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직원 관리가 약국경영 첫 걸음"

지난호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 강남구 일번지약국 신명숙 약사(중앙대약대 95)가 강남구 일원동에서 10년째 천사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이승희 약사(중앙대약대 98)를 다음 릴레이 주자로 추천했다.

삼성의료원이 있는 일원역 주변 한 빌딩에 7개 약국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중에서도 눈에 띠는 ‘천사약국’은 가장 작은 몸집을 갖고 있지만 그 내실은 어느 약국 부럽지 않다.

천사약국 이승희 약사는 10년째 약국을 경영해오고 있다. 중대약대를 졸업하고 얀센에서 영업사원으로 약 1년간 근무하면서 언론고시 등 다른 영역을 두드리고 있었지만 마침 약국자리가 나면서 재빠르게 찜했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매년 약국직원 가족 동반 워크숍
이승희 약사는 “약국자리를 한 번 놓치면 1년을 기다려야 되는 경우도 있어 바로 덤벼들어야 한다”며 “당시 언론사 최종면접을 남겨놓고 있었는데 때마침 약국자리가 생겨 일단 계약서부터 쓰고 차후를 고민하기로 결정했다”고 회상했다.

결국 방송국에서 약사의 전문지식을 펼치려는 포부는 요 ‘약국자리’가 눈에 밟혀 접어야만 했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 그만큼 지금의 약국생활이 즐겁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현재 천사약국의 직원수은 13명. 풀타임 약사 4명에 파트타임 약사 2명이 돌아가면서 약국업무를 보고 있다. 사실 13명의 직원이 한꺼번에 있기 어려울 정도의 약국 크기지만 마음과 여유만은 넓다.

이승희 약사는 “약국 직원을 뽑을 때 이야기를 들으면 이전 근무약국에서 형편없는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을 느꼈다”며 “비록 약국들이 예전과 달리 어렵다고 하지만 약국 직원들의 처우나 복지가 많은 부분에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국도 직원이 잘 돼야 약국도 잘 된다는 것. 그래서 천사약국에는 장기 근무자들이 많다. 이 덕분에 약국 매출은 줄어들어도 급여는 갈수록 올라간다는 게 이 약사의 고민(?)이다.

이 약사는 “약국을 단순히 장사라고 생각한다면 약국을 접어야 하지만 약국 운영을 통해 얻는 것이 더 많다”고 말했다.

출산휴가도 지급···대부분 직원이 장기근속
천사약국은 5년 전부터 매년 주말을 이용해 직원 워크숍을 다녀온다. 첫 워크숍은 제주도였다. 당시 직원 가족들도 함께 동반해 인원도 40여명에 달했다.

이어 남도를 일주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중국과 대만으로 해외 워크숍을 가졌다. 올해도 해외 워크숍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약국 직원들이 나서 이 약사를 뜯어 말리고 있단다. 약국 매출을 생각해서 국내로 눈을 돌리자는 직원들의 충언(?)인 셈이다.

지난해 대만에서 워크숍을 떠났을 때도 직원들이 현지에서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고 말렸다니 천사약국의 분위기는 여느 약국과 사뭇 다르다.

천사약국의 직원들은 휴가도 충분히 받고 있다. 기본 휴가가 평균 10일 정도를 제공하고 있어 금요일에 반차나 월차를 사용할 수 있고, 토요일에는 3~4주에 한 번 정도 당직을 서면된다. 출산 휴가도 유급으로 준다.

이 약사는 “약국 직원들이 순환식으로 근무하면 인건비가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다”며 “열악한 약국근무 환경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처우와 복지 개선은 약국들이 고민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 지난 2011년 중국에서 가진 약국직원 워크숍

약국 개설 당시 강남구 최연소 개국
이 약사는 천사약국 외에도 올리브영을 5년째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본사에서 직영했지만 가맹점 형태로 바뀌면서 1호 가맹점이 됐다.

이 약사는 “가맹점은 직원에서부터 제품·영업 등 모든 관리를 가맹주가 하고 있지만 직원 관리만 제대로 된다면 크게 힘든 것이 없다”며 “약사들이 약국 경영이나 직원관리에 소홀한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천사약국을 이승희 약사가 개설한 것은 24살 때의 일이다. 강남구 최연소 개국약사였던 것. 당시 내방객들이 새파란 이 약사의 모습에 당황해 최대한 나이가 들어보이도록 부단히 노력까지 했다.

약사가운 안에 나이가 들어보니는 정장을 입고, 높은 구두에 빨간 립스틱에 이르기까지 일단 나이가 들어보이는 수단을 총동원한 셈이다.

약국도 주변 약국보다 가장 먼저 열고 가장 늦게 닫았다. 보통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약국 문을 열었다. 이렇다보니 때때로 늦게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청소년들의 진로상담(?)도 해줬단다.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이승희 약사는 여전히 젊은 약사 축에서 들어간다. 사회에 진출해 어느 자리를 가던 막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최근 강남구약사회에 보험정보위원장 직함으로 임원에 합류하면서 더 이상 막내가 아니라 끝에서 두 번째라는 점에서 위안을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