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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결정, 자살을 들여다 본다13가지 죽음 : 어느 법학자의 죽음에 관한 사유(1)
이상우 기자  |  law07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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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1.18  12: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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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준일 교수

● 국가는 개인의 자살을 막을 수 있는가

사람의 목숨이 신의 선물이나 국가의 재산으로 생각되던 시대가 있었다. 생명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신이나 국가에 속한 것이었으므로, 이를 파괴하는 자살은 범죄로 취급되었다. 삶이 공동체나 절대자가 부과한 ‘의무’로 간주되면 삶의 포기는 ‘의무 위반’이다. 때문에 삶의 의무를 위반한 자에게는 제재가 가해져야 했다.

지금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일부 국가에서는 자살을 기도하면 처벌을 받는다. 인도 대법원은 1994년 자살기도를 처벌하도록 한 규정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가 2년 뒤에 다시 합헌이라고 판결을 뒤집었다. 하지만 2011년 대법원이 또 다시 폐지를 권고하면서 최근 인도 의회는 자살 기도를 처벌하지 않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렇게 시대와 지역에 따라 자살을 처벌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날에는 생명도 개인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의 영역에 속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인권의식의 강화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자살은 범죄로 간주되지 않고, 자살을 기도했다고 해서 처벌받지도 않는다. 사실 근본적으로 자살 행위는 처벌의 근거가 없다. 자살은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으므로 처벌될 수 없고, 그럴 수 있다고 하더라도 당사자가 이미 사망했기에 처벌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생명권은 살해 행위로부터 안전한 상태를 보장받을 권리를 보호법익으로 한다. 따라서 생명권은 기본적으로 생명을 침해하는 국가에 대한 ‘방어권’을 의미하지만 타인의 침해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보호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국가는 개인의 생명을 침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형사 입법으로 개인 간의 살해 행위를 금지하고 처벌할 의무를 진다.

여기서 자살도 생명권에 대한 국가의 보호 범위에 해당하는지가 문제 될 수 있다.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형사 입법은 타인의 살해 행위로부터의 보호를 의미한다. 따라서 스스로 자신을 살해하는 행위로부터 개인을 보호해야 할 의무는 국가에 없다. 다만 자살을 교사한 행위는 비록 직접적인 살해는 아니지만 타인의 죽음에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사실상 살해와 동일한 의미를 갖기 때문에 처벌의 대상이 된다. 반면 자살 방조는 죽음에 대한 결정을 본인이 스스로 내렸고, 죽음을 실행하기 위해 타인에게 도움을 요구한 것이므로 국가에 이를 처벌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렇게 생명권 보호의 의무가 제3자의 살해 행위로부터 보호해야 할 의무라고는 하지만 자살 역시 국가의 개입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국가의 입장에서는 타살뿐만 아니라 자살도 마찬가지로 사람의 소중한 생명이 손실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도를 논하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다. 생명에 대한 개인의 자기결정권에 국가는 어느 선까지 개입할 수 있을까. 물론 애초에 자살을 결심하지 않도록 국가는 개인을 자살로 몰고 가는 다양한 환경적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스스로의 생명을 절멸하기로 마음먹고 그것을 실행에 옮긴 사람에 대해 국가가 개입하여 그를 저지할 수 있는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국민의 자유로운 결정을 제한하고 간섭하는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생명권이 생명을 중단할 권리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개인에게 자신의 생명에 위해를 가할 자유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만약 이런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생명에 위협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벌이는 모든 행위를 제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세상에는 위험한 스포츠들이 있지만 생명에 위협이 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해서 이를 금지할 수는 없다. 헌재에 따르면 헌법상 보장된 행복추구권은 “모든 행위를 할 자유와 행위를 하지 않을 자유”를 포함한다. 그리고 그 자유에는 가치 있는 행위뿐 아니라 “개인의 생활방식과 취미에 관한 사항도 포함되며, 여기에는위험한 스포츠를 즐길 권리와 같은 위험한 생활방식으로 살아갈 권리도 포함된다.”

따라서 자살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앞서 말했듯 자살의 사회적 요인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구체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살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자살의 원인을 밝혀야 할 이유

자살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므로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살은 때로 타살보다 주목을 받지 못할 때가 많다. 심지어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죽음처럼 사람들의 동정심을 일으키기는커녕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죽음의 진실을 밝히는 것만큼이나 자살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도 중요하다. 같은 공동체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그 원인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되어 있고, 잠재적 자살피해자로 간주되는 유가족을 비롯해 자살은 남은 사람들과 사회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망원인을 자살로 규명할 근거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자살에 이르기까지는 공통된 징후가 있다고 한다.

이를테면 망자가 생전에 자살을 암시하는 말과 행동을 하거나 유서를 남길 수도 있고, 죽음의 시간과 장소들이 공통된 특징을 갖기도 한다. 이런 징후에서 발견되는 자살의 원인은 타고난 기질이나 심리적인 상태 또는 정신질환 등 개인적 특성에 기인할 수도 있지만, 경제

상황이나 사회적 분위기 또는 문화적 가치관 등 사회구조적인 특성에 기인할 수도 있다.

개인은 다양한 이유로 자살을 결심한다. 예컨대 뒤르켐은 자살의 유형을 이기적 자살, 이타적 자살, 아노미적 자살로 구분했다.

그는 집단으로부터의 분리와 소외, 과도한 집단의식으로 인한 사회적 책무, 사회구조의 급격한 변화 등을 자살의 원인으로 든다.

충동적이고 극단적인 성격이나 부정적이고 염세적인 태도, 실연이나 질병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이나 고통, 가정불화나 인간관계의 갈등으로 인한 내적 고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나 외로움, 극도의 스트레스, 우울증처럼 개인적 배경이 자살의 원인이라면 국가는 그것을 유발하는 외부 요인들이 제거되도록 개입할 수 있다. 예컨대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우울증을 치료하도록 국가가 지원하는 것이다.

한편 빈곤이나 실업 또는 사업 실패, 가계 소득 감소와 물가 상승으로 인한 경제적 압박, 과도한 경쟁과 과시적 분위기, 개인을 억압하는 문화나 차별적인 분위기 등 사회적 배경이 자살의 원인이라면 국가는 이런 상황이 개선되도록 개입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양극화 해소나 고용 증대, 과도한 경쟁과 물질만능주의적인 풍토를 바로잡는 등의 노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 차원이든 사회적 차원이든 결국 중요한 것은 국가가 끊임없이 자살로 인한 죽음에 관심을 갖고 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다양한 처지에 놓인 개인의 삶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노력이 동반되지 않으면 자살의 원인을 정확하게 밝힌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동시에 애써 마련한 자살예방책 또한 아무런 효과도 발휘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죽음의 형태와 상관없이 인간의 생명은 모두 소중하다. 망자의 죽음에 관심을 가지고 사인을 밝힘으로써 동일한 원인으로 자연스러운 죽음의 과정을 단축시키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은 인간 생명의 소중함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일지 모른다.

방치된 죽음, 자살방조

자살도 변사에 속하기 때문에 경찰의 검시 절차를 거치게 된다. 검시 결과 죽음의 원인이 자살로 판명되면 의사의 시체검안서를 받아 자연사와 마찬가지로 장례를 치르고 사망신고를 하게 된다. 다만 자살의 교사(敎唆)나 방조는 자살관여죄로 처벌되기 때문에 자살한 사람을 검시할 때에는 자살을 교사하거나 방조한 자가 있는지를 조사해야 하고, 유서가 있으면 그 진위를 조사해야 한다(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및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제45조).

최근에는 자살 방법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여 자살을 도와주거나 부추기는 인터넷 카페, 이른바 ‘자살 사이트’가 증가하고 있다. 단순히 자살 사이트에 가입하는 것만으로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겠지만 그런 사이트를 개설하거나 이에 가입하여 자살을 부추기는 활동을 하면 자살방조죄로 형사 처벌을 피할 수 없다.

2009년 3월 28일 새벽 5시. A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동반자살”이라는 이름의 카페를 개설한다. 검색창에서 자살 관련 게시물들을 검색한 그는 작성자와 댓글을 단 사람들을 포함한 30여 명에게 “자살을 원하시면 가입하시오”라는 문구와 함께 가입 초대장을 발송한다. A는 피해자 B, C를 비롯한 수십 명을 카페 운영진으로 앉히고 본격적으로 자살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는 카페 회원들에게 자살 방법을 적은 쪽지를 보내고, 그에 관한 정보를 주고받으며, 자살의 당위성을 주장하거나 자살자를 물색하는 등 자살을 부추기는 온라인에서의 활동을 이어갔다. 그로부터 11일이 지난 4월 8일 강원도의 한 민박에서 처음으로 피해자의 자살을 도운 A는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자살을 모의했고 실제로 9명의 피해자 중 7명이 목숨을 잃었다. 법원은 자살방조 행위의 죄질과 범정이 무거움을 인정하고 A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2009.7.16.선고 2009고합30판결 참조

출처:지식프레임 13가지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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