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르스 사태로 서울삼성병원의 부분폐쇄에 따른 외래진료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문전약국을 비롯한 주변 약국들이 내달 의약품 대금결제에 비상이 걸렸다.

16일 일원역 일대 약국가에 따르면 지난주부터 삼성서울병원 처방이 90%까지 줄어들면서 약국을 방문하는 환자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 지난 15일 썰렁한 삼성서울병원 문전약국

하루 평균 8,000여건의 처방이 나오다가 외래 처방은 항암제 등 중증환자에 대한 특수처방이나 반드시 처방이 필요한 환자 등에 한해 처방·조제받은 경우가 간간히 나올 뿐이다.

약국에는 처방·조제가 아니라 병원도 제대로 전화가 되지 않아 환자들의 문의전화만 빗발치고 있어 전화응대가 주업무로 전락했다. 병원에서 나오는 지침 또한 매번 바뀌면서 병원, 약국, 환자 모두 우왕좌왕이라는 게 약국들의 이야기다.

이들 약국들은 당장 내달 의약품 대금결제에 고심이다. 일반적으로 전월 청구액으로 의약품 대금결제를 해왔지만 처방이 90% 가까이 곤두박질치면서 결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의약품 대금 결제액도 평균 약 10억원. 문전약국 특성상 워낙 결제규모가 크기 때문에 어디에서 충당하기도 쉽지가 않은 상황이다. 내달 카드 결제액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그래서 일부 약국들은 은행대출까지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약사는 “이달은 지난달 청구금액으로 의약품 대금결제를 해결된다고 해도 내달 결제는 불투명한 상태”라며 “은행 대출을 알아보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 삼성서울병원 외래진료 중단으로 급격히 줄어든 문전약국 처방환자

B약사도 “처방이 80~90%가 급감하면서 내달부터 의약품 대금결제에 비상이 걸렸다”며 “은행 대출 등으로 비용을 마련한 상태지만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되면 약국경영에 심각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C약국의 경우도 평소 150~200건의 삼성서울병원의 처방을 받았지만 지금은 20여건 수준으로 하락할 정도로 심각한 경영상 난관에 부딪혔다.

D약사는 “정상적인 병원진료를 기대하고 사태가 나아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외래진료 폐쇄 이후로 처방이 90% 이상 줄었다”고 “장기화될 경우 휴업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약품 대금결제 외에도 약국 임대료와 직원 인건비도 문제다. 현재의 처방·조제건수로는 약국 유지 자체가 힘든 형편이다. 약국에 따라 근무약사와 종업원이 무급 휴가를 자청하거나 아예 일찌감치 휴가를 보내는 곳도 있지만 이도 임시방편에 불과한 상황이다.

메르스 사태가 정부 발표와는 달리 자칫 7~8월까지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나오고  있어 서울삼성병원 인근 약국들의 시름은 깊어만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강남구약사회는 삼성서울병원 인근 대청역반과 일원역반의 긴급 반회를 개최하고, 약국들의 위기상황 공유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삼성서울병원 처방에 집중하는 약국은 대청역반 5~6곳, 일원역반 10여곳 등 16곳에 달한다. 인근 약국까지 포함하면 30여곳이 약국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사실상 개점휴업 중인 삼성서울병원 문전약국

구약사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반회에서도 의약품 대금결제에 대한 약국들의 고심이 컸다. 이달은 어떻게 넘어가겠지만 다음달 의약품의 카드결제액이 최대 고비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자리에서 의약품 대금결제를 늦추는 방안이나 이율이 낮은 대출상품, 정부 긴급자금 등 약국 운영비용을 마련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만약 메르스 사태와 삼성서울병원의 외래진료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의약품 거래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일부 문전약국들의 도산과 관련 도매상의 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이유다.

특히, 외래진료 중단으로 환자들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병원과 인근 약국간 협력·대처방안 마련과 한시적인 처방전리필제의 적용도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약이 떨어진 환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당장 약이 필요한 환자들이 동일한 처방약을 다시 받을 수 없냐는 전화 문의가 끊이질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약사는 “삼성서울병원이 현재 다른 병의원에서 처방을 받도록 안내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병원 진료가 정상화될 때까지 단기간만이라도 처방전리필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남구약사회는 이번 긴급반회에서 논의된 내용들을 서울시약사회, 대한약사회 등을 통해 복지부에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김동길 강남구약사회장은 “긴급 반회에 다뤄진 메르스 사태에 따른 약국 애로사항 등을 회장단회의와 서울 분회장회의에서 논의할 생각”이라며 “내달 의약품 대금결제로 약국들이 경영상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