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학정보원과 전 원장 등 임직원 3명이 정보통신 정보통신망이용 촉진법 위반으로 기소됨에 따라 의사와 환자들이 제소한 56억원 상당 손해배상청구 향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은 검찰 압수수색 당시 ‘개인정보보호법’이 아니라 ‘정보통신망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한 개인정보수집 혐의로 검찰 기소가 맞춰져 한 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가장 우려했던 환자와 의사들의 처방 및 개인정보를 외부에 유출해서 이익을 얻었다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정보를 매입했던 I사도 식별할 수 없는 암호화된 정보를 매입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무혐의 판단을 받았다. 즉, 약학정보원도 개인정보 유출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결국 검찰 기소는 약학정보원이 PM2000을 통해 처방정보 수집과정에서 ‘고객 개인정보를 제휴사나 관계사에 제공할 수 있다’는 사전 동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PM2000은 사전에 약관 동의하지 않으면 설치되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가 이 약관내용을 숙지하지 못했다는 이유가 죄가 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또한 검찰이 지적한 암호 해독프로그램은 암호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내부적 테스트 목적으로 개발한 것으로 심평원의 암호화모듈을 제공받아 현재는 없다는 게 정보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따라서 약학정보원이 처방정보 수집과정에서 사전 동의 등이 향후 벌어질 법정 공방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약학정보원 김 전 원장은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팔았다거나 이로 인해 사익을 얻었다는 부분은 전혀 없고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시작도 안했을 것”이라며 “법정에서 무죄를 입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의사와 환자들이 제기하고 있는 56억 상당 손해배상청구 민사소송도 검찰기소와 형사재판 결과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검찰기소에서 핵심이었던 개인정보보호법 혐의가 벗겨졌지만 안심하기 이르다는 지적이다. 여전히 정보통신망이용법의 위반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손배소송에 정보통신망이용법 내용이 포함돼 법정에서 무죄 입증이 불가피하다. 자칫 재판에서 벌금형 등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 손배소송에 악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정보통신망이용법 위반이 확정되고 손배청구소송에서 의사·환자들의 손해가 인정될 경우 소를 제기한 원고뿐만 아니라 잠재된 의사·환자들의 손해배상이 잇따를 수 있다는 우려다.

약학정보원 양덕숙 원장은 “이번 검찰기소로 9월경 소송이 시작돼 2년여간 지루한 법정 공방을 피할 수 없게 됐다”며 “무죄 입증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