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 두정효 약사가 성균관대 약대 여약사동문회에서 선·후배의 정을 이어오고 있는 김동엽 약사를 추천했다.

<작은 약국이지만 내실있는 공간>
길음동 뉴타운에서 옵티마 이편한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김동엽 약사가 추구하는 경영 콘셉트는 “작은 약국이 환자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처방전을 통한 약국의 수익구조 연결보다는 상담 중심의 약국을 운영하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약국에 대한 믿음이었습니다. 문전약국보다는 작고 아늑한 약국이 환자들과 약사의 유대관계에 도움이 돼요.”

김동엽 약사는 처방전을 가져오는 환자에게는 일일이 약의 성분에 대한 설명과 복약지도를 해주고 일반약을 구매하는 환자에게는 같은 눈높이에서 충분히 이야기를 들어주고 궁금해 하는 것들을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있었다.

약국을 찾아오는 환자를 가족이라고 여기고 환자들의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들어주는 태도가 몸에 밴 김 약사는 컴퓨터의 고객관리프로그램을 통해 환자를 관리한다. 환자는 이 같은 작은 관심에도 기뻐하고 이는 약사에 대한 신뢰로 이어져 일반약 등 약국 매출에도 나타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약국은 약사와 환자의 신뢰를 기본으로 경영이 이뤄지는 곳이기 때문에 단골 환자들과의 신뢰를 쌓은 후에야 전문지식을 전달할 수 있어요. 약을 건넨 뒤 약에 대한 설명과 상세한 복약지도는 저의 약국경영철학이기도 하고 환자들과 친해지는 방법입니다.”

그는 “중요한 것은 고객의 눈높이에서 생각하는 것”이라면서 “약사의 역할은 약 하나 전달해 주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제품 선별과 복용방법을 제공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약국에서 약사 역할은 건강에 대한 컨설턴트입니다. 환자가 나의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풀지 못할 문제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가 어떤 서비스와 복약지도를 요구하는지 그 기대치를 찾는 노력도 중요하죠.”

성균관대 75학번인 김동엽 약사는 결혼 후 두 아이가 각각 중학생과 초등학교 4학년이 되던 지난 94년 약국을 개업하고 개국약사 생활을 시작했다.

“제가 약국을 운영하는 동안 한약분쟁과 의약분업을 거치면서 약사의 위상이 빠른 속도로 변했습니다. 그 중 제일 안타까운 것은 약국 한약이 예전에 비해 축소된 것인데, 예전부터 한방은 약사의 영역이었고 실용적으로 연구하고 대중적으로 접목시킨 것은 약사들의 공인데 지금 그 역할을 빼앗기고 있어 씁쓸합니다.”
한약조제자격증이 소지한 김 약사는 분업 이후 사양길에 접어든 약국 한약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약국 스트레스는 동호회 활동으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약국 문을 여는 김동엽 약사는 나머지 시간을 성북구약사회의 등산과 라인댄스, 골프 등 동호회 활동에 투자하고 있다.

“동호회 중에 자연스러운 ‘걷기’ 움직임을 바탕으로 한 줄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같은 동작을 여러 번 반복하며 추는 라인댄스는 스트레스 풀기에 아주 좋아요. 푹신푹신한 눈을 밟는 겨울산행도 에너지를 얻는데 더 없이 좋고요. 눈은 천연의 흡음제나 마찬가지라 눈 덮인 산은 모든 소음을 흡수하고 그럴 때면 한 숨을 돌리게 되면서 한 주간 약국의 일상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됩니다.”

김 약사는 대부분의 약사들이 운동부족에 시달리고 약국경영에만 집중하다 취미 생활 등에 소홀한 경우가 많지만 운동이든 취미든 대상을 정해 놓고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국민들에게 건강의 수호첨병이 돼야 할 약사들이 본인 건강부터 챙긴 후 약국을 운영해야 합니다.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운동, 건전한 생활리듬 유지가 되어야 약국생활을 활기차게 할 수 있어요. 카페인을 줄이고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약사 자신에 대한 몸 사랑도 간과하면 안됩니다. 환지들은 무기력하고 우울한 약사가 아닌 밝고 건강한 약사를 원할테니까요. 물론 약사뿐만 아니라 주위 분들에게도 운동을 권하고 싶어요.”

약대 졸업 후 공백 기간이 있었던 만큼 주위의 선후배를 보며 자극을 받는다는 김 약사는 환자들에게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내세워 ‘다시 찾고 싶은 약국’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제가 꿈꾸는 약국의 모습은 환자들이 약국의 필요성을 최대한 느끼고 개국약사가 되길 잘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도록 희망적이 모습이었으면 더 바랄게 없겠습니다. 또, 친절하고 작은 약국이 환자들에게 더 필요한 약국이라는 인식이 사회에 뿌리 내렸으면 좋겠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