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말아줘, 잘 눌러줘
밥알이 김에 달라붙는 것처럼
너에게 붙어있을래
날 안아줘, 날 안아줘
옆구리 터져버린 저 김밥처럼
내 가슴 터질 때까지

한때 유행했던 자두의 노래가사 일부이다. 남녀의 애정행각을 김밥에 비유한 점이 무척이나 재미있다. 가사내용처럼 김은 종잇장처럼 얇아서 김밥을 잘못 말면 옆구리 터지기가 일쑤다. 김은 해조류를 일정한 크기의 얇은 낱장 형태로 말려서 그냥 먹거나 소금을 치거나 참기름을 발라 구워 먹는 음식이다. 해태(海苔), 해의(海衣)로도 불리는 김은 한국, 일본에서 매우 인기 있는 음식재료이다. 삼국시대 때부터 먹었으며 조선시대에는 왕실 진상품과 무역품으로 귀하게 여겨졌다.

17세기 중엽부터 양식되기 시작했는데 전남 광양의 김여익(1606-1660)이 처음으로 양식법을 창안하였으나 마땅히 부를 이름이 없어 그의 성을 따서 ‘김’이라 부르게 되었다. 전남 영암 출신의 그는 병자호란 때 의병을 일으켰으나 조정이 항복하자 이곳 태인도에 숨어살다가 소나무와 밤나무 가지를 이용한 김 양식에 성공을 거두었고 왕실에도 특산품으로 바쳐졌다. 어느 날 광양 김을 반찬삼아 수라를 맛있게 드신 인조 임금이 음식 이름을 물었으나 아는 사람은 없고 김 아무개가 만든 음식이라 신하가 답하자 그럼 앞으로 이 바다풀을 그 사람의 성을 따서 김이라 부르도록 하라는 데서 유래한다는 것이다. 우스갯말 같지만 전남 광양 태인동에 그를 기리는 유지가 도 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만큼 정설에 가깝다.

삼국유사에 처음 등장하는 김은 ‘신라시대 왕의 폐백 품목’이라고 기록되어 있고, <경상지리지>, <동국여지승람> 등에도 토산품으로 소개되어 있다. 1429년 <세종실록>에는 명나라에 보낼 물건 중에 해의, 즉 김이 포함되어 있을 만큼 귀한 음식이었는데 1650년대 김 한 첩의 값이 목면 20필에 달했다. <동의보감>에서는 김을 감태라 하여 ‘성질은 차고 맛이 짜면서 토하고 설사에 탁월한 효능이 있고 답답한 속을 풀어준다’고 기록하고 있다. 전해오는 풍습으로 정월대보름 풍습 중에 ‘복쌈’이라는 것이 있다. 예부터 우리 선조들은 취나물, 배추잎과 함께 김에 밥을 싸서 먹으면 눈이 밝아지고 복이 들어온다고 여겼다.

김은 홍조식물 보라털목 보라털과 김속에 속하는 해조의 총칭으로 한국, 일본, 중국의 바다에서 암초 위에 자란다. 이끼처럼 자라나며 길이는 14-25cm, 넓이는 5-12cm 정도이고, 긴 타원모양에 가장자리에 주름이 있고 윗부분은 갈색, 아랫부분은 푸른 녹색을 띤다. 10월 무렵부터 생성되어 겨울에서 봄 사이 자라고 기온이 따뜻해지면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남해안과 서해안 전역에서 양식되는 김을 전남 완도와 장흥무산이 지리적표시 수산품으로 등록하였다. 이곳에 오면 해안마을에서 허가한 구역 안에 대나무로 짠 김발을 설치한 김 양식장을 볼 수 있다. 대개 추석전후로 설치하고 종자용 포자를 부착한 김발과 보통 김발 여러 개를 한꺼번에 바다에 넣고 포자가 붙도록 1주일 쯤 놔둔 다음 말뚝을 박아 정식으로 설치한다. 한 달이 지나서부터 채취가 가능하고 이듬해 4월까지 7,8회 정도 따 낸다. 채취한 김은 민물로 세척한 후 잘게 자르고 물통에 넣고 푼 다음 일정 크기의 김틀을 김발장 위에 올리고 뿌린다.

너무 두텁거나 얇지 않도록 푸는 과정이 끝나면 양지바른 건조장에서 말리면 작업 끝. 건조된 김은 40장을 한 톳으로 묶으며 20톳을 1통, 20통을 1척이라고 한다. 한편 자연산 돌김은 썰물 때 바위에서 긁어모아 말린 것이다. 세계적으로 80여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20여종이 있다. 대표적인 김 종류로는 충남 서천, 전남 부안 등이 주산지인 재래김, 전남 완도, 해남이 주산지인 돌김, 전남 신안, 완도가 주산지인 파래김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김은 눈의 각막을 재생시키는 비타민A가 풍부하여 눈에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김을 상식(常食)하는 완도 청학리 65세 이상 노인들의 시력과 시신경을 살펴 본 결과 노안이 오지 않음이 확인되었을 정도로 김 1장에는 달걀 2개와 맞먹는 다량의 비타민A가 들어 있다.

단백질도 김 5장의 양이 달걀 1개와 비슷할 정도로 많은데, 동물성에 비해 소화흡수와 칼로리가 뛰어난 특징을 지닌다. 채취시기에 따라 품질이 나뉘는데 한겨울 것을 최상품으로 치며 순수 단백질 함량이 30-35%에 달한다. 10종의 아미노산 중 메티오닌 등 필수아미노산이 골고루 풍부하게 들어있고 인, 마그네슘, 나트륨, 칼슘, 규소, 철, 망간 등 미네랄도 다양하게 들어있어 겨울철 최고의 영양식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유일하게 김에서만 추출되는 포피란 성분은 지방을 분해하고 면역력을 높여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효능이 있다. 김의 효능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효능1. 다이어트.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반면 칼로리가 거의 없어 다이어트 식품으로 안성마춤.
효능2. 변비치료. 알긴산이라는 식물성 섬유가 함유되어 있어 대변을 부드럽게 해줌.
효능3. 면역력향상. 유산다당이라는 식물섬유가 우리 몸의 면역력을 높여줌.
효능4. 간기능강화. 타우린 성분이 간 기능을 강화하고 활성화하는 효능이 있어 음주 전후에 먹으면 알코올이 원활하게 분해되어 숙취해소에 도움이 됨.
효능5. 야맹증예방. 비타민A가 톱신이라는 단백질과 결합하여 생성되는 로돕신 성분은 눈의 빛을 감지하는 역할을 하여 야맹증 예방에 도움이 됨.
효능6. 골다공증예방. 뼈와 이의 형성에 필수적인 칼슘 성분이 풍부하여 갱년기 여성의 골다공증 예방에 좋음.
효능7. 고혈압예방. 칼륨이 많고 나트륨이 적어 혈압을 내리는 효능이 있음.
효능8. 갑상선 부종예방. 갑상선 호르몬의 구성성분인 요오드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갑상선을 보호해주므로 갑상선부종을 예방해주고 머리카락을 아름답게 가꾸어 줌.

김 하면 김밥을 떠올릴 정도는 둘은 불가분의 관계다. 김밥은 일본음식 김초밥에서 유래한다. 생선초밥의 원조가 관서지방인 것과는 달라 노리마끼, 즉 김초밥은 일본의 관동지방이 원조로 알려져 있다. 에도시대 때 도박장에서 놀던 사람들이 색다른 간편식으로 생선초밥 대신 김에 싸서 먹은 것이 시초. 우리나라에는 근대 이후에 많이 먹기 시작했는데 크게 초밥을 만들어 싸는 김밥과 맨밥으로 싸는 김밥으로 나뉜다. 맨밥 김밥의 대표격인 충무김밥은 1960년대 통영(당시지명 충무)에서 노점상 할머니들이 뱃사람들을 상대로 갑오징어를 양념에 절여 만든 김밥을 판 데서 유래한다. 햇살이 따가운 탓에 김밥이 쉬이 쉬어버리는 것을 방지할 요량으로 잘게 만 김밥에다 별도로 갑오징어무침과 넓적하게 썬 멸치젓 무김치를 내놓았는데 이게 대박을 친 것이다.

해외의 대표적인 김밥으로는 프랑스김밥과 캘리포니아김밥을 들 수 있다. 비린 김맛을 감추려고 야채 속에 집어넣어 거꾸로 말다보니 프랑스김밥은 누드김밥의 시초가 되었고, 일본인 이주자들이 많았던 캘리포니아에서는 이 지역의 아보카도 열매와 날치알, 연어알 등을 주 재료로 퓨전김밥을 탄생시켰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캘리포니아롤(California Roll)이다.
좋은 김 고르는 법을 소개하면, 우선 잡티가 적어야 한다. 둘째 빛깔은 검고 광택이 많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