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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완벽할 수 없다" 사형을 들여다 본다13가지 죽음:어느 법학자의 죽음에 관한 사유
이상우 기자  |  law07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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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02  18:3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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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일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인간은 완벽할 수 없다

만약 사형제도에 어떤 순기능이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죽어 마땅한 죄인에게 부과될 때의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돌이킬 수 없는 극형으로서 죽음이 고된다면 어떨까. 법관은 범죄의 직접 목격자가 아닌 이상 증인이나 증거에 의존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증인이나 증거가 불충분할수록 범죄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있어 관의 ‘오판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알란 파커의 영화 <데이비드 게일>(2003)은 이런 사형제도의 모순을 고발하고자 스스로 사형수가 된 어느 철학 교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자살을 타살로 꾸며 시신에 자신이 범인임을 암시하는 증거를 남긴다. 결국 법원은 살인을 저지르지 않은 그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영화는 ‘죄 없는 사람도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이면서 사형수의 인간적인 측면을 강조해 감정에 호소하기보다 철저히 이성에 호소함으로써 사형제도에 의문을 제기한다.

물론 이런 이야기가 허구라면 좋겠지만, 사법살인은 영화에만 있는 일이 아니다. 1920년 미국 메사추세츠의 한 구두공장에서 강도·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경찰은 즉시 니콜라 사코와 바르톨로메오 반제티를 체포했다. 검찰은 범행에 사용된 총기를 유력한 증거로 보고 이들을 기소했다. 하지만 사코와 반제티는 재판 내내 결백을 주장했다. 증인들의 진술은 일관되지 않았고, 심지어 증거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불거졌으며, 진짜 범인을 지목한 사람까지 나왔다. 당연히 무죄가 선고되어야 했지만 재판은 오히려 반대로 흘러갔다. 그들은 가난한 이민자였으며, 정치 단체에 소속된 아나키스트였기 때문이다. 결국 1급 살인의 누명을 쓴 두 사람은 전기의자형으로 생을 마감했다.

미국판 드레퓌스 사건* 이라 불리는 ‘사코와 반제티 사건’은 전 세계에서 이슈가 되었다. 사코와 반제티에게 사형이 선고되고 집행이 임박하자 전 세계의 지식인과 노동자, 시민단체는 일제히 이에 반대하며 미국을 비난했다. 전후 경제난과 전염병으로 시민들의 비난을 받았던 미국 정부는 대중의 관심을 돌릴 희생양이 필요했다. 사코와 반제티의 억울한 죽음은 사형제도의 불완전성과 사법살인의 폭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인간은 완벽할 수 없다. 법관 역시 인간이므로 사법부의 판단에 오류가 없다고 단언할 수 없다. 법관의 오판으로 사형이 선고되고, 마침내 형이 집행되면 오판을 회복하고 잘못을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이 원천적으로 사라진다. 이미 사망한 수형자를 다시 살려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형집행의 유예

굳이 사형을 고집해야 한다면 사형을 선고하는 동시에 그 집행을 유예하고 집행유예 기간 동안 범죄자가 개선되면 감형을 시켜주는 제도도 고려해볼 수 있다. 사형집행유예제도의 경우 사형제를 유지하면서도 사형이 실제로 집행되는 것을 줄이고, 범죄자를 개선하는 형벌의 목적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거론된다.

   
  ▲고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준일 교수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형이 집행되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도 사형집행유예제를 도입하고 있다. 최근에는 보시라이 전 충칭 시 서기의 부인 구카이라이에게 사형집행유예가 선고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구카이라이는 영국인 사업가를 독살한 혐의로 기소돼 2년의 사형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에 따라 구카이라이가 집유 기간 동안 추가로 법을 어기지 않으면 종신형 등으로 감형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마오쩌둥의 부인 장칭도 반혁명 혐의로 사형집행유예를 선고받고 2년 뒤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가 후에 형집행정지로 석방된 바 있다.

하지만 사형집행유예에는 법관의 자의가 개입될 여지가 크다. 따라서 이 제도를 도입할 때는 그 적용 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법관에 따라 같은 범죄임에도 어떤 범죄자에게는 사형이 집행되고 다른 범죄자에게는 유예된다면 형평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집행유예의 기간을 어느 정도로 설정해야 합리적인지, 그 기간 동안 범죄자가 어떤 생활태도를 보여야 감형시켜줄 것인지, 혹시나 범죄자가 감형을 위해 사형집행유예 기간 동안만 모범수처럼 생활할 가능성은 없는지 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사형제도는 그 이면에 생명권 보장에 대한 예외, 즉 국가에 의한 살인 합법이라는 사실을 내포하고 있다. 사형집행유예제도는 여기서 더 나아가 사형에 대한 예외, 즉 생명권 박탈의 예외까지도 오로지 국가만이 규율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강화할 수 있다. 따라서 사형집행 유예제도는 본질적으로 사형제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게 아니라 생명권의 국가독점이라는 사형제도의 폭력성을 강화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대체형벌로서의 종신형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다양한 관점에서 설득력을 잃은 사형제도는 본질적으로 폐지되어야 한다. 따라서 형벌의 목적이 여전히 응보라고 하더라도 개선과 교화라는 새로운 목적을 함께 실현할 수 있는 대체형벌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

사형을 대신하는 대체형벌로는 흔히 종신형이 논의된다. 종신형은 가석방이나 감형이 없는 절대적 종신형과 가석방이나 감형이 인정되는 상대적 종신형으로 구분된다. 한국의 경우 법률상으로 종신형이 존재하지 않고 무기자유형이 규정되어 있다. 그러므로 무기자유형의 기간을 연장하여 종신형과 같은 형태의 형벌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종신형에 해당하는 무기자유형을 선고받은 범죄자에게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가석방이나 감형을 금지할 필요가 있다.

다만 종신형이나 그에 상응하는 무기자유형의 경우 평생에 걸친 수감생활에 들어가는 비용이 과다할 뿐만 아니라 그 비용에 피해자나 그 가족이 낸 세금도 포함되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범죄자를 사실상 종신토록 감옥에 가둔다는 점에서 사형보다 더 가혹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평생을 감옥에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은 때로 수형자로 하여금 자살을 선택하게 할 정도의 정신적 고통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벨기에에서는 2014년 종신형을 받고 복역하던 죄수에게 안락사를 허용하는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

벨기에 법원이 종신형 죄수에게 안락사(조력자살)를 허가했다. 지난 2002년 안락사법이 도입된 이후, ‘인도주의’ 차원에서 무기수의 안락사를 법원이 허가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3년에 걸친 법정 투쟁 끝에 안락사 허가 판결을 받아낸 주인공은 반 덴 블레켄이란 이름의 50대 남성 죄수이다. 여러 차례의 강간·살인죄로 무기형을 선고받고 지난 30여 년 동안 수감생활을 해온 그는 2011년 “폭력적인 충동을 제어하기가 너무나 힘들어, 견딜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며 국가를 상대로 안락사 형식의 사형을 집행해줄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거듭된 패소에도 좌절하지 않은 그는 결국 15일 법원으로부터 ‘안락사를 허용한다’는 판결을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벨기에 법원의 이번 판결은 사형제가 폐지된 상황에서 무기수의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인정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AFP통신 등은 반 덴 블레켄이 자신을 ‘사회에 대한 위협’으로 인정해 가석방을 거부했을 정도로 약물과 상담치료로도 제어할 수 없는 폭력적 충동 때문에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고 전했다. 반 덴 블레켄은 수일 내 모처의 병원으로 이송돼 약물로 안락사에 처해질 예정이다. 벨기에는 세계에서 가장 급진적인 ‘친안락사’ 국가이다. 네덜란드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2002년 안락사법을 도입한 벨기에는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12세 미만 어린이 말기환자의 안락사도 허용한 바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안락사를 택한 사람이 8107명에 이른다.

벨기에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종신형도 생명권에 대한 국가 독점이라는 문제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국가 권력은 사회의 일탈자를 사형시키거나 종신토록 감옥에 가둠으로써 사회를 통제한다. 이경우 수형자의 생사여탈권은 사실상 국가가 쥐게 된다.

무기수가 수감생활 도중 안락사를 원함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이를 불허한다면, 사여탈권이 국가에 있다는 사실을 대내외에 전시하려는 의도는 더욱 분명해진다. 베르너 푹스는 국가 권력의 이 같은 의도를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사형수가 자살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감시당하고, 혹시 자살을 꾀했다가 실패한 경우 건강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형 집행이 연기되고 치료를 받는 것은, 공권력에 의한 죽음은 공권력 자신만이 집행해야 한다는 지배기구의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자살 행위는 사회기구의 이러한 독점권을 결정적으로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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