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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가장 쉬웠어요이시대 젊은이를 위한 인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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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4.28  15: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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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수. 1996년 서울대 인문계열 전체수석을 차지했던, 이 시대 마지막 ‘개룡(개천에서 난 용)’이라 불리는 이 사내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IQ 113에 고교내신 5등급이던 그가 4수 끝에 거둔 결실,

   
▲ 장승수 저·김영사 刊
그 보다 더욱 값진 것은 키 160cm에 몸무게 55kg의 왜소한 체구로 동생 학비와 집안 생계를 위해 공사장 막노동 등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밑바닥 생활을 감내했던 인간승리의 화신으로 그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8년 세월이 훌쩍 흘렀다. 어떻게 변했을까. 인터넷에 그의 이름을 검색해 보니 모 로펌의 대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함께 실린 사진의 모습은 여느 중년 남성들처럼 변해버렸지만 환한 웃음에서 여전한 자신감이 묻어나온다. 다행이다.

젊은이의 눈으로 바라본 인생 이야기를 들려줄 마땅한 인물을 찾고 있었는데, 이 정도면 당시 베스트셀러로 읽혀졌던 이 책을 롤 모델로 삼아도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에서다.

그의 이력을 잠시 들춰보자. 1971년 경북 왜관 태생, 열 살 때 아버지가 죽고 홀어머니 밑에 고교졸업 때까지 공부와 담을 쌓고 산다. 오히려 싸움과 술과 오토바이로 허송세월을 보내던 20대 초반 시절, 불현듯 대학을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물수건 배달 일을 하기 직전 친구를 만나러 가 본 고려대학교 교정이 가슴 속 열망을 불태우는 계기가 되었다. 그로부터 주경야독, 아니 학원비를 벌기 위해 돈벌이를 하고 돈이 모여지면 죽어라 공부를 하고, 낙방하면 또 다시 학원비 벌이와 공부를 번갈아 하는 일을 5년간 거듭했으니 힘든 노동보다 공부가 더 쉽게 느껴졌을 만도 하다. 그의 일기를 통해 그 때의 심경을 살펴보자.

-모의고사 성적이 200점을 넘던 날. ‘오늘 3월 모의고사를 쳤다. 그동안의 회의와 두려움에서 벗어나오기에 충분히 좋은 결과라고 생각된다... 앞으로도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오늘보다 더 보람된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1992년 4월 12일.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내 인생이 초라함을 느낀다. 초라한 내 자신을 벗어 던지기를 그토록 원했건만, 삶이란 이토록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인가... 나는 내일 또다시 노동의 하루를 보내야 한다. 결국 돈 몇 푼 벌려는 것이다. 그래도 올해까지는 괜찮을 것 같다. 그러나 스물세 살이 되고 네 살이 되어도 이렇게 살아야 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1992년 6월 5일.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한 채 벌써 2년째를 살아오고 있다. 마음을 놓고 푹 쉰다든지 방탕한 생활을 하기엔 몸이 너무 부지런해져 버렸다. 습관이란 이렇게 무서운 것인가 보다. 한때 더 이상 방탕할 수 없으리만치 모든 걸 내팽개친 채 지내오기도 했는데, 이젠 한 순간도 의미 없이 보낼 수가 없다.’

-1993년 10월 3일. ‘가난하고 무능한 현실 속에서 어떠한 활로도 찾지 못한 채 갈수록 수렁 속으로 빠져 가는 느낌이다. 실패와 좌절이 끝없이 반복되더라도 꿈조차 잊어버리고 살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방황은 언제나 거듭되고, 오늘은 이제껏 살아 온 날들 중에 가장 슬픈 날이다.’

감당하기 힘든 인고의 세월이 얼마나 그를 짓눌렀는지 느껴지지 않는가. 서울대 수석합격 발표를 듣던 날도 그는 공사판에 나가 있었다. 취재차 몰려든 전국의 신문사와 방송국이 그의 집을 에워싼 뒤에야 그는 황급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다음날, “막노동판에서 일군 영광!, 가난도 시련도 뛰어넘은 인간 승리의 산 표본!” 각종 언론이 이를 대서특필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는 말한다. “일을 잘하고 싶어 열심히 일을 하니 막노동판 최고의 일꾼이 되었고, 공부를 잘하고 싶어 공부를 열심히 하니 서울대에 수석으로 합격했다. 사람의 정신과 육체는 쓰면 쓸수록 강해진다. 이것은 지난 몇 년간 일을 하고 공부를 하면서 내가 몸으로 터득한 확신이다.

공부는 이제껏 내가 해본 세상의 어떤 놀이보다 신나고 재미있었다. 모르던 것을 새로 알고 발견하는 기쁨도 기쁨이지만, 쓰면 쓸수록 내 머리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도 대단한 쾌감이다. 덕분에 이제는 무슨 공부를 하더라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그때나 지금이나 학생들 앞에 가서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라고 말하면 몰매 맞을 일이다. 하지만 돈 몇 푼 벌기 위해 전전했던 불확실한 삶의 밑바닥에서 서울대 진학만이 꿈을 이룰 유일한 돌파구라는 절실하고도 확고한 의지와 확신이 우리에게도 똑같이 느껴진다면 양상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갈수록 장승수 식의 희망과 도전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에 갈수록 신분계층이 고착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처럼 개천에서 용 나던 시대는 끝났다는 얘기도 들린다. 얼마 전 88만원 세대에게 들려 준 그의 이야기가 또다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내가 스무 살 때 스티브 잡스를 알았더라면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책을 쓰지 않았을 겁니다. 공부를 포기하고도 그는 큰 꿈을 이루었으니까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만들 여러분만의 꿈을 가지십시오. 그리고는 악착같이 도전해 보십시오. 내 젊은 시절보다 지금이, 개천에서 용 날 기회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Stay Hungry, Stay Foolish!(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항상 갈망하고 우직하게 버텨라)’던 잡스의 말처럼, 그의 꿈은 쉰 살까지 변호사 일을 하고 그 뒤엔 기술적인 일을 새롭게 시작하려는 것이다. 사건을 뒷수습하는 수동적인 일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일을 또다시 갈구하고 있다. 우리 젊은이들 마음 속에도 공부보다 더한 열정이 용솟음치길 바란다.
 

내가 알고지내는 L을 소개하면서 다시 한 번 용기를 북돋우고자 한다. L은 지방의 여상 출신이다. 결혼하여 아이까지 둘 둔 30대 후반 나이에 모 국회의원 선거사무실에서 일하다가 학력의 벽을 절감하고 무모한 미국 유학을 결행한다. 텍사스의 모 칼리지에 입학한 것은 순전히 싼 학비가 이유였다.

강의실 맨 앞자리를 꿰차고 악착같이 공부한 결과 올A로 단기 졸업하였고 인근 4년제 명문대학교가 그를 장학생으로 스카웃하면서 3년 만에 정치학 학위를 취득하였다. “인생에 늦는 법은 없어요. 늦었다고 생각할 뿐이지.” 그녀의 칼칼한 목소리에서 당당함이 묻어나온다.
신완섭(오엔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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