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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왜 동물약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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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1.24  10:2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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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형 대한동물약국협회 회장·아포동물약국
지난해 수의사처방제 실시 이후 일선 약국가에서 동물용의약품과 동물약국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본지는 이번 호부터 동물약국 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동물용의약품과 관련 된 정보와 각종 이슈를 소개, 제공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오늘 저녁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떠올려 보자. 우유 한 잔에 계란 후라이, 노릇노릇하게 구은 삼겹살, 아니면 지나가다 번쩍이는 광고판을 보고 들어가서 구입한 두꺼운 페티의 햄버거와 감자튀김, 그리고 옥수수 콘 샐러드?

그냥 동물약국에서 동물약만 팔면 되지 왜 저녁까지 묻는 지 의아해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이 약사라면 당신이 투약하는 동물약이 다시 나에게 돌아와 내가 먹는, 그리고 내 아이가 먹는 음식에 고스란히 묻어서, 아니 오히려 항생제 내성균에 버무려져 식탁에 올라올 수 있다는 걸 생각해주기 바라는 마음이다.

천안의 한 식당에서 밥을 먹었던 147명이 집단 식중독에 걸렸고 이들 중 10명은 7일간 입원해야만 했다. 그리고 이들이 먹었던 건 누구나 즐겨 찾는 ‘돼지보쌈’이었다.

   
2009년에 대한민국은 신종플루로 전국이 발칵 뒤집혔다. 유명 연예인의 아이마저 신종플루로 인해 저 세상에 갔다는 뉴스가 연일 터지고, 사람들은 너도나도 백신을 맞기 위해 병원마다 줄을 서서 기다렸다.

그런데 신종플루의 원래 이름은 “H1N1 바이러스인 돼지독감(Swine flue)"였고 이 바이러스는 애초에 돼지에게만 전염되었어야 하는 데 왜 사람들이 걸리게 된 것일까? 그리고 사람들은 왜 이 바이러스에 허무하게 죽었을까?

하나만 더 예를 들어보자. 전 국민이 즐겨먹는 ‘치맥’, 당신이 먹고 있는 닭다리가 어느 날인가부터 씹힌다는 걸 느껴본 적은 없는가? 한 소비자 단체가 대형마트에 납품되는 생닭을 검사해보니 대부분 항생제가 검출되었다. 그것도 흔히 first로 쓰이는 페니실린계가 아닌 광범위 항생제인 퀴놀론계였다. 그러나 기준치 이하여서 판매하는 데 전혀 문제는 없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 지 하나씩 풀어보기로 하자.

7가지 항생제 내성균이 득실득실 했던 천안 보쌈
천안에서 집단 식중독을 일으켰던 돼지보쌈에는 7가지 항생제 내성균, 다시 말해 다제 약물 내성균이 검출되었다. 사람들은 고기를 먹은 것이 아니라 세균덩어리를 먹고 식중독에 걸렸고 1차 항생제 치료로 끝나지 않아 결국 입원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돼지고기에 항생제 내성균이 올 수 있었을까? 돼지사육은 대량 밀집사육으로 이뤄진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1980년에 돼지 농가 1호당 3.3마리의 돼지를 정성스럽게 길렀다면 2010년에 농가1호당 1,353마리의 돼지를 기르고 있다.
 
한 집에서 1,000마리가 넘는 돼지를 기르고 있으며 효율적인 돼지고기 생산을 위해 좁은 우리에 많은 수의 돼지를 몰아넣고 기르는 산업화가 진행된 것이다. 얼마 전 일간지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컨테이너 한 마리에 새끼돼지 120마리를 기르고 있었다.

좁고 환기도 안 되는 폐쇄된, 그리고 여러 마리가 꾸역꾸역 들어간 돼지우리를 지켜내는 힘은 단연코 ‘항생제(Antibiotics)’였고, 죽어나가는 돼지를 빨리 채우도록 하는 원동력은 ‘발정 호르몬제’였다. 돼지는 한 번에 7~8마리를 출산하니 발정을 빨리 하는 것이 생산력 강화인 셈이다

   
돼지플루(H1N1)는 사람에게 전염된다. 왜! Melting Pot(용광로)이 있으니까
2009년 전 세계를 강타했던 신종플루의 원인은 돼지플루(H1N1)였다. 대부분의 전염병은 종(種) 특이성이 있어서 구제역이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듯이 돼지플루 또한 사람에게는 옮기지 않았어야 했다.

그런데 문제는 돼지의 호흡기 세포가 사람의 인플루엔자와 돼지의 인플루엔자를 보유할 수 있는 독특한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상호 교차감염이 가능하다. 뭐든 다 녹여낼 수 있는 이러한 돼지의 호흡기를 두고 Melting pot(용광로)이라 부르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멕시코에서 밀집사육을 하고 있는 돼지농가의 노동자가 처음으로 이 돼지플루에 걸렸고 그 뒤로 전염병은 전 세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으나 다행히도 수 개월 안에 진압되었다. 그런데 만약 이 돼지가 더 많은 항생제를 먹고 항생제에 대한 내성까지 획득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에볼라바이러스에 전 세계가 발칵 뒤집힌 지금 바이러스에 대한 감염은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

처방전 한 장 크기의 케이지에 닭은 일생동안 살게 된다.
한 소비자단체가 전국 마트의 생닭을 수거해 항생제 검출검사를 했더니 대부분의 개체에서 퀴놀론계 항생제가 검출되었다. 하지만 허용치 이하였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 우리가 흔히 먹는 계란을 생산하는 닭인 산란계(産卵鷄)는 일생동안 처방전 한 장보다 작은 공간에서 살게 되며 빛이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알을 낳는다.

치킨으로 먹게 되는 육계(肉鷄) 또한 케이지사육이 아닌 것만 빼고는 대량으로 사육되는 점에서 이와 별반 차이가 없다. 때문에 치킨에 사용되는 닭들 대부분이 관절부전과 골다공증, 그리고 가슴살만 비대해진 이상한 체형을 갖고 있게 된다.

언제가부터 닭 뼈가 씹히지 않던가?
어둡고, 환기가 안 되는 곳에서 수천, 수만 마리의 닭들이 사육되는 데 이곳 또한 돼지축사와 같이 질병에 취약해 호흡기 질환에 쉽게 이환된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양계 농가 1곳당 41,460마리의 닭을 기르고 있다고 한다.
 
한 집에 4만 마리의 닭을 집중적으로 기르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역시 항생제였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바로 항생제를 저함량으로 배합해 사료와 함께 먹이는 성장촉진용항생제(AGP:Animal Growth promoter)이다. 결국 축산 항생제 남용으로 우리나라는 내성균 강국이 되었다.

   
2009년에 식약처 보고서에는 우리나라 닭고기의 82%가 테트라싸이클린과 암피실린 내성을 갖는다고 밝혔으며 2007년 우리나라는 1,400톤의 항생제를 가축에게 쏟아 부었다.

왜 동물약국인가?
2013년 ‘수의사처방제’가 실시되면서 동물에 사용하는 약에 대한 경각심은 상당히 올라갔으나 여전히 우리나라의 동물의료시스템을 열악하다. 그 많은 항생제를 어디서 누가 썼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내 아이가 먹는 고기에 얼마나 항생제가 많이 썼는지, 호르몬제는 얼마나 사용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축산단체들은 마늘한우, 홍삼한우, 녹차먹인 돼지라며 홍보하고 있지만 정작 얼마나 항생제나 호르몬제를 적게 사용했는지 알 길이 없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동물약에 대한 약사의 무관심이다. 약국 대부분이 인체약 사용에만 집중한 나머지 엄청난 항생제와 호르몬제가 사용되고 있는 동물의료에 있어서는 거의 관심이 없다. 때문에 약국이 아닌 곳에서 동물약이 판매되기 시작되고 심지어는 수의사 처방전을 약국뿐만 아니라 동물약품 도매상이 받아서 판매하도록 법이 개정되기까지 했지만 이를 아는 이는 별로 없다.

슈퍼판매의 위험성과 고카페인 드링크의 부작용을 알리기 위해, 그리고 심야에 불편한 이들을 위해 약사들은 심야약국, 365일 약국을 하고 대국민 서명운동까지 벌였다. 그런데 정작 항생제를 1,400톤이나 팔아재끼는 동물의료에 있어서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다.

   
 
소아과에서 받은 오구멘틴 시럽을 먹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걱정하는 엄마들도 정작 내 아이가 ‘스트렙토마이신’이 묻어 있는 포도를 먹고, ‘페니실린’에 절어 있는 돼지 목살을 먹으며, ‘발정호르몬’으로 범벅이 된 대패삼겹살과 햄을 먹고 있고 있다는 사실은 관심이 없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고, 항생제의 최전선에 서있는 약사들조차 관심이 없었으니까.

의약분업이 실시되고 국민들은 자신이 먹는 약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알게 되고, 심평원에서는 병의원의 진료비 적정성 평가까지 공개하고 있다.

이제는 동물의료체계가 바뀌어야 한다.
동물에게 사용되는 항생제의 투약내용이 정확하게 모니터링 되어야 하며 항생제 처방의 적정성 또한 공정하게 평가받아야 한다. 이를 근거로 축주들이 지금의 밀집사육에서 친환경 사육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밀집사육이 일으키는 구제약, AI의 막대한 살처분 비용이 줄일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할 일일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물약을 구입하는 이들에게 부작용과 내성의 위험성을 알리고 올바른 약물 사용법을 복약지도 할 수 있는 그리고 투약된 모든 항생제를 최종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동물약국이 더 많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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