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릴레이인터뷰의 주인공 아모레퍼시픽 피부과학연구소 분석연구팀 정지희 약사가 같은 대학 실험실 선배였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이연주 약사(서울대약대 95)를 추천했다.

지금은 목욕용품이나 침구류, 세척용 등으로 사용되는 합성수지 ‘스펀지’. 하지만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목욕용품으로 사용됐던 ‘스펀지’는 해양생물이었다. 스펀지는 다공성 다세포생물로 대부분 해양에서 살며 약 5,000여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이연주 선임연구원

해양생물 ‘스펀지’서 항암·항균 물질 탐색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천연물연구실 선임연구원을 맡고 있는 이연주 약사는 해양천연물에서 생리활성물질을 찾아내고 대량생산을 위해 이를 합성하는 일들을 담당하고 있다.

이연주 약사는 최근 해양생물인 ‘스펀지’에서 인체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생리활성물질을 찾는 데 열정을 쏟고 있다.

이 약사는 “스펀지는 바위에 붙어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독성물질을 만들어낸다”며 “이 독성물질이 암세포에 작용하거나 병원균에 작용할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고대 이집트에서는 해양생물인 스펀지를 목욕용품으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스펀지도 종류마다 만들어내는 독성물질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이중 독성이 거의 없는 스폰지를 사용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양한 전문가와 공동작업 매력
해양자원에 대한 연구는 암묵적으로 대학들이 국내 지역을, 기술원이 해외 지역을 담당하면서 자연스레 이 약사가 연구하는 대상도 해외 쪽이 됐다.

최근에는 다양한 해양생물을 보유하고 있는 미크로네시아 연방을 찾고 있다. 이 약사는 그곳에서 정부 간의 협의할 사항들을 챙기는 일도 맡고 있다.

그는 자신의 맡은 업무의 매력 중 하나로 다양한 전문가와의 공동작업을 꼽았다.

“해양생물을 자원으로 개발하기 위해선 그것을 얻는 과정부터 생물분류와 생리활성물질 분석, 합성 등에 걸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야 해요. 서로 파트가 나눠진 상황에서도 유기적으로 공동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이 약사는 해양생물에서 생리활성물질을 찾기도 어렵지만 찾았다 하더라도 너무 미량이기 때문에 합성을 통해 양을 늘리고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약사는 “정부출연연구소로서 관련 산업의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지금 진행하는 있는 스펀지 연구도 산업화를 위한 기반을 닦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를 위해선 생리활성물질 연구를 통해 산업화가 가능한 합성물질을 찾아야 한다”며 “향후 임상까지 갈 수 있는 항암이나 항균 후보물질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 해양생물 자원 탐사를 위한 미크로네시아 코스레 지역을 찾은 이연주 약사

학연 등 석박사 과정 지도교수로 활약
이 약사는 해양자원에 대한 물질 탐색과 유기합성 연구 외에도 유기화학과 해양생명공학에 대한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기술원에서 전문인력양성을 위해 대학과 연계해 진행하고 있는 학연협동 석박사과정과 과기연대학원(UST) 석박사과정의 지도교수로도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지도학생이나 친한 동료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실험에 대해선 자신이 이 세상에서 최고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이연주 약사는 약대 후배들에게 “어떤 분야에 가든지 약학에 대한 기본적인 학문적 기반을 확실히 다져야 한다”며 “내 영역이 확실하면 그 부분에 있어선 어느 조직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10년여 생활공간 됐던 실험실 애착
이 약사는 서울대약대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에서 약품제조화학을 전공으로 석사와 박사과정을 마쳤고, 이어 미국 보스톤대학에서 2년간 박사 후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이어 포스닥 과정을 마친 후 2010년 말 몸을 담은 곳이 해양과학기술원이다.

약대를 시작으로 10여년 이어진 실험실 생활에 대한 그의 애정은 지금은 신약 후보물질 발굴이라는 목표로 이어지고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화학을 좋아했어요. 전공으로 약학을 선택하게 된 건 새로운 물질을 발굴해 쓰임새를 찾는 분야라면 약학이 더욱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에서였어요. 다만 약학 공부를 하면서도 신약 개발은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았죠. 지금은 임상에 도달할 수 있는 물질을 찾겠다는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한편 이 약사가 대학 시절 영화가 좋아 가입했던 영화동아리는 지금도 예전 멤버들과 한달에 1번 정기모임이라는 인연으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