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르는 강아지가 또는 고양이가 갑자기 기운이 없고 심하게 구토나 설사를 한다면 덜컥 겁부터 나기 마련이다. 거기에 혈변까지 보인다면…….

물론 과식을 하거나 사료가 바뀌었을 때 일시적으로 설사를 하는 경우가 있지만 분변에서 피까지 보였다면 중증의 설사임은 분명함에도 상당수의 보호자들은 가벼운 질환이라 믿고 시간을 지체하다가 좋지 않은 결과를 맞기도 한다.

▲ 고양이 범백혈구감소증과 개 파보장염은 치사율이 매우 높다

개 파보장염과 고양이 범백혈구감소증이 바로 그 대표적인 예이다. ​개 파보장염과 고양이 범백혈구감소증은 워낙 치명률이 높아 어린 동물에게 전염될 경우 대부분 사망하는 경우가 많고 치료제가 특별히 나와 있지 않고 대부분 증상치료와 수액처치에 머물고 있다.

백신접종 통해 사전 예방이 중요
물론, 최근에는 혈청이나 인터페론주사를 투여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백신접종을 통해 미리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미국동물병원협회(AAHA)의 백신가이드에 따르면 개, 고양이 모두 16주령이 넘어서면 체내에 모체이행항체(MDA: Maternally Derived Antibody)가 거의 없어 백신을 접종했을 때 면역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난다고 한다.

그러나 그 이하 연령의 개, 고양이는 초유로부터 받은 항체로 인해 질병에 대한 저항력은 어느 정도 있지만 모체항체가 백신자체도 외부물질로 인식해버려 잡아먹기 때문에 백신효과를 오히려 감소시키게 된다.

▲ 개 파보항원 진단키트(Canine Parvoviral Ag Test Kit)와 고양이 범백혈구감소증 진단키트(Feline Parvoviral Ag Test kit)

따라서 어린 동물에게 백신접종 효과를 높이기 위해 2~3회 이상 접종하도록 하고 있으며 면역이 생기기 전에는 전염병에 노출되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해야 한다.

특히, 개 파보장염(Parvoviral Enteritis)과 고양이 범백혈구감소증(Panleukopenia)은 한 번 걸리면 거의 대부분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질병이기 때문에 백신 접종이 끝나기 전까지는 보호자가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파보와 범백으로부터 어린 개, 고양이를 보호하기 위해서 진단키트와 소독(Disinfectants)에 대해서 보호자들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동물약국 진단키트로 증상 경중 판단
파보바이러스에 의해 전염되는 개파보장염과 고양이 범백혈구감소증을 검사하는 방법에는 개 파보항원 진단키트(Canine Parvoviral Ag Test Kit)와 고양이 범백혈구감소증 진단키트(Feline Parvoviral Ag Test kit)등이 있다.

개 파보장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CPV(Canine Parvo Virus)라 해서 현재 CPV 2a, 2b,2c까지 아종이 발견됐으며, 대부분 DHPPi종합백신으로 면역을 획득할 수 있다.

또한 고양이 범백을 일으키는 FPV(Feline Parvo Virus)는 개 파보 바이러스와 유사하며 장과 골수에 침입해 골수기능을 마비시켜 백혈구가 생성되지 못하도록 한다.

이로 인해 체내 방어를 담당하는 백혈구가 감소함에 따라 질병에 취약해지고 결국 혈변, 설사, 식욕부진, 발열, 탈수 등을 일으켜 죽게 만든다.

강아지든 고양이든 식욕부진과 설사 증을 보인다면 동물병원에 가는 것이 우선이며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 한해 가까운 동물약국에서 진단키트를 구입해 증상의 경중을 판단해 양성이 나오면 바로 병원으로 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단키트 만큼 중요한 ‘소독약’
범백을 일으키는 고양이 파보는 개에게 전염되지 않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개 파보바이러스는 고양이에게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고양이 범백 진단을 위해 개 파보키트를 사용하는 경우도 꽤 많다.

2009년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55마리 고양이의 범백검사를 위해 개 파보진단키트를 활용했고 상당히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파보바이러스 진단키트는 상당히 복잡한 작용기전으로 항원을 찾아낸다.

​대부분 ELISA(효소면역흡착방식) Direct Sandwich방식, 쉽게 얘기하자면 색을 내는 효소에 두 가지 항체(Antibody)와 항원(Antigen)이 붙어야만 반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온도(2도~30도)와 습도가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 범백혈구감소증, 파보장염 진단키트는 두 개의 항체와 효소가 반응하는 ELISA Direc Sandwich법이 도입됐다.

특히, 여름철 고온 다습한 환경에 노출될 경우 정확도는 급격히 떨어지게 되며 심지어 진단키트에 너무 많은 버퍼액을 점적하거나 빠르게 점적해도 오차가 발생하기 쉽다.

​​개 파보키트로 고양이 범백의 진단검사가 가능하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두 바이러스는 상당히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이는 거꾸로 개와 고양이를 함께 기르는 보호자들에게는 각별히 주의가 요구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 기르는 강아지가 파보를 앓고 있다면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도 전염될 우려가 농후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따라서 진단키트 만큼 중요한 것이 소독약(Disinfectant)이다.

최근 조류독감, 신종플루, 구제역 등으로 전국의 축사는 온통 방역작업으로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당장 밀집사육방식 자체를 금지할 수도 없거니와 철새가 오는 것도 더욱더 막을 수는 없는 일이고 정부와 농가가 할 수 있는 일은 차량이동 제한과 소독약 살포, 그리고 살처분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개, 고양이 여러 마리를 기르고 있는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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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감염·전염 막기 위해 소독약 중요
개, 고양이 파보바이러스에 사용할 수 있는 소독약에는 무엇이 있을까? 범백이나 파보장염을 앓고 난 뒤 개와 고양이의 분변으로 6주간 바이러스가 배출되고 이미 배출된 바이러스는 온도와 습도가 적당할 경우 그 자리에서 6개월~1년간 생존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파보장염으로 강아지를 잃은 부모가 새로 강아지를 입양했으나 결국 파보에 또다시 걸려 죽었던 일도 허다하다.

고양이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개에 비해 발정이 잦은 고양이의 특성상 여러 마리를 기르는 가정을 자주 보게 되는 데 허피스나 범백혈구감소증에 한 번 전염될 경우 그루밍을 하는 고양이들 여러 마리가 폭발적으로 감염돼 치료기간이 한없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이때 수액처치, 항생제, 항구토제 등의 치료제들을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감염과 전염을 막기 위해 소독제가 필수이다.

​보통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락스(NAOCl: 차아염소산나트륨)를 희석해서 사용하게 되는데 냄새가 심하며 희석 비율이 잘못될 경우 소독효과가 떨어지거나 경피독성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에는 용매의 pH를 5-6.5 미산성으로 조절함으로써 락스성분이 아닌 HOCL(차아염소산) 형태에서 안정화시켜 만든 소독제들이 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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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혈구인 호중구는 세균을 죽이기 위해 HOCL을 방출한다.

HOCL, 기존 락스에 소독력 80배 이상
HOCL(메디록스, 클린덱스, 워터락스 등)은 기존 락스에 비해 소독력이 80배 이상 높고 세균, 바이러스, 녹농균, 결핵균에도 효과가 있기 때문에 병원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혈중 백혈구가 포식작용을 할 때 뿜어내는 물질이기도 하다.

▲ HOCL을 이용한 소독제들

Medimenia Animal Health지는 반려동물에 쉽게 이환되는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소독약들의 효과를 비교해 놓았다(표 참조).

이 자료에 따르면 신종플루, 구제역 소독약으로 허가받아 축산업에서 사용되고 있는 4급 암모늄염 소독제(Quaternary ammonium compounds)는 반려동물 전염병 질환에는 소독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집에서 흔히 쓰는 소독용 에탄올은 고양이 허피스와 칼리시바이러스에는 효과가 있지만 범백과 개파보장염에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독제 중에는 유일하게 차아염소산 계열(HOCL or NAOCl)이 범백과 파보장염을 포함한 대부분의 반려동물 바이러스 질환에 소독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끝으로 분변, 오줌, 구토물과 같은 유기물이 있을 경우 소독효과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반드시 소독제를 뿌린 뒤 유기물을 청소하고 나서 다시 한 번 충분히 뿌려줘야 소독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이미 전염된 개, 고양이를 반드시 격리해서 치료하도록 해야 재감염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