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 진약국 김재선 약사가 동문 선배이자 매월 의료봉사 활동에 참여하면서 북한산을 마음에 품고 있는 송파구 이화온누리약국 한정순 약사에게 릴레이 바통을 넘겼다.

▲ 한정순 약사

10년간 동네 사랑방 역할 ‘톡톡’

한정순 약사(이화여대약대 72)가 현재의 자리에 이화온누리약국을 개국한 것은 2003년, 올해로 만 10년이 됐다.

한 약사는 약대를 졸업한 후 병원 약제부서에서 1년반 가량의 직장생활을 했고, 결혼을 한 뒤에는 지인들의 약국에서 파트타임 약사로 근무했던 것이 약국생활의 전부다. 그러다 이화온누리약국을 개국했으니 개국약사 생활도 꼭 10년째를 맞았다.

10년간 한곳에서 약국을 운영하면서 수많은 환자들을 만나왔고, 그들과 더 잘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려고 노력했다.

“약국을 찾는 환자들의 얘기를 가능한 한 많이 들어주려고 해요.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아픈 경우가 많거든요. 삶이 어렵다는 얘기를 듣다보면 제가 신앙을 가지고 있다보니 같이 기도드리기도 하구요.”

“음식을 조심하셔야 돼요. 약도 중요하지만”, “몸이 힘들었나봐요. 입술도 다 갈라졌네요”, “약은 잊어먹지 말고 꾸준히 드세요. 과식은 하지 말고 체중도 좀 빼고 운동도 많이 하시구요” 등 한 약사가 환자들에게 건네는 말들에서도 사람 사이의 정을 느끼게 한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약국에 놀러온 고객’이 한동안 자리를 지키는 것을 보면서 동네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던 의약분업 이전 약국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바쁘게 약국을 경영하던 한정순 약사는 2008년 몸이 크게 아프고 나서 약국일을 하는 시간을 줄였다. 병원이 빠져나가면서는 약국규모도 절반 가량으로 축소했다.

“한번 아프고 나니 몸을 추슬러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약국근무시간도 좀 줄이고, 여유를 가지려 노력하죠. 근무약사가 오후 3시까지 약국 근무를 하시고 저는 오후에 약국 일을 보고 있죠. 몸을 생각해서 시간이 날 때마다 많이 걸으려는 노력도 하고 있구요.”

한 약사는 “약의 전문가인 약사로서 공부를 지속해야 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지만 체력적인 부담도 있고, 약국 일도 봐야 해서 야간에 진행되는 송파구약사회 강의도 듣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매월 무료투약 봉사활동 참여

한정순 약사는 매월 셋째주 일요일에는 자신이 다니는 교회를 벗어나 곤지암교회를 찾는다. 2002년부터 시작하게 된 외국인 대상 의료봉사 활동을 위해서다.

교회에서 환자의 진료와 처방조제에 필요한 공간을 제공해주는 등 편의를 봐주고, 인근에는 필리핀 노동자 등 의료혜택을 보지 못하는 어려운 이들이 많아 봉사활동의 장소가 됐다는 설명이다.

한 약사가 의료봉사에 참여하겠다는 결심을 한 계기는 교회에 나갔을 때 주변에서 약사가 없어서 걱정이라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교회에 갔는데 의료봉사에 참여할 약사가 없어서 걱정이라는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그럼 내가 해보자는 생각에 지원하게 됐죠. 지금은 의료봉사에 참여하는 약사가 5명이예요. 매주 교대로 봉사에 참여하고 있죠. 특히 제가 참여하는 셋째주에는 장기처방을 받는 환자들이 오는 날이라 다른 약사 한분과 같이 조제를 담당하고 있어요. 너무 힘들 때나 아플 때는 다른 약사분들이 서로 교대로 해주시기도 하구요.”

매월 1번씩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의료봉사 활동을 해오면서 힘들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에 “조그만 일이지만 기쁨을 느낀다”는 현답이 돌아왔다.

마음에 북한산을 그리다

한정순 약사는 마음 속에서는 늘 북한산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을 전후에 친구들과 매주 올랐던 북한산. 그 이야기를 하는 한 약사의 얼굴에 밝은 미소가 담긴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주 친구들과 북한산을 찾았죠. 홍대에서 미술을 전공한 친구들의 권유로 북한산에 올라 함께 못 그리는 그림이지만 그려보곤 했어요. 원래 산을 좋아했는데 그렇게 몇 년을 다니다보니 점점더 산이 좋아지더라구요.”

한 약사는 “2003년 약국을 개국한 이후에도 일주일 중 하루는 약국일을 빼고 친구들과 산을 찾았다”며 “그런데 약국을 경영하다보니 혼자 산을 내려오거나 저 때문에 저녁이면 산을 내려와야 하는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등산을 그만두게 됐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정순 약사는 “친구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 같다”며 “지금도 친구들과 함께 북한산에 오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