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약지도시 식생활 정보는 일석이조”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동네 사랑방 역할을 충실히 담당하고 있는 나리약국 정문경 약사(중대약대 82학번)가 다음 주자로 동기동창이자 약물 복약지도와 식이요법 등을 병행해 지역 주민들로부터 무한 신뢰를 받고 있는 은평구 열린약국 이양란 약사(중대약대 82)를 추천했다.

“콜레스테롤 조절을 위해 삶은 계란 3개를 드실 때 노른자는 1개만 드세요. 흰자는 단백질이기 때문에 다 드셔도 괜찮습니다. 우유도 피하시고요.”

은평구 열린약국 이양란 약사가 환자에게 이처럼 신신당부한다. 환자에 대한 복약지도시 결코 빼먹지 않는 것이 음식에 대한 이야기다.

만성질환자 식생활 개선은 필수
이양란 약사는 중대약대를 졸업하고 약국을 바로 개설하지 않았다. 틈틈이 관리약사를 해오다가 지난 2010년 은평구보건소 주변에 열린약국을 개설한지 4년이 지났다.

이 약사가 중대약대 82학번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공백기가 길었던 것은 사실이만 그 사이에 자신만의 내공을 쌓았다. 다름 아닌 ‘음식’이다.

그래서 이양란 약사의 복약지도에는 의약품 정보와 더불어 음식 이야기, 즉, 환자의 식생활 개선에 대한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특히, 이 약사의 약국을 찾는 환자들의 90%가 보건소 처방으로 이들 대부분이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 등 환자이거나 이들 만성질환을 여러 개 갖고 있는 노인환자들이라 식생활 개선은 필수적이다.

이양란 약사는 “만성질환자들에게 의약품 복약지도도 필요하지만 올바른 식생활 개선을 위한 정보도 중요하다”며 “노인 환자들이 의외로 음식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지혈증이 있어서 나름대로 고기는 먹지 않는다면서 빵과 국수는 먹고 있었다”며 “고기는 삶아서 드시면 괜찮다고 설명해주고 반드시 빵과 국수를 피하라고 권하면 몰랐던 사실에 환자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노인환자들은 고지혈증 때문에 무조건 고기를 피해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오히려 근육이 쇠퇴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질환별 식이·운동요법 약국에 비치
이 약사는 이러한 올바른 식습관에 대한 이야기를 지방간, 역류성 식도염, 당뇨 등에 대한 식이요법을 약국에 붙여놓고 상담 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필요한 환자에게는 프린트물로 전달하기도 한다.

단적인 예로 당뇨병 환자에게는 GI 혈당지수표를 보여주며 당뇨에 나쁜 음시과 좋은 음식을 하나하나 짚어주고 있다.

이 약사는 “올바른 식습관으로 질병의 반은 치료가 가능할 정도로 음식이 중요하다”며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는 말처럼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아 좋은 음식은 약과 같은 효능을 낸다”고 강조했다.

▲ 약국 한켠에 붙어있는 각 질환별 음식·운동요법 팁들

최근에는 우리 사회도 식생활이 선진화돼서 젊은층에서는 조미료를 적게 먹거나 저염식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넓어졌지만 노인들에 올바른 식생활을 전파하기 위한 게 이 약사의 마음이다.

이 약사는 “노인 환자들은 복용할 약도 많고 복잡해서 어려워하는 게 사실이다”며 “의약품 복용과 함께 올바른 식생활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의약품 복용과 함께 음식조절이 이뤄진다면 질병에 대한 치료효과가 훨씬 빨라지고 단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에게 선물받은 사자성어 如龍得水
그는 “비록 현대인들이 바쁜 일상에 알면서도 음식을 잘 챙기지 못하더라도 음식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고 있으면 언제든지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도 크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이 약사의 마음이 환자에게 닿았을까? 한 환자는 자신이 직접 쓴 사자성어 서예를 액자에 담아 이 약사에 선물로 안겼다.

여룡득수(如龍得水). 용이 물을 얻은 것과 같이 ‘만사형통’하라는 뜻으로 약국에 잘 맞는 것 같아 약국 벽에 걸어놓았다.

이양란 약사는 약국을 찾는 노인환자들에게 건강을 드리고 노인환자들에게 인생을 배웠다. 그는 “노인들이 80 평생을 살면서 겪었던 성공 또는 실패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들면서 때로는 재미있고 안타깝기도 하지만 노인들을 다시 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약사가 참 좋은 직업이라고 평한다, 어떤 직종도 노인들과 건강을 매개로 밀접하게 상호 교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호교감이 열린약국을 찾는 노인환자들은 이양한 약사에게 무한 신뢰다. 시골에 내려가야 하는데 청심원을 먹고 가야하는지 터놓고 물어볼 정도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