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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야 하는 이유살아가는 힘은 곧 고민하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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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4.21  15: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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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한국인인 저자가 4년 앞서 발간했던 ‘고민하는 힘’의 후속작이다.

   
▲ 강상중 저·사계절 刊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 귀속되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 세상에 살만한 가치는 존재하는가.. 100여 년 전의 일본작가 나쓰메 소세키와 독일사상가 막스 베버를 인용하며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본 역작이다. 결론적인 해답은 ‘산다는 것은 고민하는 것이라서 살아가는 힘을 고민하는 힘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및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단단하고 안정적이던 ‘고체화된 근대(Solid modernity)’가 액상화 되고 있음을 감지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그 동안 행복의 합격기준으로 여겨졌던 돈+애정+건강+장수 등 행복방정식이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모든 것이 유동하는 이러한 비상사태에 사람들은 집단적인 공허와 허무를 분출하고 있다.

‘정신 없는 전문인과 가슴 없는 향락인.’ 베버의 말이다. 자본주의적 문화발전의 말단에 등장하는 인간유형으로 ‘최후의 인간’을 꼽았는데, 현재 일본인 상당수가 이들과 진배없다는 것이다.

고민의 원형을 잠깐 들춰보자. 고민거리는 앞서 밝힌 행복의 합격기준에 미달하여 발생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돈, 사랑, 가족, 자아의 돌출, 세계에 대한 절망. 돈에 눈멀고 사랑에 속았던 심순애 같은 원초적인 고민거리에다 가족의 해체가 가져온 아수라장 같은 불안, 남들의 시선을 부단히 의식해야 하는 현시욕, 연결의 끈을 놓치게 될 때 나타나는 실존적 공허감 등등이 서로 뒤엉켜 고민을 양산한다는 것이다. 그 중 심각한 고민은 자아 상실에 있다. 감당하기 힘든 말기적 현상이 빈발하는 요즈음 ‘자기답고 싶다’는 바람은 삶을 지탱하는 처절한 몸부림이기 때문이다.

온통 고민으로 둘러싸인 시대, 고민의 씨앗은 어떻게 자라난 것일까. 첫째 과학적인 인과율을 강조해온 황금만능식 경제시스템을 지목한다. 악마적 카지노 자본주의가 불신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직접 접근형 사회로 발전하면서 늘어나게 된 익명의 군중을 꼽는다. 이름도 얼굴도 없는 익명의 개인들은 점점 더 고독해지기 마련이다. 셋째 공공 영역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정치적 사회적으로 중간생략 되는 개인들은 합리적 논리와 소속감을 박탈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이 개입했던 근대 이전에는 주술이나 종교가 고민거리를 해결했다. 과학이 주도해온 근대 혁명은 인간을 한없이 행복하게 해 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3.11 참사는 과학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고 사람들의 영혼을 병들게 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빠져나온 사람은 하나같이 거듭나기(twice born)를 맹세한다.

안온하고 건강했던 과거 대신 병든 영혼을 새롭게 치유하고자 하는 시도 말이다. 이 때 개인적 공명(personal resonance)이 요구된다. 그간 뿔뿔이 흩어졌던 고독한 영혼들끼리 ‘진지함’으로 상호 공명해야 하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라도 일회성과 유일성 안에서 살고 있다. 프랑클의 말이다. 인생 단 한 번 살 뿐이고, 그래서 개개인 모두는 둘도 없이 소중한 존재들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말 속에 삶의 가치가 숨겨져 있다. “한 번뿐인 인생을 소중히 여기자는 것.” 사람마다 삶의 방식은 다를지라도 불확실한 미래 보다 확실한 과거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지금의 순간순간을 알차게 살아서 좋은 과거를 많이 축적하라는 것이다.

칼 힐티는 ‘사람은 시종일관 행복의 감정을 추구한다.’고 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에야 비로소 행복을 느낀다. 행복하고자 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무언가 응답을 얻었을 때 행복해지는 것이다. 프랑클은 인간의 가치를 크게 세 가지 단어, 즉 창조, 경험, 태도로 압축했다.

예술 과학 기업활동 등 모든 분야에서 창의적인 성과를 거두었을 때 성공이란 훈장을 달아준다. 또한 여행 독서 봉사활동 등 남이 해 보지 않은 것들을 더 많이 체험하는 것 역시 창조와 버금갈 정도로 높이 평가받는다. 나머지 하나는 삶을 대하는 태도인데, 가장 진가를 발휘하는 최상위 가치로 이를 꼽는다. 왜냐하면 태도는 건강할 때나 병들었을 때나 언제 어느 때고 마음만 먹으면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과 실패, 효율과 비효율, 유효와 무효, 이런 대척점은 삶의 태도에 따라 극명히 달라진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수용소에서 불려졌던 “그럼에도 삶에 대해 예! 라고 말하려네.” 라는 노래는 좋은 예가 되겠다. 죽음의 문턱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자들은 끝까지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인생의 물음 하나하나에 성실하고 긍정적으로 응답하는 삶의 태도는 그래서 너무도 소중하다.

이러한 태도의 근간은 인간에 대한 존엄과 사랑이 바탕을 이루어야 한다. 인간이 일을 하는 가장 큰 이유가 ‘타자로부터의 관심’이라고 볼 때, 결국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을 하느냐 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 이기 때문이다. 이제 여러분도 살아야 하는 이유를 깨달았는가. 그렇지 않다면 여러분 역시 나처럼 고민하는 인간(호모 파티엔스; homo patiens)이다.

신완섭(오엔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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