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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3.31  14:4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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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 지셴린 저·멜론 刊
저자는 베이징대학교 부총장을 지낸 대학자로 지난 2009년 98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내용의 대부분은 여든 나이 이후에 쓴 글들이라 나같이 중년 나이에 접어든 사람들에겐 인생 대선배의 절절한 교훈으로 다가온다.

먼저 인생이 뭔가 라는 물음에 철학적인 담론 대신 피동적이며 모호함 투성이인 삶을 탐구하는 과정 정도로 자신의 입장을 유보한다. 단지 마지막 숨을 멈출 때까지 부단히 성실하게 생활하고 학자로서의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매일 아침 4시에 눈을 떠 하루도 글을 쓰지 않는 날이 없었다. 자신의 장수 비결을 좋은 습관의 연속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충실한 생활습관을 견지했다.

선생의 생활 삼불(三不) 원칙은 ‘먹는 것을 가리지 않는다. 빈둥거리지 않는다. 수군거리지 않는다’ 이 세 가지였는데 쉬운 듯 하면서도 범인들이 따라 하기엔 그리 만만찮은 구석이 많다. 문화대혁명 당시 그도 10년간 온갖 수모와 고초를 겪게 된다. 일반인 같으면 홧병이 날 만도 했지만 시대 상황에 순응했음은 물론 오히려 감금 생활을 이용해 인도 고대 서사시 ‘라마야나’ 280만 자를 번역하기도 했다. 궁형을 당했던 사마천이 ‘사기’라는 대작을 남긴 것처럼 시련이 더욱 그를 담금질하게 만든 것이다.

삶의 세 가지 관계를 언급하기도 했는데, 첫째는 대자연과의 관계요, 둘째는 가족을 포함한 인간관계요, 셋째는 생각과 감정 사이의 갈등과 균형의 관계이다.

이 세 가지 관계를 두루 잘 처리해야 즐거운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삼았던 서양 사상과 달리 천인합일(天人合一), 즉 자연을 친구로 여기는 자연존중 사상을 근간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고, 가족을 비롯한 사람 간의 관계에서는 진실과 인내로서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마음의 갈등은 대개 사심(私心)에서 싹트므로 욕심 없이 마음을 깨끗하게 하여 평온한 가운데 먼 미래를 헤아리라 가르친다.

가장 긴 지면을 할애하여 노년에 하지 말아야 할 10가지 덕목도 제시하였다. 고령사회에 접어든 노인들이 귀 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1. 말을 삼가라, 2. 나이로 유세 떨지 말라, 3. 사고가 경직되는 것을 막아라, 4. 늙음을 인정하라, 5. 할 일 없음을 걱정하라, 6. 젊은 날 무용담으로 허송세월하지 말라, 7. 세상과 벽을 쌓지 마라, 8. 늙음과 가난을 탄식하지 마라, 9. 죽음에 연연하지 말라, 10. 세상을 증오하지 말라. 여든이 넘은 나이에 몸소 느낀 바를 기술한 것이라서 어느 하나 허투루 넘길 수가 없지 않은가.

좌우명으로 삼았던 도연명의 싯구는 그가 얼마나 인생을 충실하게 살아왔는지를 반증한다.
 

縱浪大化中 커다란 격랑 속에서도
不喜亦不懼 기뻐하거나 두려워하지 말자네.
應盡便須盡 해야 할 일을 다 했으니
無復獨多慮 더는 걱정하지 마시게.

삶이 덧없다거나 죽음에도 연연하지 않았던 시인 도연명의 태도를 좇아 10년간의 구금생활에서도 살아남은 그는 나머지 여생이 덤의 인생이라 여겼다. 이 세상 모든 노인들이 이처럼 초연하게 살다가 태연하게 죽음을 맞기를 바랐다.

이 책이 출간되어 계속 베스트셀러로 읽힌 이유는 그의 진정성이 배어있기 때문이다. 그의 글은 별다른 미사여구가 없어도 마음을 울린다. 나이 90을 앞두고 인생이 무언지 잘 모르겠다는 겸손함과 솔직함은 오히려 읽는 독자를 부끄럽게 만든다.

아는 것을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 깨닫는 것이 제대로 된 지혜라고 말한 공자의 말처럼 거짓 없는 생각과 소박한 생활습관은 물질만능에 찌든 현대인들에게 큰 귀감이 되고도 남는다.

시간이 주는 경계에 매달릴 필요는 없지만 한 해가 가는 것은 왠지 아쉽고 쓸쓸하다. 올 초에 꿈꾸었던 자신의 포물선이 어디까지 퍼져 나갔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모든 나무들이 새로운 잎과 꽃을 피우기 위해 훌훌 옷을 벗고 있는 모습들을 지켜보며 자신에게 덧씌웠던 온갖 가식과 미혹의 옷들을 털어버리고 다가오는 새해, 또 다른 포물선을 그릴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은가. 완벽하지 않아서 인생이다.

자기절제사회
   
▲ 대니얼 액스트저·민음사 刊
미국의 정치가이자 사상가였던 벤자민 프랭클린은 자신이 정한 13가지 도덕률 중 제1의 덕목으로 ‘절제(temperance)’를 꼽았다. 오래 전부터 그 이유를 궁금해 하던 차에 본서를 접하게 되었다. 책의 원제는 ‘Self-control in an Age of Excess’. 현 시대를 과잉시대로 규정하고 자제력의 무수한 사례를 분석한 후 절제의 기술을 전수하고자 한다.

과잉은 넘치는 잉여를 말한다. 잉여는 다 쓰고도 남는 나머지를 말함인데 그 정도가 지나친 상태이다. 즉 현대인들은 온갖 정보가 난무하고 돈이 넘쳐나고 음식이 남아도는 가운데 각종 정신질환과 마약, 도박, 성범죄, 비만 등에 노출된 무절제사회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과잉은 자본주의의 힘을 등에 업고 유혹의 손길을 뻗친다. 신용카드를 남발하여 소비를 부추기고 주택담보대출로 온 국민을 빚더미에 앉힘은 물론 남아도는 음식쓰레기를 적당히 가공하여 고칼로리음식으로 둔갑시킨다. 문제는 이러한 유혹에 우리 모두가 무방비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의 주요 사망원인을 살펴보면 자기절제 실패의 흔적을 여실히 찾아 볼 수 있다. 1,2위를 다투는 관상동맥질환과 암은 비만, 흡연, 나쁜 식습관, 운동부족 등 비교적 통제가능한 생활습관에서 비롯되는데 미국 사람의 86%가 이를 알면서도 자기절제에는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독성 때문일까.

중독성 강하기로 유명한 아편의 한 예를 살펴보자. 리 로빈스는 1974년의 연구에서 헤로인에 중독된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의 88%가 미국으로 귀환한 지 3년 만에 중독에서 벗어났다. 전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자 전문가의 도움없이도 스스로 헤로인 사용을 중단한 것이다.

그러나 무의식 개념을 정립했던 정신의학자 프로이트는 절제의 중요성을 스스로 설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담배 중독으로 사망에 이른다. 이처럼 저자는 지위고하에 상관없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자유의지로 이뤄낼 수 있는 것이 절제임을 강변하고 여러 가지 사례를 언급하고 있다.

자기절제의 전범은 고대 그리스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엔크라테이아(enkrateia; 자기통제)와 아크라시아(akrasia; 의지박약). 트로이를 점령하고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오디세우스는 자신이 세이렌의 노래에 저항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자신과 선원들의 귀를 밀납으로 막은 것도 모자라 자신을 돛대에 묶도록 지시하여 무사히 귀향에 성공한다.

반면 크레타 섬에 갇혔던 이카로스는 밀납으로 된 날개를 달고 탈출에 성공하지만 아버지의 경고를 무시하고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결국 밀납이 태양에 녹아내려 바다에 추락해 죽고만다. 이러한 절제 철학은 플라톤-소크라테스-아리스토텔레스의 계보를 이으며 오늘에까지 전해지고 있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순간에 충실하라).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혼자 힘만으로는 최선의 의도를 지켜 낼 수 없음을 인식시키고 자제력과의 전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몇 가지 절제의 기술을 이렇게 밝힌다.

1. 의지력을 키우라. 근력운동으로 근육을 키우듯 평소 자기절제연습(자세 바로잡기, 좋지않은 기분 버리기)을 통해 전두엽 피질 중 통제와 관련한 영역의 활동을 늘리라는 것이다.

2. 영혼의 거울을 보라. 실제 거울 하나 설치함으로써 속임수를 쓰려는 마음을 없애고 성실한 노력을 경주하려는 자세를 고취시킨다. 내 행동의 조언자이자 감시자인 친구, 친척, 동료, 이웃은 내 영혼을 살찌울 반려자들이다.

3. 환경을 활용하라. 각자가 바라는 2차적 욕구(진성 욕구)에 부합하는 환경은 집중력 관리에 큰 도움을 준다. 깨끗이 책상을 정리정돈하고 당분간 채팅 프로그램에서 로그아웃해 보라.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빼내어 서랍 속에 집어넣거나 도심을 벗어나 녹색공간으로 자리를 옮겨보라. 생각은 환경에 좌우된다.

4. 좋은 습관을 만들어라. 우리가 자신의 의도에 따라 행동할 가능성은 우리가 얼마나 습관적으로 행동하느냐에 달려있다. 체화된 습관은 행동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자기절제와 관련된 문제의 핵심은 우리가 미래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저자는 강변한다. 지구온난화, 늘어나는 빚, 지나친 음식섭취로 인한 비만 등 어둡고 두려운 미래의 모습들.

그러나 어떤 계기로 점화된 상황들일지라도 이를 극복할 지혜를 인류는 지니고 있다고 긍정한다. 다만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 차라리 우리 스스로가 지는 편이 낫지 않을까. 본능이 있는 곳에 절제가 있게 하라! 이 책의 골자이다.

신완섭(오엔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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