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가 오랫동안 해법을 찾기 위해 난항을 겪어왔던 한약사 문제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방안 모색에 나설 전망이다.

15일 약사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8일 우여곡절 끝에 열린 제2차 한약특별대책위에 이어 지난 14일 시도약사회장 회의에서 한약사 문제를 거론하면서 통합약사를 화두로 던졌다.

약사회가 갖고 있는 해법의 핵심은 한약사를 흡수하는 ‘통합약사’. 기본적인 구조는 전국 4곳의 한약학과의 폐지를 전제로 한약사들의 약대 편입과 약사국시를 통한 면허 취득이다.

약사사회 내부에서 이견은 있겠지만 이러한 한약사 폐지와 통합약사라는 대전제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지만 방법론에서는 시각차가 뚜렷한 것이 현실이다.

우선 첨예한 의견 대립이 발생하는 지점이 현 정세가 통합약사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점과 약사와 한약사 분리를 논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같은 시각차는 약사법 법령에 한약사 일반약 판매 등에 대한 처벌조항 신설 여부까지 이견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통합약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쪽은 처벌조항이 신설되면 한약제제 분류로 넘어가고, 결국 약사와 한약사 분리로 보건의료체계의 이원화가 고착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약제제를 분류하면 최악의 경우 95학번 이후 약사들은 한약제제를 다룰 수 없는 소위 반쪽짜리 약사로 전락할 수 있어 약사들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처벌조항 신설과 고발에 따른 약사와 한약사의 갈등과 대립 속에서는 통합약사 논의를 더 이상 진전시킬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수 없다는 속사정도 있다.

약사회가 한약특위에서 추려낸 40여개 한약사 일반약 판매 행위를 실제 고발에 옮기지 못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가 있겠지만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처벌조항이 없는 상황에서 고발해봤자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는 순간 한약사들의 일반약 판매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A약사는 “처발조항 신설 논의는 한약사들이 위기의식을 느껴 통합약사 협상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는 도구로 활용할 부분”이라며 “현 정부에서 약사와 한약사의 대립과 갈등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 한약사 1,800여명과 200~300여곳의 한약국은 지난 2년간 약사가 배출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개국가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눈앞의 작은 것보다 장기적으로는 약국시장이 확대되는 등 더 큰 것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통합약사를 반대하는 약사들은 약사와 한약사의 통합이 궁극적인 해법이라고 궤를 같이 하고 있지만 현재는 통합을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통합 논의에 앞서 현재 논란이 되는 한약사의 불법행위를 잠재울 수 있는 처벌조항을 약사법 법령에 신설하고 수습된 후에 이뤄져 한다는 것이다.

즉, 일반약 중 한약제제를 일반약(한약제제)으로 표기하고, 이들 한약제제와 한약 외의 의약품를 취급할 수 없도록 처벌조항을 시행규칙에 신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B 약사는 “섣불리 통합약사를 주장했다가는 논의에서 주도권을 뺏기고 상대단체 한의사들의 반발로 흐지부지되면서 오히려 한약사들의 불법 취급만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약사는 “약사회가 통합약사를 원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나 한의사들의 동의가 중요하다”며 “한약사의 의약품 조제·판매 행위를 우선 정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C약사는 “약사회가 확실하지 않은 근거를 갖고 현 시기 한약사 문제의 초점을 흐리면 해법이 꼬일 수 있다”며 “만연해 있는 한약사의 불법행위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견 속에서도 통합약사의 가장 큰 걸림돌은 ‘한의사’라는 점에서는 공감하고 있다. 과거 통합약사 직전까지 가서 한약사들이 등을 돌리게 된 것도 한의사들 편에서 서면서 무산된 바 있다.

약사와 한약사의 통합이 이뤄지면 의사와 한의사의 일원화가 탄력을 받으면서 한의사들이 위기의식을 느낄 수 있는 개연성이 있는 만큼 한의사의 반대를 극복하는 것이 과제다.

따라서 통합을 강조하는 측에서는 한의사를 설득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지만 반대편에서는 한의사들의 동의를 얻어내기에는 현실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이 강하다.

현재 약사회는 한약사 문제를 궁극적인 해결하기 위해 정부 관계기관 및 단체 등과 지속적으로 접촉을 갖으면서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약사와 한약사의 통합이 약사사회 내부에서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그 해법 찾기를 위한 서막이 오르고 있어 공론화 등 향후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