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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노인케어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고령화사회, 약사직능의 역할 증대될 것
이상우 기자  |  law07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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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02  17:4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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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순(약사, 대한약사회  노인장기요양보험 위원장)

나는 1986년 의왕시에서 약국을 시작하면서 약국훈을 “ 요람에서 무덤까지 고객을 돌보는 약국 ”으로 정했다. 즉 우리약국 고객은 약사인 내가 평생 건강을 돌봐드리겠다는 생각이였다.

약국을 시작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0년이 지났다. 나는 결혼 후 약국을 경영하면서 병환중인 홀시아버님을 모시고 산 덕분에 노인 돌봄에 대해 누구보다 생생하게 느끼고 체험할 수 있었다. 15년간의 시집살이를 마치고 이후에도 독거노인 방문 자원봉사를 하다가 병환중인 어르신들의 어려운 현실을 보고 노인요양원을 개원한지도 10년이 흘렀다. 대한민국은 2050년 65세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덕순 약사(손 온누리약국 경영)

나는 건강보험재정의 지속가능성 문제에 있어서도 100세시대, 약사의 노인케어 참여는 새로운 복지의 패러다임이며 노인케어에는 약사가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하여 나름대로 실천을 하고 있다. 내가 경영하는 의왕시 손온누리약국은 지역 특성상 고령인구가 많다. 나는 약국을 하면서 동네 어르신들을 딸 같은 마음으로 성심성의껏 대했다. 그러다보니 노인환자들이 더 많아졌고 여러 케이스를 경험하면서 복약지도에서도 섬세하게 신경 쓸 것이 많다는 것을

자연스레 깨달았고, 노인환자에게 맞는 복약지도 방법을 찿아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해나갔다.

대표적인 것은 복약지도 방식과 복약이행율 관리다. 노인은 복합적인 질환을 가지고 있고 복용약의 종류도 많으므로 복약지도시 일반 환자에 비해 시간과 노력도 더 든다. 나는 노인들이 오시면 복약지도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30년간 약국을 하다 보니 약국을 찾던 단골 노인들에게서 이상 징후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기억력 장애와 치매가 나타난 것이다. 30일분 약을 지어줘도 15일이 있다 찾아와 약을 덜 줬다며 화를 내기도 하고 지난 달보다 약값이 왜 올랐냐며 따지기도 한다. 때론 하루에 한번 먹어야 할 약을 먹은 것을 잊어버리고 다시 두세 번을 복용해 쓰러지는 안타까운 일도 종종 있다.

노인들은 흔히 인지장애와 잘 안들리고 안 보이는 어려움이 있어 복약 이행율이 55% 밑으로 떨어진다. 구체적으로 약병과 정제를 열거나 벗기는 데에도, 큰 정제를 삼킬 때에도, 물약을 흔들어 섞거나 양을 잴 때, 안약을 점안 시, 흡입제를 사용할 때에도, 인슐린을 처방량 만큼 맞춰 주사하는 데에도 큰 애로를 겪는다. 그러므로 나는 노인을 위한 복약지도 매뉴얼을 늘 머리에 숙지하고 약국에서 실습하고 있는 학생들 교육시에도 더욱 강조한다.

"노인에게는 얼굴 표정, 손짓 등 몸짓을 동원해 크고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세번 이상 반복해서 설명해줘야 해요. 아니면 여기서는 이해한 것 같지만 집에 가서는 생각이 안나서 다시 전화가 옵니다. 그럼 또 다시 반복해서 설명해드려야 합니다. " 그리고 어르신들께 약 이름을 설명할 때 어려운 용어보다는 알기쉬운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우선 약봉투에 알아보기 쉽게 크게 써드리고“위장약”이란 단어대신 “소화 불량”, “지사제 ”대신 “설사 멈추는약 “ 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이같은 노인을 위한 친절한 복약지도는 단순하지만 눈높이에 맞는 복약지도 방식이다.

그리고 효율적인 복약이행률 관리가 필요한 독거노인에 대해서 체계적인 관리를 해드리고 있다. 예를 들면 대학병원에서 육개월분 약을 처방 받아 오면 한달 분약만 드리고 드실 때마다 달력에 동그라미 표시를 하고 다 드시면 달력을 가져오셔서 점검을 받고 다시 약을 내드리는 방식이다. 치매를 알고 계신 노인에게는 복약 이행률을 높일 수 있는 방문약사 제도에 버금가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제도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려면 노인에 대한 이해 및 교육,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므로 노인전문약사제도를 도입하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경우 약사가 직접 방문해서 복약지도와 복약이행률 점검을 하는 방문약사제도 도입등 국가와 약사회의 정책적인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고령화시대, 약사의 역할을 고민하던 나는 지난 2007년부터 현재까지 노인요양센터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약국과 요양원을 연계해 복약지도와 약력관리, 영양관리, 건강상담까지 책임지는 역할을 하고 있다. 환자들의 영양상태를 높이기 위해 농장에서 유기농 채소들을 직접 재배하는 열정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일반적으로 24시간 교대근무로 인해 복약이행율이 높지 않은 노인요양원 상황만 놓고 볼 때 약국과의 결합운영을 통해 긍정적인 효과를 드러내고 있으며, 약국의 단골손님 가운데 요양원이 필요한 이들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줄 수 있어 보람이 있다.

나는 평소 단골 어르신들께 “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약국에 연락하세요” 하고 말하곤 한다. 한번은 약국을 자주 찾던 단골 어르신이 며칠째 보이지 않았다. 왜 안 보이시나 안 그래도 궁금하고 신경이 쓰이던 차, 밤늦은 전화 한통을 받았다. 수화기너머 지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약사님, XXX할머니가 약사님을 찿으시는데 방문해 주실 수 없나요? ”이분은 독거노인이었는데 넘어지는 바람에 팔과 다리가 부러져 며칠째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채로 죽음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죽음이 다가오는 그순간 할머니의 머릿속에 떠오른 사람은 주민자치센터의 사회복지사도, 가족들도 아닌 늘 가족처럼 자신을 대해줬던 약국의 단골약사였다. 나는 할머니를 내가 운영하는 요양원에 모셨고 기력이 회복 된 후 다시 요양병원으로 옮겨 드렸다. 이러한 일련의 에피소드를 통해 내가 꿈꾸는 약국의 모습은 노인환자에 대한 대응력이 강화된 약국이다.

2015년 대한민국은 OECD 국가중 노인자살률1위의 국가이다. TV에서 생활고를 비관해서 가족이 동반자살을 했다는 비보가 종종 들려온다. 주요 자살 이유를 살펴보면 생활고, 질병, 외로움등이다. 이러한 시대에 사는 약사로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늘 고민해왔다. 약국에서 종종 발생하는 사례를 하나 들어 보겠다. 얼마 전에 칠순이 넘으신 할머니 한분이 약국에 오셔서 수면제를 달라고 하셨다. 할머니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둘러보시곤 고객이 없는 사이에 “ 약사님, 수면제를 얼마나 먹어야 죽을 수 있어요? ” 라고 질문을 하셨다. 나는 당황스럽고 속으로는 놀랬지만 태연한척하면서 “ 할머니, 왜 돌아가시려고 하시는 건가요? ”라고 할머니께 여쭈어 보았다. 할머니께서는 한숨을 푹 내어 쉬면서 “ 사는 것이 너무 힘들고 외로워 죽겠어 ” 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슬퍼할 사람이 하나도 없나요? ” 라고 질문을 이어갔다. 할머니는 잠시 생각에 빠지시더니 “ 아니야, 자주 보지는 못해도 딸이 하나 있으니 개는 슬퍼하겠지 ” 라며 말꼬리를 내리셨다. 나는 이때다 싶어 “ 할머니는 어머니시잖아요, 이대로 돌아가시면 자식가슴에 대못을 밖으시는 겁니다. 따님은 평생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죄책감에 시달리겠지요 ” 라고 살아야하는 이유를 강하게 말씀드렸다. 할머니는 한동안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나는 할머니께 “ 할머니, 그래도 정 돌아가시고 싶으면 일단 3개월만 참아보세요, 이세상에 태어나서 떠나시려면 남을 위해 좋은 일도 한번 해보고 가셔야지요, 제가 원장으로 있는 엘림요양원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 3개월만 자원봉사해보세요” 라고 제안을 했다. “ 작지만 제가 용돈도 조금 드릴께요” 라고 말씀드리자 할머니의 얼굴이 금새 환하게 밝아지셨다. 이후 삼개월이 지나고 할머니가 다시 약국에 오셨다. 나는 “ 할머니, 아직도 돌아가시고 싶으세요? ” 라고 살며시 여쭤 보았다. 할머니께서는 밝은 얼굴로 “ 약사님, 고마워. 이제는 죽고 싶지않아. 요양원에서 혼자서는 거동도 못하고 몇 년씩 누워계시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생각을 바꿨어. 남은 여생 봉사하면서 열심히 살거야 ” 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너무 감격하여 할머니를 안아드리며 격려해드렸다. 동네약사로서 노인자살예방과 노인일자리창출에 기여한 사례이다. 이와 같은 사례는 지역 어르신들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단골약국 약사님들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뜻깊은 일이다.

앞으로는 노인 환자가 계속 늘어날 것이고 독거노인도 계속 늘어날 것이기에 그들을 제대로 관리하고 케어할 수 있는 약국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방문약사제도는 내가 간절히 소망하는 정책이다. 현재도 뇌졸증이나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을 우리 약사들도 분별해내 가족에게 말해주거나 단골의사에게 환자의 상태에 대해 알려 줄 수 있다. 특히 단골 노인들의 사소한 변화도 약사의 눈에는 크게 보이는 상황이다. 말투가 어눌해진다든지, 전에 없던 트집을 잡는다든지, 그럴 경우 간단히 치매체크 페이퍼를 작성하도록 권유 할 수 있다. 이런 정도의 건강상담은 단골약국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를 기반으로 사회복지사 인력으로 불충분해 잘 관리되고 있지 않는 복약관리 문제를 '방문약사'제도 도입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나는 약사선배님들을 활용하여“ 약사 노노케어 ”를 실행함으로써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치매노인의 발굴, 독거노인의 자살방지 역할 등을 하는 방문약사로 활용되면 약사선배님도 보람을 느낄 것이고, 사회적으로도 유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동안 노인요양원에서 촉탁의, 요양보호사나 환자, 그리고 보호자가 원할 경우 필요한 약물정보를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현장에서 제공 해오고 있다. 노인요양원 방문약사는 IT강국인 한국의 특성을 활용하여 스마트 앱을 활용한 복약지도가 가능하고 노인환자를 주기적으로 방문하거나 전화 상담을 통해 노인의 복약환경을 개선하여 노인의 복약 순응도를 높이는데 기여할수 있다. 고령화시대, IT강국인 한국의 특성을 살려 한국에서도 일본의 약사케어매니저나 미국의 노인약사제도(Certified geriatric pharmacist, CGP)와 같은 개념인 한국형 방문약사제의 도입이 필요하다. 방문약사는 노인요양원의 입소노인이나 취약계층 독거노인에게 적절한 복약지도를 하여 복약순응도를 높이고 자살 예방 및 고독사 예방, 위급상황 시 대처에 대한 교육과 상담을 담당하여 노인건강 및 삶의 질 향상에 기여 할 수 있다. 100세시대 약사의 노인케어, 새로운 복지의 패러다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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