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릴레이인터뷰 주인공인 서울 동대문구 올팜약국 박수경 약사(숙대약대 90)가 약학대학 동기인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에서 유리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이정숙 약사(숙대약대 90)를 추천했다.

경기도 봉담읍에는 유리약국이 있다. 아이와 함께 약국 앞을 지나가던 지역 주민이 약국의 열린 문 사이로 약국 안 약사를 향해 반갑게 인사한다. 유리약국 약사도 아이를 향해 “많이 컸네”하며 정답게 인사를 나눈다. 

주민건강 책임지는 동네 멤버 ‘약국’
유리약국 이정숙 약사는 “지역 주민들이 동네 주민의 일원으로 생각하는지 너무나 편하게 대한다”며 만족감을 표시한다.

이 약사의 꿈이 사람 냄새는 약국을 만드는 것이란다. 유리약국은 지금도 약 냄새가 아닌 사람 냄새가 풀풀 나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다.

그래서 지역 주민들은 편한 마음으로 약국을 찾아와 약이 아니더라도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자식·교육 이야기 등을 이야기하다가 어느덧 가족의 건강 이야기로 화제가 넘어가곤 한다.

한 지역주민은 한참 약을 짓다가 돌연 남편 험담을 늘어놓는다. 운동을 잘 안한다는 둥, 식성이 까다롭다는 둥 남편의 건강을 근심하는 마음이 불평으로 털어놨다. 이 약사는 남편을 약국으로 모셔오라며 까다로운 식성을 꼭 고치도록 혼을 내주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한다.

어느덧 대화가 남편 건강 이야기에서 ‘치아’로 화제로 넘어가면서 쓸만한 치실 이야기로 이어졌다.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순서를 기다리던 지역 주민이 자신이 써봤던 치실을 권하면서 치실에 대한 경험담이 이야깃거리가 됐다.

이 자리에서 이 약사의 상세한 올바른 치실 사용법 설명에 이들 지역 주민들의 몰입도는 점입가경이다. 이 와중에 한 주민이 “우리 약사님 상담 참 잘하시지요”라고 한가득 미소짓는다.

처방전을 한 장을 들고 와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아이에게 정겹게 인사를 건네고 약을 조제하면서 아이와 학교문제에 대해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눈다. 또한 물리치료를 받은 환자에게도 잘 받았는지 꼼꼼히 챙긴다.

개국약사, 다방면 지식 습득은 필수
유리약국은 이런 곳이다. 항상 지역주민들과 소통한다. 그럼에도 자신의 약국은 결코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냥 지역사회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약사는 “봉담읍에는 슈퍼, 철물점, 약국 등 다양한 영업장이 있고 그들의 방식으로 주민들이 원하는 것을 주고 있다”며 “약국에서는 지역 주민들에게 필요한 건강상담을 제공해주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약사는 약대를 졸업하고 대학병원에서 병원약사로 사회의 첫 발을 내딛었다. 그 이후 근무약사로 일하다 약국을 개업한지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이 약사는 “병원약사는 병원약국 각 분야별로 전문화돼 있고 환자와 1대 1로 만나기보다 주로 의료진과 협진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개국약사는 다양한 분야에서 환자들과 만나 업무 자체가 포괄적이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개국약사는 전문약·일반약은 물론, 건강기능식품, 의료기기, 한약제제, 식이요법, 물리적 치료 등 다방면에 대해 두루 알아야 하고, 이를 위해 꾸준히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게 이 약사의 말이다.

언제든지 자신이 복용하고 있는 약이나 다른 병원의 약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건강상담자의 역할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약국에서 영양제를 많이 구입하기 때문에 영양소 치료법이나 테이핑, 보호대 등 물리적 치료법도 숙지해야 한다. 일반약과 한약제제랑 병용해서 쓸 경우도 자아 한방지식도 필요하다. 물론, 전문약·일반약 등 임상약학 지식은 기본이다. 

▲ 유리약국 이정숙 약사는 지역주민과 항상 소통의 공간을 마련한다.

지역주민과 소통하는 건강관리상담자
이 약사는 “영양소 치료학, 건강기능식품 등을 주로 책이나 강의 수강을 통해 공부하고 있다”며 “나중에는 각 분야 내용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공부가 더욱 깊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은 그렇게 많이 공부하는 약사는 아니란다. 주변 약사들을 보면 강의 때마다 빠지지 않고 높은 학구열로 공부하고 지식의 폭도 넓고 깊어 존경스럽다고.

이 약사는 “대부분의 약사들이 복약지도에 열심히 나서고 있다”며 마치 약사들이 복약지도를 하지 않는 것처럼 비춰지는 현실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상세하게 복약지도를 해줘도 성급한 환자 스스로 거부하는 경우도 있고, 같은 약을 반복해서 복용할 경우 복약지도를 안할 수도 간략히 할 경우가 있다는 것.

이 약사는 “환자가 복약지도를 원할 때 이를 거부하는 약사는 거의 드물다”며 “빨리빨리 회전해야하는 현재 약국 시스템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즉, 약사 스스로가 싫어서 또는 능력이 안돼서 복약지도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같은 약국의 환경과 조건이 받쳐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정숙 약사와 주민들간의 치실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가운데 이중 한 주민이 최근에 귀가 가렵다고 호소한다. 다시 이 약사가 팔을 걷어붙이고 면봉과 에탄올을 들고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