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처방제를 실시했지만 동물에 대한 항생제 오남용이 사실상 줄고 있지 않아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돼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17일 대한동물약국협회는 현재 국내 항생제 오남용은 심각한 수준으로 이를 방지하기 위한 농림부의 대처가 미비해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협회 측에 따르면 최근 농림부에서 발표한 ‘2013년도 국가 항생제 사용 및 내성 모니터링’ 결과에서는 항생제 사용이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 실제 가축사육두수 동향을 봤을때 살처분 돼지가 전체 돼지의 33%에 해당하고 전체항생제의 50%가 돼지 농장에서 소비된다는 점에서 실제 실효성은 의문이 든다고 반문했다.

또한 항생제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수의사 처방제 역시 실효성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농림부와 수의사회가 연계해 만든 전자처방관리시스템에 입력된 전자처방전 발행건수는 예상 건수의 1%에 겨우 미치는 정도로 하루 평균 180건에 불과하다는 것.

더 큰 문제는 인체용으로 사용되는 항생제와 같은 계열의 동물항생제 사용량이 급증한 것으로 세펨계 항생제는 2005년에 비해 2013년 4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퀴놀론계 항생제는 처방제 실시 이후 570kg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 연도별 항생제 판매량(동물약국협회 제공)

아울러 3세대 세파계에서 속하는 처방대상 약품 세프티오퍼는 2005년에 비해 22배 이상 사용량이 급증했으나 비처방항생제인 아미노글리코사이드는 절반 가량 사용량이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동물약국협회 임진형 회장은 “이는 사료에 항생제를 배합하는 관행 금지로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강력한 치료용 항생제 선호로 보인다”며 “인체의료 시스템과 같이 항생제의 적절한 처방에 대한 적정성 평가 기구가 동물의료계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덴마크의 사례를 들어 동물용 항생제 오남용 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덴마크에서도 배합사료첨가용 항생제 금지 후 치료용 항생제 사용이 급증해 동물용 의약품에 대한 의약분업과 약국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개별축군단위별로 항생제 사용량을 파악, 적정성을 평가해 전체 항생제 사용량 감축, 사용 증가 억제의 효과를 얻었다고 제시했다.

임진형 회장은 “현재 농림부에서 추진하는 동물의료정책은 수의사처방-직접 판매, 동물도매상 직접 판매, 동물약국 직접 판매 등으로 누구나 동물약을 판매하는 시스템”이라며 “다시 말해 누구나 마음먹으면 동물약을 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얘기로 이런 후진적인 시스템은 분명 개선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개정된 수의사법은 성분명 처방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처방과 투약이 분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조항은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임 회장은 “향후 농림부는 약사회, 수의사회, 농민단체, 시민단체와 함께 동물약 투약에 있어 엄격한 규제책을 만드는 동시에 지원방안을 함께 모색함으로써 동물용 항생제 오남용을 줄이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