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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라는 이름으로 ‘나’를 브랜딩 하라”위험·손해 감수한 약속 이행이 바로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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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6.29  11: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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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는 브랜드를 관리하라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쉴 새 없이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1974년 여름, 서울 경기 지역에 3~400mm의 큰비가 내린 날이었다. 라디오 뉴스에서는 이번 비가 해방 이후 가장 큰 강수량이라는 속보와 함께 침수 위험 지역의 대피 요령까지 알려주고 있었다.

내가 맡은 관악 지역은 도로가 물에 잠겨 통제된다는 아나운서의 멘트도 나왔다. 거래하는 약국들에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모두 불통이었다. 관악 지역은 산사태 위험이 있는 곳이 많은데 이 비에 어떻게 하고 있는지 슬슬 걱정이 밀려왔다.

마침 시흥 달동네에 있는 한 약국을 방문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쉴 새 없이 퍼붓는 비 때문에 도로도 물에 잠기고 차편도 없었다. 할 수 없었다. 걸어서라도 가보기로 했다. 약속도 약속이지만 약국에 물이 들어차 있거나 산사태라도 당했다면 얼마나 걱정스러울까, 나라도 가서 돕자는 마음이었다.

장대비를 뚫고 걸어서 약국 근처에 도착했으나, 산사태 위험이 있다며 경찰이 동네 입구에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출입을 막고 있었다. 나는 바리케이드를 피해 길을 돌고 돌아 기어이 약국에 들어섰다. 약사는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어? 세상에, 이 비에 어떻게?”

다행히 약국에 별다른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워낙 큰비라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고립되어 있던 중에 찾아가니 무척이나 놀라고 반가웠을 것이다. 그 약사는 이후 나를 절대적으로 신뢰해주었다.

그날 그 약사는 수금 몇 푼 받으려고 내가 그곳까지 왔다고 생각했을까? 아닐 것이다.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내 의지를 확인했을 것이고, 위험 속에서도 자신을 걱정해준 내 마음을 알아챘을 것이다.

편하고 쉬운 상황에서는 누구나 신뢰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위험을 무릅쓰거나 손해를 감수해야 할 때 믿음직한 행동을 보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 상대의 진심을 확인하고 나면 평생 함께 가는 사이가 된다. 이렇게 깊은 신뢰관계는 기적과도 같은 성과를 만들어낸다.

 

● 처음 만난 고객과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법

영업에서 새로운 지역을 개척할 때는 처음부터 신뢰관계가 형성되기 어렵다. 서로를 겪어보지 않아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하는데 신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서울약품 영업소장으로 남대문과 종로를 새로 개척하면서 나는 신뢰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남대문과 종로는 도매를 겸한 대형 약국이 즐비한 약국의 메카로서 제약 영업에 있어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하지만 서울약품은 아직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있었다. 회사 입장에서도 중요하지만, 자존심 있는 영업인으로서 나 개인적으로도 이 지역에 서울약품의 깃발을 꽂아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영업에 한참 재미를 느끼고 자신감도 하늘을 찌를 때라 내 장점인 친화력을 앞세워 당당하게 제품을 알리기 시작했다. 의외로 성과가 좋았다. 남대문, 종로의 약국들은 도매상을 겸한 대형 약국이라 동네 소규모 약국의 약사들보다 사업가적인 기질을 지닌 사람이 많았는데, 그런 점이 혈기왕성한 20대 청년인 나와 잘 맞아떨어진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간에 동질감을 느끼고 인간적으로 친해지자 주문이 쇄도했다. 하지만 대형 약국이라고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약국의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동네 약국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구매량이 많았고, 그만큼 위험도 컸다.

대량으로 주문이 쏟아지자 회사 간부들 중에는 신중하게 영업해야 한다고 충고하는 이들도 많았다. 약국의 신용 상태도 파악하지 않은 채 약품을 대량으로 판매하는 것은 마른 가지를 등에 지고 불구덩이로 들어가는 것처럼 위험하다고도 했다.

주문 규모에 흥분하지 말고 조심하라는 그분들의 충고도 맞는 면이 있다. 하지만 나는 일단 고객과 약속을 했으면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거래처와 약속한 납품 기일과 거래 조건을 지키기 위해 회의 때마다 많은 임원들을 상대로 싸워야 했다.

“우리가 먼저 믿어줘야 그쪽도 우리를 믿어줄 것 아닙니까? 믿지 않고 어떻게 영업을 합니까?”

거래처에서도 내가 회사에서 반대 입장과 싸워가며 약속을 지키려고 최선을 다한다는 것을 알아줬다. 그래서 결제 기일을 늦추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았다.

편하고 쉬운 거래만 할 수는 없다. 위험이 클수록 보상도 큰 법이다. 문제는 그 위험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이다. 상거래에서는 결국 서로의 믿음을 담보로 할 수밖에 없다. 업무적으로 신중하고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는 있으나, 따져서 일단 거래가 시작되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약속을 지켜내는 뚝심과 돌파력이 필요하다.

위험과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이것이 바로 신뢰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거래는 오래 지속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다음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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