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전약협동호회·늘픔약사회가 주축이 돼 약국외 판매, 조제료, 약대증원 등 약계 현안에 대해 약사회원간 의견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온라인 소통공간을 마련했다.

상시적 소통공간, 참여약사포럼
일명 ‘건강한 약사상 재정립과 국민과 함께하는 약사를 위한 약사 포럼’(참여약사포럼)이다. 이 포럼은 이들 단체가 주최한 지난달 약국외 판매 관련 합동토론회를 평가하는 자리에서 토론회 모임을 보다 발전적으로 가져가기 위해 페이스북을 활용한 소통의 공간을 마련된 것.

송파에서 일번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황해평 약사(조선대약대 88)는 “약사들은 업무특성상 모일 수 있는 시간적·공간적 어려움이 있었다”며 “페이스북을 활용해 약계 현안이나 미래를 논하는 소통의 공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황 약사에 따르면 그동안 약사·단체간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했다. 이들 단체들은 각자의 인터넷 카페를 갖고는 있지만 서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과거 법인약국 문제로 대책위가 꾸려져 대책을 고민하거나 대한약사회장 선거 때 정책토론회를 추진하는 등 일시적인 모임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번 참여약사포럼의 운영은 각 약사회원간에 상시적인 소통공간이 마련됐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황 약사는 설명했다. 그래서 포럼에서는 최근 이슈에 대해 다양한 관점과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다.

종편 광고시장 겨냥한 약국외 판매
황 약사는 최근 약사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의약품 약국외 판매 문제는 총체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약국외 판매 이면에는 의약품 광고를 겨냥한 세력들이 숨어있다며 최근 종편방송에 제약사 4곳이 투자한 것을 보면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민 불편해소이라는 명분에 내세우며 광고시장 확대를 통해 실질적으로는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황 약사는 “다국적제약사들은 전문약 광고를 하고 싶지만 의사와 정부의 반대로 전문약 광고가 실현되지 못했지만 여전히 일반약 광고를 확대해 대외적으로 회사 인지도를 넓혀나가려 한다”고 바라봤다.

게다가 약국외 판매는 국가가 담보해야할 국민건강의 공적인 영역을 개인 영역으로 밀어내는 것으로 한마디로 건강에 대한 책임을 국민 개인에 떠맡기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알아서 약을 사먹되 국가는 책임없다는 논리인 셈이다. 만약 잘못된 의약품 복용으로 약화사고가 나더라고 개인에게 책임에 몰아가는 정책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결국, 약국외 판매는 약사·의사에 의해 관리되던 의약품을 정부가 나서서 해치고 있는 꼴이다.

약국외 판매, 의약품 공공성 붕괴
황 약사는 아세트아미노펜의 경우 미국에서 함량 제한을 하고 있고 수많은 부작용 사례가 보고되고 있음에도 이러한 내용을 간과한 채 편리성만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황 약사는 “약국외 판매로 약화사고가 날 경우 더 이상 약화사고가 될 수 없다”며 “슈퍼에서 불량식품을 사먹어 배탈이 난 것과 다름없다”고 비유했다.

그는 또한 “일반약이 약국 밖으로 나가게 되면 우리사회는 약 권하는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며 “동시에 의약품 광고의 홍수시대가 찾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본은 그 성격상 가치증식을 하지 못하면 생명력을 잃기 때문에 지상최대의 과제는 국민건강보다는 이윤 창출에 관심을 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약사들이 의약품의 안전성을 입이 닳도록 외쳐도 이를 귀담아 듣지 않고 집단이기주의로 몰아가는 현 상황을 개탄스럽게 생각했다.

황 약사는 “의약품 약국외 판매의 허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뒷감당은 과연 누가 책임질 수 있는지 의문이다”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문제는 주장하고 돌아서면 끝날 수 없는 것으로 이 정책을 추진한 사람이나 단체는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 약사·약국상을 논한다
이러한 약국외 판매 논란에 대해 약사포럼에서는 약사들의 자기반성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황 약사는 전했다.

아울러 대한약사회가 충분한 준비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이나 회원과 소통하지 못한 질책, 심야5부제에 대한 찬반논쟁 등 다양한 목소리도 포럼 공간속에서 이뤄지고 있다.

황 약사에 따르면 현재 150여명이 약사포럼에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관심있게 살펴보고 있으며, 연령층도 20대에서 5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황해평 약사는 “포럼을 통해 어떤 사안에 대해 합의가 되던 안되던 간에 치열한 고민을 나누면서 미래의 약사·약국의 올바른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며 “이 공간이 보다 활성화돼 아고라 광장과 같은 역할을 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약사회 임원들도 포럼을 찾아오는 만큼 일선 회원들의 정서와 이야기들을 읽고 약사회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