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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파세요 보다는 정말 고맙습니다"를 듣고 싶다상품을 팔지 말고 지식과 정성을 팔아야
이상우 기자  |  law07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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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2.11  11:2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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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약국이다.

멀리서 보면 무슨 가게인지 모르겠고, 가까이 와서 봐야 겨우 작은 글씨로 '약국'이라 적혀있다. 요즘도 “여기 약국 언제 생겼어요?” 라고 물어보며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십년 되어간다 하면 놀란다. 바깥 유리엔 그 흔한 광고 포스터 한 장도 안 붙어 있고, 들여다보려 해도 커다란 나무문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 들어와도 마찬가지이긴 하다. 진열장은 대부분 비어있고, 어떤 광고문구도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약국을 편의점쯤으로 생각하는 손님들은 대부분 싫어한다. 심지어 싫은 소리를 하기도 한다.

2007년 1월, '보통'의 약국을 시작했다.

젊고 열정이 있었기에, 마음먹기에 따라 재밌고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몇 년 지나니 약국은 물건들로 가득 차 겨우 드나들 수 있는 공간만 남았고, 벽과 유리창은 철지난 포스터들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그땐 환자와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던 듯하다. 중간 중간 드나드는 손님들 때문에 대화가 끊어지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 파운지 약국, 나영지 약사

그 시절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많이 파세요' 라는 말이었다. 분명 겉으로 보기엔 약국을 하고 있었지만, 난 내가 '진짜' 약국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그냥 물건을 팔고 있을 뿐이었다. 환자를 파악할 시간이 짧다보니 보내고 나서 후회가 되는 일도 많아졌다. 그런 날은 다음날까지도 그 환자가 계속 생각나 마음이 불편했다. 분명 내가 생각했던 방향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결단을 내려야 했다.

제일 먼저 시작한 일은 환자와의 상담을 끊지 않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줄 전문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병원, 약국, 한의원 어디서도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대부분 상담을 시작하면 아예 문을 닫아버렸다. 그렇게 기본적으로 세 시간 이상 상담을 한다. 상담하면서 개선해야할 부분을 짚어주기만 하고 아무것도 권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상담의 마지막이 판매가 되어버리면서 환자들의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변하는 순간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분명 '이상한' 약국이 되어가고 있었다. 편의점 드나들듯 하던 손님들은 욕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번 상담을 한 환자는 그 뒤로 도움이 필요한 순간 제일 먼저 나를 찾아주었다. 여기서만큼은 나 자신을 온전히 풀어놓을 수 있고, 마음껏 질문할 수 있고, 원하는 답을 모두 다 얻어서 갈 수 있다는 신뢰를 주게 되었다.

나갈 때 항상 기분이 좋아져서 나간다 했다. 이런 약국이 있어서 너무 다행이라 했고, 너무 고맙다 해주었다. 약국하길 정말 잘했다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다음 실천한 것은, 나라면, 내 가족이라면 절대 먹이지 않을만한 것들을 싹 다 치우는 일이었다. 내가 먹지 않는 약이나 식품을 환자에게 권하면서 느껴지는 민망함이 너무 싫었기 때문이다. 대신, 내가 경험해보고 이론적, 임상적으로 확신이 드는 제품은 자신 있게 권했다. 덕분에 환자들은 나의 진정성을 믿어주고 따라주기 시작했다.

사실 바람직한지에 대한 고민은 항상 하고 있다. 다수의 편의를 충족시켜주어야 하는 의무적인 부분을 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아니어도 되는 손님들보다, 내가 아니면 안되는 환자들이 내겐 더 중요하기 때문에 감수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하며 환자 하나하나에 열중하고 최선을 다했다.

몇 년 전, 꽤 잘나가는(?)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님과 잠깐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누구나 들어가고 싶어 하는 지역인데다 수입도 꽤 높은 편이어서 부러웠다. 걱정할 것이 없어보였다.

그분이 제일 처음 한 질문이, ‘언제까지 약국을 할 생각이냐’ 였다. 난 생각해보지 않았던 부분이라 구체적인건 알 수 없지만, 아마 그냥 계속 하지 않을까 했다. 그랬더니 힘들지 않냐 하면서 "조제실에서 쭈그리고 밥 먹는 것도 지겹고, 환자 상대하는 것도 힘들고, 조제하는 것도 지겨워 정리하려 한다."는 거였다. 전혀 의외의 얘기라 좀 놀라웠다.

많은 약국들이 처방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고, 경쟁적으로 매약을 하다 보니 약국 운영에 회의를 느끼시는 분들이 가끔 찾아주신다. '뭔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찾아오시는 약사님들이 '아무것'도 없는 것에 놀라고 돌아가시지만, 빠트리지 않고 꼭 말씀드리는 건, 환자로부터 에너지를 얻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다보니 어느 순간 '하고 싶은' 약국이 되어 있었다는 거다.

또, 환자가 나의 진정성을 받아들여주고 진짜 '소통'을 하게 되는 시점이 되면, 상담이 더 이상 스트레스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 이러한 역할들을 충실히 실행해오던 약국들이, 언제부터인가 기계적으로 약을 조제하고 판매만 하는 곳이 되어버렸다.

손님들이 당연히 하는 말, "많이 파세요."라는 한마디가 왜 그렇게 싫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품을 팔지 말고 지식과 정성을 팔자라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정답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즐겁게 계속 일하고 싶은 약국을 만드는 꿈은 계속 꾸면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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