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 강남구 천사약국 이승희 약사(중앙대약대 98)에 이어 강남구 논현동에서 경은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전보나 약사(중대약대 03)가 릴레이 주인공으로 추천됐다.

▲ 전보나 약사(경은약국).

전보나 약사가 운영하는 경은약국은 강남구청역 인근 클리닉 건물의 3층에 위치하고 있다. 원래 다른 약사가 경영하던 약국을 전 약사가 인수해 운영한 지 4년이 됐다.

약국을 경영하기 전에는 대형약국의 근무약사와 병원 등에서 생동성시험 관리약사로 근무해 왔다. 이제는 자신의 약국에서 '자기 환자'를 돌볼 수 있어 좋다는 전 약사.

그 장점 중 하나는 '층약국'이라는 입지조건이다. 많은 손님들을 대상으로 하는 1층 약국에 비해 환자 수는 다소 많지 않지만, 인근에 있는 클리닉의 단골 손님들을 중심으로 조제를 하다 보니 복약지도를 더 충실히 할 수 있다.

"약국을 경영하기 전에는 층약국을 하지 않으려고 했고, 추후 1층으로 옮기려는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막상 경영하다 보니 생각보다 좋은 점이 많습니다."

또 인근 클리닉에서 처방전 약을 조제받으러 온 손님들이 증상과 관련해 일반약을 구입하거나, 인근 주민들이 상비약을 구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내 손님에겐 필요한 약만 드리고 싶어"
일반약 손님을 받다 보면 약국장으로서 매출 향상에 욕심을 낼 만도 하지만, 전 약사는 필요한 약만 판매하는 편이다.

"직접 운영하지만 매출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여유있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약만 드리고 있어요. 제 손님이니까 필요한 것만 드리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것 때문에 오히려 재구매를 하러 오시는 손님들도 있어요."

전 약사의 이같은 생각에 영향을 준 사람이 있다. 인근 이비인후과의 원장이다. 여느 문전약국처럼 인근 병원가와의 갈등은, 전 약사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비인후과 원장의 적절한 처방 덕택이다.

"인근 이비인후과 원장님은 기본적이고 환자에게 꼭 필요한 약만 처방하세요. 환자가 목이 아프다고 해도 염증이 없다면 기침이 많아서 생기는 일시적 통증임을 진단하고, 다른 약으로 통증을 완화토록 하는 '정석대로'의 처방을 합니다. 또 비싼 약도 잘 처방하지 않아서 오히려 환자들이 약값이 왜 이렇게 싸냐고 묻기도 하죠."

심지어 몇몇 65세 이상 환자들은 건강보험 혜택으로 1,000원 남짓의 약값을 받아 도리어 의사와 약사를 걱정(?)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라고.

이 의원 원장은 많은 문전약국의 속을 태우는 '빈번한 제약회사 변경'도 잘 하지 않는다. 덕분에 약국에 손실을 초래하는 불용재고도 덜 발생하는 편이다.

"원장님은 저를 딸처럼 챙겨 주세요" 덕분에 전 약사는 종종 원장과 부녀지간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일반약에도 중요한 복약지도
전 약사는 처방전을 입력하는 순간부터 복약지도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대형 약국에서는 직원이 처방전을 받아 약사가 조제와 복약지도를 하고, 계산은 다시 직원이 하는 형태지만 전 약사는 '나홀로 약사'인 만큼 혼자서 모든 과정을 다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 약사는 나홀로 약사라서 더 충실한 복약지도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처방전을 입력하면 환자의 재진료 상황과 부작용 등의 기록을 열람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조제 및 복약지도에 참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을 자주 가는 환자들은 먹지 않은 약을 쌓아두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새로 받는 약이 이전 약을 다 먹고 나서 먹어야 하는 것인지 같이 복용해도 되는지 먼저 확인시키고 있습니다"

전 약사의 남다른 의무 중 하나는 모든 판매에 복약지도를 제공하는 것이다. 심지어 복약지도를 꽤 성실히 하는 약사들도 잘 하지 않는 드링크제를 판매할 때도 간단한 복약지도를 덧붙인다.

"박카스, 까스활명수를 팔 때도 다른 약을 복용한 적이 있는지, 카페인 과다 섭취를 삼가야 한다든지의 주의사항을 손님에게 전해 주고 있어요. 약사들이 처방전에 붙는 700원의 복약지도료에 대한 의무로 하는 게 아니라, 양심에 따라서 이야기해 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복약지도는 소비자들이 별 생각 없이 먹게 되는 일반약에 대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TV 선전 등으로 접하고 쉽게 섭취해 오,남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약사는 그 예로 사탕 형태의 목감기약 스트렙실을 들었다. 사탕처럼 쉽게 녹여 먹는다는 특성 때문에 환자들이 '목을 청량하게 하는 과자'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때문에 잘못된 용도로 복용을 하거나 과다 섭취하교 효과가 없다고 하는 손님들도 있다. 이들에게 스트렙실도 엄연히 '약'이라고 알려 주면 놀라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일반약에 대한 올바른 복용법 안내가 필요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전보나 약사의 경은약국은 건물 3층에 위치해 인근 클리닉의 처방전 손님을 주로 받는다.

'생동성실험' 믿고 대체조제 활성화되길
전 약사는 약국을 경영하기 전 의료기관에서 생동성시험 관리약사로 근무한 적이 있다. 식약청에서 철저한 과정을 거쳐 인증되는 안전한 시험이지만, 아직도 의료현장과 국민들 사이에서 충분히 신뢰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성분명처방이 어렵다면 대체조제라도 활성화되길 바랍니다. 약사들이 아무리 홍보해도 국민들은 잘 알지 못하거나 여전히 부정적이죠.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생동성시험을 실시하는데 대체조제가 활성화되지 않으니 돈을 들인 의미가 없고, 제약회사로서도 손해에요. 국가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의약품 중복처방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DUR에도 아직 한계가 있다고 전 약사는 지적한다.

"같은 항생제라도 페니실린 계열, 세파계열 등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다른 계열의 항생제를 여러 곳에서 동시에 처방받아 왔을 경우에는 아직 중복처방으로 걸러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경력은 짧지만, 사람들이 아플 때 가장 먼저 찾는 약사로서 그 자부심은 누구보다 강하다.

"약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아졌으면 해요. 이를 위해서 약사회 차원의 홍보도 필요하지만, 개인 약사들이 복약지도를 철저히 하는 것이 가장 먼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