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다나약국 이시영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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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다나약국 이시영 약사“후배 약사들, 일반약 공부해야”

박예슬 기자 | tcw1994@chol.com

승인 2012.12.21 13:11:01

대한약사회관 앞 서울고등학교 근처에는 17년째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동네약국, ‘다나약국’이 있다. 이시영 약사(이대약대 76)가 경영하는 이 약국은 다소 특별하다. 함께 약국을 경영하는 고경희 약사가 이 약사의 손위 시누이기 때문이다.

시누이간 갈등을 겪었을 법도 한 상황이지만, 이 약사는 약국을 경영하며 갈등 같은 건 없었다고 말한다. 이 약사에게 시누이인 고 약사에 대해 물었다.

“연세가 있어서 신뢰가 가요. 약사로서 약에 대한 자부심도 강하시고, 학구적이신 분이라 한약 등 여러가지 분야로 공부도 많이 하세요. 요즘은 그 연세에도 사주공부를 몇 년째 하고 계세요.”

이 약사에 따르면, 고 약사의 사주실력은 ‘가게를 하나 차려도 될 수준’이라고. 약국을 찾은 손님들이나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의 사주를 봐 주기도 한다.

매일 저녁 9시 반, 늦은 시간까지 약국 문을 열어온 생활을 17년간 이어올 수 있었던 것도 두 사람이 함께 의지하며 동업해 온 덕분이라고 말한다.

이같은 약국 업무를 하면서도 이 약사는 대한약사회 대외협력단장과 서초구약사회 부의장으로 활발하게 활동해 왔다. 특히 올해는 부의장으로서 구약사회의 크고작은 총회를 진행하면서 많은 일을 경험했다.

그에게도 쉽지 않았던 올 한해였다. “가장 힘든 해였어요. 자괴감도 많이 느끼고. 의약품 슈퍼판매를 막기 위해서 심야약국도 열심히 하고, 시위도 하고, 동네 주민들 반대서명도 받는 등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판에 갑자기 반전이 일어났을 땐 너무 허탈했죠.”

이 약사는 이때 수십 년 약사로 살아오면서 단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생각, ‘약대를 괜히 갔나’라는 후회를 처음으로 하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 “더 이상의 품목이 수퍼마켓으로 나가는 것을 막아야 하고, 약사의 지위를 올리기 위해서 약사 스스로의 힘을 기르고, 약사회 지도부가 잘 해야 하겠죠.”

얼마전 치러진 약사회장 선거로 집행부가 교체된다. 이 약사는 새로운 집행부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더이상 복지부의 ‘시녀’가 아닌, 나름의 신념을 갖고 회원들을 외풍으로부터 지켜줄 집행부가 되길 바랍니다. 이번에 당선된 새 회장은 회원들이 바라는 이런 역할을 잘 해낼 거라고 믿어요.”

손님들과 함께 나이드는 약국
17년간 한 자리를 지킨 약국답게 단골 손님도 많다. 특히 어릴 때부터 약국을 찾다가 자라서 어른이 되고,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과정을 보면서 이 약사는 대견함을 느낀다.

“어릴 때는 약국을 자주 찾다가, 크면서 뜸해졌다가 오래간만에 약국을 다시 찾은 환자들에게 먼저 말을 걸어 주면, 약사가 자기를 기억해준다는 것이 반가워서 정겹게 이야기하게 되는 경우도 많아요.”

반면 약국을 자주 찾던 노인 환자의 발길이 뜸해져 부고 소식을 알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때는 내 일처럼 섭섭하고 안타깝다.

이 약사는 친해진 단골손님들에게 복약상담뿐 아니라 심리적 문제, 가정문제 등 개인적인 상담을 하게 되기도 한다. 이제는 연장자로서, 인생 선배로서 그들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해 주게 된다.

이 약사는 지난해 열린 서울시약사회 합창대회에서 듀엣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일반약 잡은 약사가 존경받아
이렇게 오랜 시간 약국을 경영해온 이 약사지만, 어려운 시간도 많이 겪었다. 이 약사의 약국 매출은 처방 6.5에 일반약 3.5 가량의 비율이다. 처방전 매출이 많아 주변에 있는 병원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