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창의적인 약국 해보고 싶다”

지난 릴레이인터뷰의 주인공 서울 은평구 구생약국 박채연 약사(성균관대 약대 03)가 아모레퍼시픽 피부과학연구소 분석연구팀 정지희 약사(서울대 약대 02)를 추천했다.

현재 아모레퍼시픽 피부과학연구소에 7년째 근무하고 있는 정지희 약사는 미래 ‘창의적인 약국’을 꿈꾸고 있다.

정 약사가 그리고 있는 창의적인 약국이란 처방·조제에 의존·매몰되는 약국이 아니라 일반약, 건강기능식품, 회장품 등 약사가 주체적으로 자신의 전문성을 확대·실현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아모레퍼시픽에서 첫 사회 활동의 시작은 정 약사에게 중요한 자산이자 경험으로 다가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를 향한 튼튼한 토대를 이루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근무가 소중한 자산·경험
정 약사는 서울대 약대를 졸업해 대학원에서 유기합성약품제조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지난 2007년 12월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했다.

함께 공부했던 주변 친구들은 주로 병원이나 제약사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정 약사는 화장품 회사를 선택했다.

정 약사는 “대학원에서 전공한 약품제조학이 신약 개발 등 제약사에 접근할 수 있는 필요한 분야이지만 신약 개발에는 10여년의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마음이 끌리지 않았다”며 “결과물이 신속하게 나오는 화장품회사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고 말했다.

화장품의 성분 분석과 원료관리를 담당하는 아모레퍼시픽 분석연구팀에서 정 약사는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업체 제품의 유해물질 등 품질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정 약사는 “아모레가 화장품의 유해 관리수준을 뛰어넘어 차별화된 제품으로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글로벌 회사의 사례를 참조·발굴하는 등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는 진실된 회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ODM 협력업체의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세미나와 포럼 등을 자주 갖고 갑의 위치가 아니라 상호 발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의 갑을 논란은 충격이었다. 물론, 몸담고 있는 연구 분야와 영업·마케팅에 차이가 있겠지만 해당 사건이 터졌을 때 당혹스러웠다는 게 정 약사의 말이다.

반복되는 약국경영 업무서 과감히 탈피
정 약사는 “화장품 회사에는 주로 생물이나 화학을 전공했던 사람들이 많아 약사면허를 인정해주지 않는다”며 “약사라고 말하지 않는 한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최근에는 자신이 약사라는 정체성에 때때로 의문이 든다고 한다. 화장품 회사에 7년간 근무하면서 약사 일이 아닌 업무를 계속 해오기 때문이라는 게 정 약사의 말이다. 그래서 개국에도 관심이 가는 것도 사실.

그렇지만 화장품 회사의 경험이 나중에 정 약사가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있는 약국을 경영하는 데 발판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약대를 졸업해서 처음부터 개국을 하기보다는 사회서 다양한 경험을 축적한 후에도 약국을 운영해도 늦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약사는 “회사는 계속해서 사람과 관계를 갖고 창의적 과제들을 고민하면서 회사와 자신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지만 약국과 같은 전문직일수록 동일한 업무의 반복이 연속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생각에는 정 약사가 근무약사로 일하면서 얻은 경험이기도 하다. 언제 약국을 할지 모르겠지만 개국하게 된다면 반복되는 경영환경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창의적인 약국’을 한 번 해보겠다는 게 정 약사의 각오다.

▲ 아모레퍼식픽 직장 동료들과 함께한 정지희 약사

새로운 약사 영역 개척 통해 직역 확대
정 약사는 “약사직능이 처방·조제에 매몰되면서 약국이라는 틀 속에 갇혀 제한적인 업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 보다는 자꾸 무언가 빼앗길까 근심만 하게 되는 원인”이라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는 “처방·조제에 매여 약국을 운영하기에는 자존심이 많이 상할 것 같다”며 ”비록 개국 경험은 아직 없지만 약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선다면 사회적 대우는 물론, 약사직역도 넓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약사의 경우 화장품 회사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누구보다 약국화장품의 활성화를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해 있다.

일반적인 화장품 방문 판매보다 화장품 회사에서 쌓은 지식과 약사의 전문성이 결합된 설명이 이뤄진다면 제공정보의 질적 차원이 다를 뿐만 아니라 고객 신뢰 등 그 효과도 클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 약사의 창의적인 약국은 처방·조제에서 얽매인 구조에서 벗어나 약사의 전문성을 다방면에서 살릴 수 있는 약국의 모습을 당차게 그리고 있는 셈이다. 어쩌면 정 약사가 생각하는 창의적인 약국의 경영은 이 땅의 모든 약사들이 해보고 싶은 약국일지도 모른다.

정 약사는 “언제 약국을 시작할지는 모르지만 반복되는 업무의 연속인 현실에 안주하는 약국이 아니라 나날이 새로워지고 발전할 수 있는 창의적으로 약국을 운영해보고 싶다”며 “아모레퍼시픽에서 일하고 있는 경험이 향후에 뒷받침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