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한의학 책 대부분은 해설이 없이 한자로만 나열돼 있다. 이를 해설해 한약 지식을 의료인을 비롯해 국민들에게 나눌 것이다"

김길춘 대한약사회 한약정책위원(동의당약국)은 다양한 한의학 저서의 저자로 유명하다. ‘약선본초학(식생활과 건강’, ‘쉽게 배우는 경혈학 해설’, ‘김약사 당뇨병 홈런왕’ 등 12권에 이른다.

이들 저서는 일반인들도 쉽게 한의학을 이해하고 생활 속에 적용시킬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김 위원이 ‘한의학 전도사’로서 수많은 저서를 남긴 목적도 그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현재 김 위원은 대한약사회 약사통신교육과 ‘건강25시(kkc.153tv.com)’라는 사이트에서 당뇨병을 테마로 한 생활 한의학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김 위원이 방송 강의를 진행한 지는 벌써 5년째다. 의약인 중 가장 오랫동안 강의를 해 온 셈이라고 자부한다.

“당뇨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식사법을 중심으로 강의한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군신좌사’의 이론 아래 사람은 각자의 체질에 따라 식사를 해야 한다. 사람 치아의 앞니, 송곳니, 어금니의 배열에 따라서 먹어야 하는 음식이 결정된다.”

그에 따르면 사람의 앞니는 과일이나 채소를 먹기에 적합하고, 송곳니는 육류와 어류를 먹기에 적합하다. 마지막으로 어금니는 곡식을 먹기에 좋아 각각의 치아 갯수에 따라 먹는 음식 종류의 비율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그의 한의학 이론은 ‘식품’을 중심으로 탐구됐다. 우리가 먹는 많은 것들은 약리작용을 가지고 있는 만큼 식품과 약품의 경계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가 먹을 수 있는 모든 것은 식품이면서 약품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검은 닭고기는 식품이지만 오골계는 한약이다. 오골계는 강장제로 간과 신장이 허한 것을 보하고 위장의 원기를 북돋아 주는 성질이 있다.”

최초로 한의학 서적 해설·강의 나서
김 위원이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우리 한의학의 현실은 ‘제대로 된’ 한의학 서적이 없다는 것이다. 한문 원전을 그대로 인용할 뿐 한글로 풀이된 책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약재에 대한 책을 보면 ‘청열사화, 자음윤조’ 라는 식으로만 나와 있어 구체적으로 약리작용이 어떤지, 임상응용은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이를 개선해서 내 저서에서는 한글로 ‘성질이 차고 무독하다. 몸에 열이 있는 양체질에 좋다’는 식으로 쉽게 풀이했다”

김 위원은 이와 같은 다양한 저서를 바탕으로 강의를 펼칠 수 있다고 말한다.

약사들을 위한 한의학 강의를 펼치는 보람은 남다르다. “약사 자신과 가족, 이웃의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실질적인 지식을 가르치는 목적”이라고 전한다.

김 위원은 한의학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집필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실제로 포털 사이트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해 보면 한 언론사의 청탁으로 집필한 기행문 등이 검색 결과로 뜬다.

다양한 활동내역 만큼이나 전문 학위도 다양하게 취득했다. 경희대 약대를 졸업하고 중국 중의약대학에서 중국 한의학을 공부했으며, 신학대학원과 사회체육대학원에서 운동처방사 자격을 취득하기도 했다.

특히 한국체육대학교 재학 중에는 전체 수석을 차지하기도 했다고. 김 위원은 자신이 경영하는 약국에서 환자들의 건강 상담을 할 때도 이때 공부한 운동처방 지식을 동원한다.

“병원에서 의사들이 환자들한테 운동을 하라고 하지만 막상 자신들도 운동을 잘 모르면서 환자들에게만 시키니 잘 안 되지. 대학원에서 운동생리학, 운동처방, 운동상해를 배운 것을 활용해 환자들에게 처방하고 있다”

실제 김 위원 자신도 매일 아침 5시 반에 기상해 수영과 헬스를 하고 출근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이렇게 단련된 체력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활동을 무리 없이 수행하는 원동력이 된다.

이렇게 다양한 지식으로 ‘무장’한 김 위원의 처방에 대한 환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김 위원의 약국은 전문약과 일반약도 판매하지만 무엇보다 한약 처방으로 유명하다.

서울에 위치한 약국을 찾는 손님 중에는 대전, 충북, 전북 등에서 온 경우도 적지 않다. 심지어 그의 환자 중에는 바다 건너 미국 뉴저지에서 온 손님과, 일본 축구 선수도 있었다.

다가올 '한약 시대'를 한약강의로 준비
또한 그는 약사회 한약정책위원으로 활동하며 한약에 관한 약사사회의 정책을 결정하고 있다.

“지금은 약사와 한약사를 합치는 문제를 중심으로 논의 중이다. 일단 대약에 상정했고, 진행은 잘 되고 있다. 또 앞으로 약사들의 한약 조제에 보험급여가 적용됨에 따른 교육도 준비하고 있다.”

그에 대비한 작업의 일환이 현재 김 위원이 진행하고 있는 각종 한약 동영상 강의 등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에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제약사의 ‘천연물신약’ 개발과 한의사 단체의 반발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천연물 신약은 개발하는 쪽에서 우선권이 있다고 본다. 즉 약을 개발하는 의사들에게 우선권이 있지, 한의사들에게 우선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어 ‘약계’의 한류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약. 그 열풍의 바탕에는 김 위원과 같은 약사들의 한약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자리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