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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마흔, 이순신을 만나다어려운 시대, 흔들리는 중년들을 위한 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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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4.28  15: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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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자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 박종평 저·흐름출판 刊
그 날도 다름없이 이순신 장군은 적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망루에 올랐을 것이다. 큰 칼로 완전무장을 하였지만 머리는 온통 전투를 무사히 치르게 될 지 어지럽기만 하다. 이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갈잎 피리소리가 초조한 마음을 더욱 부채질한다. 인간 이순신의 내면을 대하게 되면서 절로 숙연해진다. 또한 어려서부터 외워오던 이 시를 떠올리면 살아가는 매 순간이 똑같이 스산해짐을 느낀다.

이순신은 세계 해전사를 통틀어 유일하게 전승을 기록한 명장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선 구국의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그러나 그도 흔들리는 사오십 대를 치열하게 살다가 전쟁터에서 순국한 한 인간이었다.

저자는 오늘의 중년들에게 인생선배로서 이순신이 어떻게 처신하고 행동했는지를, 장군의 멘토들을 동원하여 이야기해 준다. 무인이었지만 평소 책읽기를 즐겨한 그이기에 15명의 사상가들이 쓴 책들을 통해 병법과 지략은 물론 올바른 삶의 철학을 배우게 되었다는 것이다.

제1장 제갈공명. 성공과 실패, 이로움과 해로움이 어떨지 신은 헤아리지 못하겠나이다. 전쟁에 나설 때마다 최선을 다 할뿐 하늘의 뜻에 맡긴다는 결의는 공명의 후출사표에서 인용한 것이다.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한 것 역시 군사들이 후퇴할 때까지 자신의 주검을 목상처럼 앞세운 공명과 맥을 같이 한다. 인륜보다 천명을 따른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54세에 생을 마감했다.

제2장 류성룡. 중국에 관중과 포숙아의 우정이 있다면 조선에는 류성룡과 이순신의 우정(柳李之交)이 있다. 난중일기에 나오는 40번의 꿈 이야기 중 10%가 류성룡에 대한 꿈일 정도로 서울 건천동 출신인 두 사람은 어려서부터 서로를 의지했다. 류성룡의 위대함은 난세에 이순신을 발탁했고 그와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군신의 길을 걷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제3장 장량. 장량은 이순신을 무과시험에 급제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시험관이 장량의 죽음에 대해 물었을 때 ‘사람은 태어나면 반드시 죽는다’며 신선을 따라가 행방이 묘연해진 장량의 생사를 일축했다. 장량은 한고조 유방의 책사이다. 유방을 도와 천하를 통일하자마자 그는 홀연히 세상을 등졌다. 이순신은 욕망을 절제하고 물러날 때 물러나는 법을 장량의 지혜를 통해 배운 것이다.

제4장 손자. 흔히 손자병법은 공격을 위한 병법이 아니라 방어를 위한 병법으로 평가된다. 유명한 ‘지피지기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 정신은 이순신의 뇌리에도 박혔다. 그러나 장군은 지피지기 대신 지기지피(知己知彼)라는 표현을 썼다. ‘나를 아는 것’을 먼저 따진 것이다. 준비를 철저히 하여 한 치의 허세도 보이지 않았고 강한 군대로서의 위엄을 보여 상대를 일찌감치 주눅 들게 만든 실전능력은 어떤 면에선 손자를 능가한다.

제5장 오자.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반드시 살고자 하면 죽는다(必死則生 必生則死).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천명도 두렵지 않다(一夫當逕 足懼千夫). 불패신화를 남긴 오자의 지혜를 이순신도 차용했다. 13척의 배로 133척의 적군을 전멸시킨 명량해첩은 좁은 해로를 이용해 대승을 거둔 좋은 본보기다.

제6장 태공망. 세상을 낚던 강태공이 때를 만난 것은 72세가 되어서였다. 70년간의 가난과 무명시절을 보낸 태공망 여상은 늦은 나이에 주나라 제후로서 30년간을 활약했다. 실전병법서 ‘육도(六韜)’, ‘삼략(三略)’을 통해 그가 이순신에게 보여준 교훈은 ‘솔선수범’과 ‘동고동락’이었다. 백의종군 때에도 스스로 모범을 보임은 물론 전란 중에도 백성을 잘 보살피고 공정한 재판을 통해 옳고 그름을 잘 가린 것 또한 경험 많은 태공망의 지혜에서 얻은 것이다.

제7장 사마양저. ‘사마법’에서 밝힌 사마양저의 요지는 인간의 욕망을 살펴 심리전을 활용하라는 것이다. 약속(約束), 상불가유시(賞不可逾時), 전무소리(戰無小利) 즉 약속은 반드시 지키고, 상을 주어야 할 때를 놓치지 않으며, 전쟁 중에는 작은 이익을 탐하지 말아야 한다는 군율 정신은 여기서 나온 것이다. 공명정대를 내세운 그의 철칙으로 인해 군사들의 사기가 크게 올랐음은 단연한 결과이다.

제8장 위료자. 임진왜란 중에 이순신 주변에는 많은 피난민들이 모여들었다. 살 길이 오직 그뿐이라는 거였다. 백성은 물이요 군사는 물고기인데 어찌 물 없는 곳에 물고기가 존재할까. 집을 지어 도시를 만들고 시장을 조성하였으며 고기를 잡고 농사를 짓도록 했다. 소금굽는 가마를 만들었다는 기록도 나온다. 어부들의 해상안전을 지켜주는 대신 해로통행세를 받아 군량을 확보했다. 이 모두는 시장의 힘을 강조한 위료자에게서 얻은 지혜였다.

그 외 탁월한 전략과 기발한 입소문을 활용했던 전단,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며 현장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조충국, 원칙을 지키되 사람을 먼저 배려하라던 곽자의, 나라를 위해 목숨을 초개처럼 버렸던 악비, 백의종군의 정신을 일깨워준 이강, 절박함 속에도 포기를 몰랐던 유기, 처음과 끝이 한결같아야 한다는 종시여일(終始如一)의 자세를 일깨워준 순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스승들이 이순신을 명장으로 만드는데 기여했다.

찬바람이 그치지 않는 하수상한 시절이다. 그러나 어찌 임진왜란 당시의 시름만 하겠는가. 특별히 흔들림이 잦은 중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신완섭(오엔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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