나머지 70퍼센트의 비밀을 아는 사람들이다. 나는 그 비밀이 역지사지(易地思之), 즉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는 데 있다고 본다.

일을 쉽게 해결하려면 상대방의 급소가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공략해 들어가야 한다. 상대방의 급소를 찾아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역지사지’이다. 즉 상대방의 입장에서 가장 급한 것, 가장 가려운 부분이 어디인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내가 저 사람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나올 것인가? 상대방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가장 절실하게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이런 것을 생각해보고, 이에 따라 협상 카드를 내밀어야 한다.

물건을 파는 영업사원이라면 고객이 원하는 것, 불편한 것을 알아서 그것에 대한 해결 방법으로 내 물건을 팔아야 한다. 가령 재고가 많이 남는 것이 고민이라면 먼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가지고 설득해야 한다.

“다른 약국에서 이미 판매해봤는데 반응이 좋아 재고 남을 새도 없이 다 팔렸습니다. 그래도 걱정되시면 이번엔 한 세트만 들여놓으시고, 다음번에 열 박스 할인 가격에 들여놓으십시오. 수금은 그때 한 번에 하구요.”

이처럼 물건을 팔 때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설명해야 한다. 이 제품을 샀을 때 상대에게 어떤 이점이 있는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 설득을 잘하려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내가 주장하고 싶은 것에만 집중해서는 상대방의 가려운 곳을 긁을 수 없다. 자기가 가진 것,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전에 상대방의 입장을 살펴보고, 어떤 요구를 할지 미리 추측해보라. 

영업뿐 아니라 다른 일에서도 그렇다. 협상이나 계약을 앞두고 있다면 그 전에 상대방이 무엇을 요구할지 그 사람 입장에서 찬찬히 생각해보라. 그러면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주고 나서 받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분명해진다.

내 패만 들여다보고 있다가 상대방이 예상치 못한 요구를 하면 당황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일을 그르치기 쉽다.

 

● 역지사지, 천 년이 지나도 변치 않을 협상의 법칙

10년 샐러리맨 생활을 정리하고 나는 1983년 ‘동부약품’이라는 의약품 유통회사를 인수하면서 사업가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동부약품을 인수한 데 이어 대신약품, 협성약품을 인수하고 우전약품과 병원전문 성창약품을 설립하여 인천 지역의 도매업체를 하나로 통합했다. 그것을 기반으로 전국 10여 개 계열사가 한 식구가 되기까지 인수 합병이라는 어렵고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다.

지금도 내가 자부심을 갖는 것은 인수 합병 과정에서 한 번도 억울하거나 불미스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한 회사가 다른 회사로 흡수되는 데 어찌 모든 게 만족스럽고 기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나는 합병 과정에서 서로 간에 이견을 줄이고 오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했고, 그것은 지오영이 지금까지 제약업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인수 합병 과정에서 내가 가장 역점을 둔 것은 상대 회사의 입장을 이해하는 일이었다. 어떤 이점이 있어야 기꺼이 합병을 하려고 할까? 합병되는 입장에서 마음이 상하는 일은 없을까? 어떤 명분을 내세워야 자존심을 살려줄 수 있을까? 나는 여러 가지 면에서 합병되는 쪽의 입장을 헤아려 보면서 일의 가닥을 잡아나갔다. 

첫째, 한 회사가 합병을 선택할 때는 재정이나 경영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회사 입장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러므로 함께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와 자세를 보이고 실제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보았다.

둘째, 현실적 필요에 의해 합병을 하게 되더라도 명분과 자존심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이것은 또한 내가 생각하는 합병의 목표와도 부합되었다. 명분을 살리기 위해서는 함께 대의에 동의하고 그것을 위해 마음을 모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인수 합병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현재 우리 의약품 유통업계가 처한 현실을 설명하고, 합병의 필요성을 통감하도록 설득했다. 함께 마음을 모을 수 있는 큰 목표가 있으면 작은 차이는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유통업체가 전체적으로 이윤이 너무 적어서 회사가 성장하는 데 어려움이 많지요. 제약 유통업이 못 크는 이유는 규모가 작기 때문입니다. 지금처럼 작은 규모로는 다국적 업체가 들어왔을 때 다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규모를 키워 물류를 자동화하면 비용이 낮아지고 손익분기점도 낮아집니다. 힘을 합해 어려움을 해결해봅시다.”

유통업체를 힘들게 경영하면서도 왜 힘든지 모르고 허덕허덕하다가 이런 설명을 듣고 나면 어느새 다들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그러고 나면 인수 합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아울러 지방 회사 경영권은 지오영과 공동경영 체제로 존중해주는 마음으로 임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매번 나온 것 같다.

우리 회사가 힘이 약해서 큰 회사 밑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자존심 상할 수도 있는 문제지만, 유통업 대형화가 시대적 흐름이고, 우리 회사가 그런 큰 명분에 동참한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기쁘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복잡한 문제도 상대편 입장에서 생각하면 쉽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 상대의 약한 고리를 찾아라

유통회사를 경영하다 보니, 단순히 물건을 많이 파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어떻게 하면 의약품 유통업이 제약업계에서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그런 고민 끝에 1993년부터 2003년까지 10년간 한국의약품 도매협회 회장직을 맡게 되었다. 협회 회장 일을 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협상 능력과 인간관계가 필요해졌다. 병원, 약국, 행정 당국 등을 상대로 소비자와 협회 회원들에게 최선의 이익이 돌아가도록 해야 했다.

나는 협회장에 취임하면서 ‘유통일원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그전에는 소비자와 제약회사 사이에 브로커가 개입하는 일도 많았고, 제약회사가 직접 소비자에게 약품을 공급하는 등 유통 경로가 다양했다. 나는 이렇게 복잡한 유통 체계를 개선하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제약회사의 의약품이 도매업체를 통해 병원으로 유통되도록 일원화한 것이다. 그 이후 도매업체를 통한 유통이 증가하여 당시 30퍼센트 미만이었으나 현재는 78퍼센트 정도 된다.

유통일원화는 국민 건강 면에서나 당사자인 협회 회원들 입장에서나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중요한 문제였지만 오래도록 해결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의약품 유통업계에 몸담은 한 사람으로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보탤 수 있었다는 데 대해 매우 영광스럽고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나는 협회 회장으로서 유통일원화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뛰어다니면서 여러 사람들을 설득해야 했다. 우선 소비자와 직거래를 희망하는 제약회사들부터 설득했다.

“우리 도매업체만을 위해 유통일원화를 하는 게 아닙니다. 그동안 제약회사에서 판촉비로 얼마나 많은 돈을 쓰셨어요? 아마 어마어마할 겁니다. 도매업체에서 유통을 맡아주면 판촉비는 물론이고 물류비도 절감됩니다. 약국이나 병원에서 제품 하나 주문할 때마다 따로 배송하는 것보다 도매업체에 일괄 배송하는 게 훨씬 경제적이죠.”

복지부와 관련 행정 당국에 가서도 우리 입장보다는 유통이 어지러워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 사회적 파장을 먼저 걱정했다.

“제약사와 병원 간의 리베이트 문제에 대해 많은 국민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이번에 해결하지 못하면 언론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고, 그러면 국민들의 원성이 터져 나올 텐데, 결국 일차적 책임은 행정 당국이 지게 됩니다. 유통일원화로 거래를 투명하게 하는 길밖에 답이 없습니다.”

이렇게 상대방의 입장에서 말해주고, 그 내용을 상대방이 주의 깊게 듣는다면 협상은 절반 이상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다음에는 실무 차원의 의견 조율만 필요할 뿐이다.

어렵고 중요한 일일수록 내 것을 주장하기 전에 상대방의 약한 고리에 집중하라. 상대방이 가장 절실하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가장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을 찾다보면 의외로 일이 쉽게 풀린다.

<다음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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