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떠나 천리길에 구기자를 먹지마라 - 중국속담
독신자는 구기자를 먹지마라 - 일본속담

인삼, 하수오와 함께 3대 야생 정력초로 손꼽히는 구기자에 관한 속담이다. 우리나라에도 구기자에 얽힌 설화가 전해오는데 옛날 전남 진도읍 북상리에서는 오랜 기근이 닥쳤는데도 사람들이 늙어도 죽지 않고 2백년 이상 살았다 한다. 노인들로 득실거리게 된 마을 사람들이 원인 규명에 나선 결과 마을 위쪽에 있는 샘물을 지목하게 된다. 한 아름 크기의 구기자 고목나무 뿌리가 샘돌 사이에 뻗쳐 있었던 것이다. 혹시 하는 마음에 구기자나무를 잘라버렸더니 차츰 수명이 줄어 다른 동네 사람들과 똑 같이 되었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가 전해온다. 하지만 중국 진시황제가 그토록 찾던 불로장생의 약재에도 구기자가 포함되었다 하니 효능효과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전역에 분포하는 구기자나무는 가지과에 속하는 낙엽관목이다. 가시가 헛개나무(구;枸)와 비슷하고 줄기는 버드나무(기;杞)와 비슷하여 두 글자를 합쳐 구기(拘杞)라 부르게 되었다. 4미터 높이까지 자라며 6-9월 사이에 연보라색 꽃을 피우고 8-10월 사이 길이 1.5-2.5cm 크기의 타원형 모양의 밝은 붉은색 열매를 맺는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구기자 주산지는 칠갑산을 등 뒤에 두고 해발 480m 사자산 자락에 위치한 충남 청양군 일대이다. 연간 400여 톤을 생산, 전국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이곳이 구기자 특산지로 자리 잡게 된 것은 10대의 젊음을 송두리째 바친 고 박관용씨의 노력 덕택이다. 1920년대 어린 시절을 공주군 신풍면 토끼울에서 보냈던 그의 집에 구기자 울타리가 있었는데 그 열매를 말려 놓으면 상인들이 사간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때부터 구기자 재배 및 품종 개발에 몰두하여 이후 청양군 목면 신흥리 임장골에 자신의 이름을 건 생약시험장을 설치하며 본격적인 구기자 재배에 들어갔다. 그 뒤로 구기자를 심으면 부자가 된다는 입소문이 번지면서 이곳 150ha의 농지가 구기자 재배지로 탈바꿈한 것이다.

구기자는 <본초강목>에서 ‘독성이 없고 차가우며 몸속의 간사한 기운과 가슴의 염증, 갈증을 수반하는 당뇨병이나 신경이 마비되는 질병에 좋다. 정기를 보하고 폐나 신장의 기능을 촉진하여 시력이 좋아진다. 오랫동안 복용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늙지 않으며 더위와 추위를 타지 않게 된다.’고 했다. <신농본초경>에서는 무독한 상약(上藥)으로 인삼과 구기 등을 거론할 만큼 민간에서 요긴하게 쓰여 왔다.

신선들이 마셨다는 구기자차는 무병장수의 건강차로 알려져 있다. 잎과 열매, 뿌리를 말렸다 달여 마시는 구기자차는 열매를 이용한 구기자차, 잎을 이용한 구기엽차, 뿌리를 이용한 지골피(地骨皮)차로 세분된다. 잎은 신선한 어린잎을. 열매는 약간 덜 익은 것을, 뿌리는 늦가을에서부터 이른 봄 사이에 주로 채취한다. 이렇게 채취한 잎과 뿌리는 그늘에서, 열매는 햇볕에서 말린다. 잘 말린 재료는 한지봉지에 보관하여 필요할 때마다 차 또는 탕약으로 이용하는데, 잎은 살짝 볶아 사용하면 향기가 좋아지고 열탕에 우려 마시는 것이 영양 손실을 막는 좋은 방법이 된다.

임상실험을 통해 입증된 구기자의 효능효과를 살펴보면
1. 항균효과. G(+)균 및 (-)균, 대장균, 효모와 곰팡이에 MIC(minimum inhibition concentration) 테스트를 한 결과 구기자 추출물이 곰팡이와 효모를 제외한 G(+) 및 (-)균에 모두 증식 억제력을 보였다.
2. 항암효과. 이상래 박사의 연구 결과 구기자<구기엽<지골피 순으로 항암효과가 강함을 알 수 있었다. 즉 지골피 추출물이 암세포에 대한 저해농도 IC50값은 13㎍/ml로 오미자(27㎍/ml), 백작약(46㎍/ml)보다 강하고 시호(10.2 ㎍/ml)보다는 약했다.
3. 면역 증진 효과. 경희대 한의과는 구기자의 면역반응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경희한의대논문집 10,1987)에서 세포성 면역반응을 증강시킨다고 하였다. 이는 정기를 돋우는 보양약인 구기자가 면역반응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미루어 正邪論의 이론적 妥當性을 뒷받침하고 있다.
4. 간기능 개선, 혈압강하 및 항당뇨 효과. 구기자의 추출물이 인위적으로 손상시킨 간의 회복을 촉진시킴이 밝혀졌다. 또한 김수정(약학논총 1994) 등의 보고에 의하면 streptozotocin 유발 고혈당 쥐에 대하여 구기엽, 구기자, 지골피의 항당뇨 효과를 측정한 결과 혈당치를 유의성 있게 감소시켰다. 구기엽이 특별히 강하였으며 지골피 수침Ex 투여군에서도 현저한 효과가 있었다.
5. 항산화 효과. 장수에 관한 언급은 항산화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노화방지효소인 SOD(superoxide dismutase), POD(peroxidase) 및 CAT(catalase)의 활성 등을 비교한 결과 free radical의 50%를 소거시키는 농도, 즉 RC50값에서 구기자가 1,140㎍, 구기엽은 268㎍, 지골피는 15㎍로 지골피가 가장 활성이 높았다. 한편 항산화 효소의 활성은 SOD가 구기엽>구기자>지골피 순으로, POD는 지골피>구기엽>구기자 순으로 증가하였으며, CAT는 구기자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6. 콜레스테롤 저하효과. 토끼에 75일간 구기자 가루를 일반사료와 함께 급여한 다음 체중과 혈액을 분석한 결과, 대조군에 비해 구기자 급여군의 체중 증가율이 20% 낮아 다이어트 효과가 입증되었으며, 혈액분석 결과 혈중 콜레스테롤이 57%가 감소되었고 중성지방인 triglyceride도 52.7%가 감소하였다.
7. 구기자의 미용효과. 태양광 중 지표면에 도달하는 자외선은 UVB(280-320nm)와 UVA (320-400nm)광선이다. 구기자 추출물의 최대흡수파장이 279nm로 인체에 해로운 자외선 영역인 UVB(280-320nm)를 효과적으로 흡수하여 피부의 노화촉진 요인들을 제거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화장품에 있어서 미백작용은 멜라닌 색소침착(기미, 주근깨) 억제를 목적으로 한다. 구기자 추출물은 0.0403g만으로도 tyrosinase 50%를 억제하여 미백작용을 나타낸다. 수렴작용은 피부 단백질이 고분자 flavonoid인 polyphenol과 결합하여 피부가 수축됨을 나타낸다. 헤모글로빈 단백질에 대한 수렴활성(HP50)도를 측정한 결과 구기자 추출물의 경우 0.07g만으로도 HP50값이 나타났다. 즉 소량의 구기자 추출물만으로도 수렴작용을 나타내므로 마사지용 팩(facial pack)으로 사용할 수 있다.

상약으로 분류되는 구기자차는 많이 마셔도 부작용이 없다. 곁에 두고 장복하기를 권한다. 구기자 20g을 물 1ℓ에 30분 정도 은근히 끓여 꿀이나 설탕을 타서 마시면 OK. 특별한 맛이 없으므로 생강, 계피, 대추와 함께 끓이면 한결 맛이 좋아진다. 구기자 한 가지로도 좋지만 오자차로 만들어 마시면 효능과 맛이 월등해진다.
* 오자차: 구기자, 사상자, 오미자, 복분자, 토사자 다섯 가지와 대추를 같은 양으로 달인 차를 말하는데 대추를 빼고 써도 무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