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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행복한 약사의 조건은?“약사가 셀프메디케이션 시대 주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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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5.30  10: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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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지웅 인천 중·동구약사회장

인천 이화당 약국장

“행복하십니까?”

우리시대의 주요 화두인 행복에 대해 생각하다, 창밖으로 눈을 돌리니 연록의 잎들이 하루가 다르게 짙어지고 있다. 계절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행복의 계절을 새롭게 명명하자면 겨우내 검은 들에 새싹이 돋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일 것이며 그 중에서도 계절의 여왕, 5월이 가장 잘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행복이라는 개념을 살펴보니 중국에서 시작한 동양 사상에서는 행(幸)은 운이 좋으면서 흉한 것을 면한다는 뜻으로 정신생활의 만족감을 의미하며 복(福)은 부귀장수 등 물질생활의 만족감을 의미한다. 하지만 행복이라는 개념은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정치적 도구로 쓰이기도 하고 철학과 윤리를 넘나들며 그 정의와 개념을 규정짓기 어려운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것이다.

“행복의 지도”라는 책의 저자는 세계 10개국을 돌며 사람들에게 행복에 대해 물어본 결과를 책으로 펴냈다. 그 중에 암을 이겨낸 부탄의 한 학자의 이야기는 행복에 대한 근본적인 대답을 해준다. 그 학자는 “개인적인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행복이란 철저히 관계 속에 존재해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즉, 우리의 행복은 전적으로, 철저히 다른 사람들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가족, 친구, 이웃, 동료, 심지어 우리가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무실 청소부까지 우리가 직간접적으로 관계 맺는 사람들 속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행복은 명사도, 동사도 아닌 접속사라는 것’이다.

최근에 발표된 34개 OECD국가의 행복순위에서 한국은 29위를 했다고 한다. 이와 유사한 세계 행복보고서의 2015년 행복 지수에서 한국은 58위를 했다. 그렇다면 100세 시대를 바라보는 지금, 행복이라는 다소 감성적인 부분에 대해 이제 모두가 관심을 갖는 시대가 온다는 얘기다.

실제 2009년 국제연합(UN)이 작성한 ‘세계인구고령화’ 보고서에는 인류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리게 되는데 그동안 현생 인류에 대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에 대해 호모 헌드레드( Homo hundred)의 시대가 도래 한다고 말한다.

보고서에서는 평균수명이 80세를 넘는 국가가 2000년에는 6개국에 불과했지만, 2020년에는 31개국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를 '호모 헌드레드 시대'로 정의했다. 통계학적인 예상치는 2050년이면 세계적으로 100세 이상의 인구가 32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당연히 이런 시대에서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개인적인 노력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각종 시스템 변화가 요구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1인가구가 늘고 IT기기가 발달하면서 이른바 셀프메디케이션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셀프메디케이션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 그것은 IT기기를 잘 다루는 젊은 세대들의 얘기, 정보를 쉽게 접하고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들렸을지 모른다. 일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IT가 편리한 만큼 정확한가에는 최첨단 인공지능이라고 하는 알파고와 인간의 바둑 대결에서도 보았듯이 오류가 있기 마련이며 그런 IT 기기를 100세에 가까운 노령의 구성원들이 모두 쉽게 사용할 수 있겠냐는 문제도 있다. 따라서 100세 시대가 모두 디지털 일변도로 갈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100세 시대는 천천히 느림의 미학을 즐기는 아날로그 시대를 다시 불러 올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우리나라의 보건 복지는 어떠할까? 대한민국의 보건 복지는 2000년 의약분업 전과 후로 분명하게 나뉘고 있다. 어찌 보면 위로부터의 변화였다고 볼 수 있는 의약분업과 달리 지금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고령화, 100세 시대는 아래로부터 시작되는 보건 복지 부분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 패러다임의 변화는 한국 사회 전체의 큰 전환점이 될 것이며 약국도 예외일 수는 없다. 그러면 과연 약국은 어떻게 변화에 대처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자.

지금처럼 처방전에만 의존하는 약국은 약사의 고유한 직능을 극히 일부분으로 제한하는 부분이 많다. 그것은 약사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손실이기도 하다. 약사 고유의 직능을 국민들이 약국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경우에 따라 제도 개선도 필요하지만 약사들 스스로도 기존 관습의 틀을 벗어나 셀프메디케이션 시대를 주도해야 한다. 그것은 생소하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며 잠시 잊었거나 잃어버린 것이었다.

먼저 과거와 현재 약국의 공통점에서 출발해 보자. 약국의 약사는 접근성에서 그 어느 보건 직능보다 최전방에 위치해 있다. 즉, 전문가라는 직능 중에 보통 건물의 1층에 위치하며 문을 열면 바로 대면 상담이 가능하고, 소매라는 1차 상거래에 위치 한 직능이 있을까? 물론 이와 같은 약국의 위치로 인해 늘 고객 응대에 대한 피로도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단점도 장점으로 바꿔 나가야 하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과거 약국은 동네 사랑방이었다고 향수처럼 종종 얘기하곤 한다. 100세 시대, 행복한 약국의 좋은 방향은 바로 이 잃어버린 ‘사랑방’을 되찾아 오는 것으로 시작하여야 한다. 얼마 전 한 모임에서도 100세 이야기가 나왔다. 모임의 연령대가 40대 중후반에서 60대까지였는데 대화 내용이 서로 간의 안부와 근황을 물어보다가 자연스레 100세 시대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그러면서 아주 새롭게 들린 이야기는 ‘거리에 100세 이상의 노인들이 활보하는 풍경을 상상해보라’였다. 그날 즐겁게 대화를 나누던 지인들 모두 그 순간 적잖게 놀라는 분위기였다.

100세 시대, 거리의 노인들은 어디로 갈 것이며 무엇이 필요할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백세에 저 세상에서 또 데리러 오거든 극락왕생 할 날을 찾고 있다 전해라

백오십에 저 세상에서 또 데리러 오거든 나는 이미 극락세계 와 있다고 전해라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우리 모두 건강하게 살아가요⌟

요즘 뜨는 ‘백세인생’이라는 노래의 끝부분이다. 시대를 대변하는 것에 유행가만한 것이 있을까? 오래살고 건강하게 사는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를 바라는 인류의 변함없는 꿈이 현실이 되어 가는 시대에 100세 시대 준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이런 100세 시대는 단순한 생명 연장이 아닌 건강하고 행복하게 늙어 가는 것인데 현재 우리 사회 구조에서는 아직 그에 대한 인프라가 구축 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100세 시대에 우리는 노인들이 쉽게 찾아가 건강도 체크도 하고 서로 모여 대화도 나눌 수 있는 역할을 할 사랑방이 필요하며 그 사랑방 주인이 약사라면 더욱 좋지 않을까? 단순히 문턱을 낮추거나 노인들을 위한 제품의 준비를 말하고자 함은 아니다. 그런 외적인 변화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약사들도 함께 나이가 들어가고 있고 나이 들어감이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이 100세 시대 약국의 핵심이다.

앞서 말한 행복이라는 개념에서 서로 간의 관계가 중요한데 한국은 상호 유대감에서 최하위권이며 노인 빈곤율도 제일 높다. 100세 시대를 준비함에 있어 열악한 한국 사회에 약국, 약사님의 역할이 새롭게 부각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랜 세월 동안 가장 접근이 용이한 약국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건강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상담해온 약국, 약사가 셀프메디케이션 시대에 주요한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차분히 준비해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무형의 준비와 함께 현재의 약국의 형태도 고민을 해야 한다.

대부분의 약국은 입구부터 약이 진열 되어 있고 복약 상담하는 카운터 데스크가 놓여 있어, 약국이라는 공간의 사람들은 약사와 고객으로 갈라놓는 구조이다. 물론 현재와 같은 형태의 약국도 필요하다. 하지만, 찻집 같은 약국, 도서관 같은 약국은 어떨까? 인생의 경험이 풍부한 약사가 편한 분위기에서 오가는 고객들과 살아가는 이야기, 세상 이야기 하면서 건강 정보를 알려주고 그에 맞는 좋은 약을 화제 삼아 함께 이야기 하는 약국은 100세 시대 새로운 약국의 필요성과 함께 약사 자신의 건강한 노후 생활, 행복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약국의 운영 방식도 약사 1인의 약국에서 어떤 형태이든 공동체적인 약국이 등장할 것이다. 약국에서 취급하는 의약품을 포함한 여러 제품은 지금보다 다양한 제품을 다루게 되며 현재의 구매와 판매의 방식도 달라질 것이다. 지금도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약사들의 모임이 계속 해서 늘어나고 있고 이것은 오랫동안 약국 안으로만 고정되어 있던 약사들이 그 틀을 벗어나 서서히 약국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앞으로의 시대는 어느 특정 직능에 대한 ‘절대’적인 부(富)를 보장하지 않는다. 이 ‘절대’라는 말은 ‘집착’에서 유래했다고 볼 수 있다. 100세 시대에 약사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이제는 부(富)에 대한 단순한 집착을 버리고, 보다 넓고 큰 부(富)로 눈을 돌려야 한다. 넓고 큰 부(富)라는 것이 거창한 것을 말함은 아니다. 약사라는 직능의 소명의식, 명예로움 그리고 존경, 이런 것들이 진정한 부(富)가 아닐까 생각한다.

100세 시대, 100세의 고객과 환자 분들을 대할 준비가 약국은, 약사는 되어 있는가?

노인 분들께 이제는 ‘어르신’이라는 호칭이 예의를 갖춘 말이 아닌 불쾌감을 주는 말이 되어버린 시대이다. 웰빙(Well-Being)의 시대에서 이제는 Aging-Well, 잘 늙어 가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같은 듯 다른 두 개념은 결국 모두 행복함과 연결이 된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 계절의 여왕 5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노천명시인의 ‘푸른 5월’의 시구다. 대자연의 아름다움 앞에 화자는 홀로 외롭다고 한다. 서두에서 행복에 대해 이야기 했듯이 이제 홀로 행복할 수 없고 더불어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다. 약국을 건물의 평수로 보는 물리적인 관점을 버려야 한다. 약국의 문을 활짝 여시라. 그리고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100세 시대, 사랑방으로서의 마음의 문을 열어 보시라. “매화를 찾아 천하를 헤매다 돌아오니 내 집 뜰에 매화가 피어 있구나.”라는 격언이 있다. 100세 시대의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약국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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