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경영 첫 출발은 ‘환자 신뢰’

경기도 광명시에서 남촌약국을 30여년째 운영하며 항상 열심히 살아가는 장춘희 약사(성대약대 71)가 다음 릴레이 인터뷰 대상자로 경기도 고양시 새일산약국 최일혁 약사(성대약대 81)를 추천했다.

“약국경영 노하우는 특별한 것이 없다. 언제나 건상상담을 통해 환자들과 신뢰관계를 갖는 것이 지난 20여년간의 노하우면 노하우라고 할 수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새일산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최일혁 약사는 20여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곳에서 의약분업의 세파에도 지역주민과 지금까지 함께 해오고 있다.

지역주민 가족 건강관리상담에 집중
당연히 새일산약국을 찾는 단골손님도 곳곳에 많은 것도 사실. 이러한 기반은 그냥 시간이 만들어준 것은 아니다.

다소 한가한 저녁시간에는 맨투맨으로 30~1시간씩 건강상담에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환자 개인 뿐만 아니라 가족의 건강관리까지 챙기니 쌓이는 신뢰는 두텁기만 하다.

최 약사는 “상업적 목적으로 환자에게 가족들의 건강상담을 하지는 않는다”며 “약사와 환자의 관계 속에서 건강에 필요한 내용들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내로부터 상담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는다고 타박을 받기도 하지만 지역주민과 오랜 시간 유대관계를 맺어오는 그만의 방식이다.

이렇게 쌓은 신뢰관계는 환자의 요청으로 상담과정에서 구매가 발생하기도 한다는 게 최 약사의 설명이다.

오죽했으면 동네 반상회에서까지 최 약사의 약국을 이용하자는 주민 의견이 나왔다. 의원 바로 밑 문전약국의 변두리에 있었던 최 약사의 약국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은 이러한 노력의 결과가 아닐까.

인생의 변곡점 ‘농구선수’ 스카우트 탈락
최 약사는 성대약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해 약물학을 전공해 1991년 석사를 받았다. 공부가 자신의 길이라고 생각하고, 원대한 포부를 품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초중고 시절을 보낸 ‘시골 청년’에게 계속적인 학업보다는 생계를 위해 현실로 뛰어들어야 했다.

약사로서 첫 사회생활은 중외제약 연구소에 시작했다. 길지는 않았지만 이 연구소에서 평생의 반쪽을 만났으니 잊지 못할 추억들이 살아있는 곳이다.

최 약사 인생의 최대 변곡점은 춘천 봉의초동학교 시절이다. 놀랍게도 최 약사가 농구선수 ‘가드’ 출신이란다. 주변 사람도 농구선수 출신이라는 말에 눈이 휘둥그레진다니 충분히 이해도 간다.

봉의초 농구선수시절 우승컵도 들어올렸다. 봉의초 우승 멤버들이 당시 농구팀이 있던 춘천중학교로 진학했지만 최 약사는 운 나쁘게도 그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어린 마음에 상처도 컸다는 게 최 약사의 기억이다.

썩어도 준치란 말이 있다. 최 약사가 대학과 중외연구소 시절 농구선수 출신이라는 전력이 시합에서 빛을 발할 수밖에 없는 일은 당연지사.

중외제약 사내 농구시합에서 항상 부진했던 연구소가 최 약사의 영입(?)으로 우승을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제약사 연구소간 시합에서도 우승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재밌는 것은 최 약사가 농구선수 출신이라는 사실은 아무도 몰랐다. 자신도 초등학교 때 농구를 했다는 말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 조제실 앞에 붙은 소리 없는 외침 '법인약국 반대' 포스터

법인약국은 약사 생존이 달린 문제
그러나 최근 법인약국 문제로 최 약사의 마음도 갑갑하다. 왜냐하면 법인약국은 불법인 면허대허 약국을 합법화하는 셈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 약사는 “법인약국이 허용되면 대기업들이 마두역, 주엽역 등 고양시 요지에 들어서 동네약국들은 사라질 것”이라며 “중소도매상 등은 병·의원 근처 약국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법인약국은 약사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단순히 집단이기주의로 몰아서는 결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제실 앞에 붙어있는 대한약사회와 약준모의 법인약국 포스터가 최 약사의 마음을 대신하는 듯 했다.

그는 고양시에서 DUR사업단장도 맡아 시범사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래서 현재 DUR이 확대가 정체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최 약사는 “DUR은 의·약사에게 행정업무가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게 없지만 국민의 안전한 약물 사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스템”이라며 “DUR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이같은 대국민 서비스행위에 대한 보상이 이뤄져 한다”고 강조했다.

항상 의·약사의 희생만을 요구하는 정책은 달갑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약 DUR문제도 제대로 확산되고 있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최 약사는 “DUR은 의·약사 힘을 모아 책임감을 갖고 발전시켜야할 시스템”이라며 “정부도 수가 등으로 보상해 체계적으로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