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는 구순을 바라보지만 아침에 일어나 칼럼을 쓰신다. 오랜 연륜에서 나오시는

말씀은 의미가 깊다. 100세 약학대학에 어울리는 칼럼이 있어 소개한다

출처-2014년 12월29일 김동길 교수 칼럼 중에서

▲당신에게 맡져진 임무를 찾으세요

사람이 죽고 사는 일이 사람의 힘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은 어려서부터 들었습니다. ‘인명은 재천’이라는 가르침이 바로 그것입니다. “사람이 제가 할 일을 다 하고는 하늘의 뜻을 기다려야 한다”는 옛 교훈도 그 맥락은 비슷합니다.

그러나 이 한 마디가 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용기를 준 것도 사실입니다. “최선을 다하자. 그래야 하늘이 나를 도우실 것 아닌가!” - 이런 생각이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삶의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사업이 졸지에 무너져, 밥 세 끼를 먹기가 어려운 형편이 되어도 가장은 가장이라는 책임 때문에 살아야 합니다. 그가 포기하면 식구들이 다 굶어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가르침을 나는 믿습니다.

6.25가 터지고 인민군에 의해 3일 만에 무너진 서울을 유엔군은 석 달 뒤에 탈환하였는데, 그것을 ‘9.28 수복’이라고 합니다. 부산 해운대 부두, 미군의 군수물자 하역장에서 노무자들의 통역으로 일하던 나는 10월 7일경, 운이 좋아, 영도에서 떠나는 경찰경비정을 얻어 타고 인천을 향해 떠났습니다.

한밤중에 무서운 풍랑을 만나 10톤짜리 경비정이 침몰의 위기에 직면하였던 그 밤이 오늘도 내 기억에 생생합니다. 그 때 나는 죽음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된 것을 알고 비를 맞으며 그 좁은 갑판 위에 기어 올라가 무엇인가를 붙잡고 한 마디 기도를 올렸습니다. “하나님, 제게 무슨 사명이 있으면 저를 살려주세요!” 그리고 선실로 돌아와서도 계속 물을 퍼야만 했습니다.

새벽이 되면서 바람이 멎고 파도가 잔잔하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 날 아침, 햇빛이 찬란한 인천항에 무사히 도착한 23세의 청년은 오늘 87세가 되었고 며칠 뒤에는 88세의 노인이 될 것입니다. 누가 믿건 말건, 나는 그 한밤의 짧은 기도 한 마디 때문에 65년의 긴 세월을 더 살면서 일할 수 있었다고 확신합니다.

사명이 있으면 사람은 죽지 않습니다.

*기업에서 말하는 가치관경영이나 이름없이 애쓰시는 많은 자원봉사 활동 모두가 나름의 사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맨 마지막 구절, 사명이 있으면 사람은 죽지 않습니다. 자꾸 되새기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