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한 한방 약력관리가 경쟁력"

지난호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 목화약국 박영호 약사(이화여대약대 76)가 동의공동한방체인에서 함께 한방공부를 하고 있는 송파구 가락약국 송은보 약사(이화여대약대 81)를 추천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가락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송은보 약사는 20여년째 한약을 해오고 있다. 약국 매출이 일반과 처방조제가 50대 50일 만큼 한약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그런데 송 약사가 한약과 인연을 맺은 계기는 남다르다. 5년 전 송 약사의 어머니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돼서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이었다. 그러나 차도가 보이지 않았다.

20년간 한방 약력수첩만 수십 권
고민스럽던 상황에서 동의공동한방체인의 임교환 박사 권유로 한약을 쓰면서 어머니의 병이 완쾌가 됐다는 게 송 약사의 말이다.

게다가 3년 전에는 어머니가 스트레스에 따른 급체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어 큰일을 치룰 뻔했다. 그러나 송 약사의 한약은 어머니의 병을 고쳐냈다. 당신의 믿음도 딸에 대해서는 남다르다.

그래서 송 약사는 한약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한약에 몰입한 계기가 어머니로부터 시작됐지만 직접 체험하면서 한약의 새로운 진면목을 체득했기 때문이다.

특히, 송 약사가 20여년간 한약을 하면서 그동안 약국을 찾아왔던 환자들의 한방 약력기록들을 한 명도 빠짐없이 꼼꼼하게 기록해왔다.

그 수첩만해도 수십 권. 송 약사는 “과거에 어떤 한약을 지어갔는지 쉽게 알 수 있다”며 “몇 년 뒤 다시 찾아와도 과거 상담 및 복용사례, 몸 상태 등을 파악할 수 있어 환자에 가장 필요하고 맞는 한약을 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수첩의 약력기록의 전산화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다. 환자 이름을 ‘가나다’ 순으로 문서파일로 정리하면서 앞으로는 수첩을 뒤적이는 수고는 덜게 됐다.

병의원 처방조제 의존해서는 안돼
송 약사는 “젊은 약사들이 한약을 쓸 수 있는지도 잘 몰라 약국한약 침제기에 빠져 있다”며 “초제가 아닌 과립제는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약에 대해 관심을 갖고 꾸준히 공부하는 등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 이상 병의원 처방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게 송 약사의 생각이다. 송 약사는 “가장 많은 환자를 갖고 있던 병의원 3곳이 이사를 가도 오히려 내방환자가 많아졌다”며 “시간이 갈수록 단골이 늘어나 병원 이사 여부에 전혀 타격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실 병의원 이사 때문에 약국이 타격받는 현실을 생각하면 남다르다. 송 약사에 따르면 주로 오전에는 처방환자가 많지만 오후에는 상담 환자가 주로 약국을 찾는다.

무엇보다 송 약사는 한약에 대한 꾸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여유를 갖고 평생공부라고 생각하면 한약에 대한 자신감은 자기도 모르게 자리 잡고 있을지도 모른다.

송 약사의 한 단골손님도 가락약국의 한약에 대해 입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다는 이 단골손님도 약사 출신이다. 그는 “아무래도 양약은 한계점을 갖고 있다”며 “한약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 약사는 “몸에 열이 많아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두통은 진통제를 복용해서는 안 된다”며 “생약을 주면 늦더라도 훨씬 좋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제주도 자전거 라운딩에 나선 송은보 약사

이렇다 보니 송 약사의 약국은 지역 건강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는 “지역주민들이 병이 커져서 큰 병원에 가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게 약국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송파구약사회 동호회 활성화 노력
송은보 약사의 한약에 대한 열정만큼 송파구약사회 동호회 활동에도 애정적이다. 오랜 시간 좁은 약국공간에서 갇혀(?)있는 약사들에게 동호회는 삶의 활력소인 셈이다.

지난 2011년에는 탁구동호회 ‘팜앤택’을 만들어 매주 모임을 갖고, 다른 지역약사회와 교류전도 벌이고 있다. 자칭 ‘에이스’란다.

그 에이스가 동호회 멤버 중 가장 빨리 탁구 실력이 늘었다는 것. 너무 재미있어 시간가는 줄도 모를 정도라니 믿을만한 정보다.

송 약사는 “약사회 동호회를 통해 회원들간의 친목도모는 물론,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된다”며 “약사회에 대한 소속감도 커지닌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약국에서 쌓인 스트레스는 스매싱 한 방이면 충분하다.

최근에는 자전거 라운딩에 흠뻑 빠졌단다. 지난해 12월 자전거로 제주도를 일주하는가 하면 지난달에는 경남 통영 욕지도를 다녀왔다.

2월에는 전남 완도 청산도를 자전거로 일주한다고 하니 청산도에서 보내온 송 약사의 전보를 기대해봄직하다.

그래서 송은보 약사에게 약국 공간이 즐겁다. 약국 한 켠에서 음악마저 흘러나오는 곳이 송 약사의 ‘가락’약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