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 강남보선약국 송희경 약사가 강남구의 또다른 지역 건강지킴이 지영온누리약국 백만자 약사에게 릴레이 바톤을 넘겼다.

▲ 지영온누리약국 백만자 약사

몸과 마음의 병 치유에 최선 다한다

백만자 약사(조선대약대 63학번)는 강남구 대치동에서 32년간 지영약국을 운영해오고 있다.

오랜 시간 지역주민들의 건강지킴이 역할을 담당해온 백만자 약사에게 약국을 찾는 고객들의 상당수가 가족같은 존재들이다. 정을 쌓아온 단골고객들은 이제는 눈빛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가 됐다는 백 약사.

의약분업 이후 처방과 조제가 나뉘어지면서 고객들의 접근 패턴이 많이 달라졌지만 요즘도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간 후에도 종종 약국을 다시 찾아오는 단골고객들이 있는 이유다.

지역주민들과 돈독한 정을 나누고 있는 백 약사는 늘 약국을 찾는 모든 환자들이 몸과 마음의 병을 제대로 치유할 수 있도록 도우려고 노력한다.

“고객들 중 불필요한 약을 복용하려고 하면 왜 그럴 필요가 없는지를 설명해 주곤 해요. 또 귀찮다는 이유 등으로 먹어야 할 약을 먹지 않는 이들에게는 가장 적절한 약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또한 “마음의 병을 앓는 환자가 많다. 약국의 찾는 환자들은 50%가 몸의 문제라면 50%의 마음의 문제로 온다. 이들에게 정신적인 교감을 통해 마음의 병을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스트레스를 받거나 신경이 약한 고객들은 그들이 답답해 하는 얘기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해주고, 그 얘기를 잘 들어줄 때 만족감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드럭스토어형 오픈매대 젊은층에 인기

백 약사는 최근 매약 중심의 약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온누리약국체인에 가입했다. 드럭스토어 형태로 약국을 변화시키기 위해서였다.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데는 익숙하지 않아요. 그러다 드럭스토어에 관심을 가지고 됐죠. 특화된 건강기능식품 등 약국체인만의 제품을 들여놓고 나니 주변 약국들과 가격문제로 부딪힐 일이 없어 마음이 편해졌어요. 매달 듣는 강의도 많은 도움이 되구요.”

그는 “체인 가입 후 오픈매대를 설치하면서 자연스럽게 매출도 상승하고 있다”며 “특히 젊은층 고객들을 중심으로 의약외품, 드링크류 등을 직접 고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아한다”고 말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약국을 계속 경영하고 싶다는 백 약사는 지영약국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9시에 밤 10시까지 약국을 연다. 주변 상가들이 늦게까지 문을 열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약국문을 열어두는 것.

그나마 파트타임 약사가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오전에 약국에 있기 때문에 개인적인 볼 일을 볼 수 있다.

약사는 천직…봉사정신으로 약국 운영

백 약사는 “약사라는 직업은 천직인 것 같다. 많은 매출이 이뤄나진 않지만 돈 벌겠다는 생각을 가졌다면 약국을 운영하지 못할 것이다. 봉사하는 마음으로 약국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일주일에 6일을 밤 10시까지 약국문을 여는 이유도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의약분업 이후 의·약사의 업무가 비협조적인 관계로 형성되면서 환자들의 치유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데 대해선 아쉬움을 드러냈다.

백 약사는 “공부한 만큼 적용이 안되는 부분은 아쉽다. 처방전을 보면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상담과 복약지도를 하면서도 미진한 부분을 느낀다”며 “다른 나라의 경우 약사와 의사가 협조하는 환경이 조성돼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아서 회의를 느낄 때도 있지만 약사가 천직이라는 믿음은 변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올해 우리 나이로 70세가 된 그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약해 보인다는 소리도 종종 듣곤 하지만 해야 할 일은 꼭 해내고마는 다부진 성격이다.

“주변에서는 오뚜기같다고들 해요. 힘들어 하는 것 같은데 다음날이면 또 다시 원래의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죠. 정신력이 강해서 그런 것 같아요. 해야 하는 건 고지식할 정도로 해내는 성격이거든요.”

앞으로 시간이 허락한다면 불교 공부를 하고 싶다는 백 약사.

“지금도 시간이 날 때면 법문을 많이 들으려고 하고, 명상과 참선을 하고 있어요. 다만 한 가지 일에 충실하려고 하면 다른 일을 못하는 성격이라 지금은 약국 일에 충실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약사를 천직으로 알고 꾸준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나가는 백 약사의 모습에서 약사사회의 밝은 미래가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