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들의 의약품 특허를 관리하고 있는 지난호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 박종혁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가 의약품 제형기술을 개발해 국내외 제약사에 기술을 이전하고 있는 지엘팜텍 왕훈식 대표(중대약대 91)를 추천했다.

현재 의약품 제형기술을 개발하는 지엘팜텍(GLPharmTech) 왕훈식 대표는 중앙대 약대생 2학년 시절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약국을 개설하겠다는 생각으로 약대에 입학했지만 당시 수업조교였던 부산대 정성훈 교수의 한마디에 생각을 바꿨다.

약사의 진출영역은 무한하다
왕 대표에 따르면 당시 정 교수는 학생들에게 약사로서 활동범위를 좁히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약사가 사회로 진출할 수 있는 공간은 약국, 제약사 등에 국한하지 말고 진출영역을 보다 넓게 볼 것을 당부했다.

이 같은 애정 어린 선배의 충고에 왕 대표는 그때 이후 약국을 개설한다는 생각을 버렸고 이 결심은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약대가 6년제로 학제가 개편됨에 따라 산업계로 나오는 후배약사들이 점차 줄어들까 그를 비롯한 약대교수들의 걱정이 크다고 한다.

남자의 경우 군 입대까지 생각하면 학업이 길게는 10년이 걸려 사회진출이 쉽지만은 않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약대생들이 산업계보다 약국개설에 무게중심을 둘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서는 이유다.

그러나 왕 대표는 “후배 약대생들에게 우수한 인재들이 약국만을 고집하지 않고 제약산업계로 지금보다 많이 진출해 제역할을 해준다면 국내 제약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제형기술 개발회사 ‘지엘팜텍’ 설립
왕 대표는 대학 졸업 후 동아제약 제제연구소 제품·개발연구팀에서 제형설계를 담당하는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이때 맺은 제형설계와의 인연이 지금의 제형기술 개발 전문회사라고 할 수 있는 피엘팜텍까지 이어지고 있다.

“동아제약에 있을 당시 만들어낸 제형기술 연구성과물이 해외기업과 계약을 맺은 적이 있었다. 당시 국내 제약사가 해외로 기술을 이전한다는 것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었다”

이같은 강한 인상은 그를 제형기술을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지엘팜텍으로 창업으로 이어졌고 5년간의 동아제약 근무를 마무리했다.

제형기술의 해외 이전이라는 웅대한 포부를 갖고 2002년 설립된 지엘팜텍. 지난해 스위스 제약사회사와 제형 기술이전 계약을 맺으면서 포부에 대한 소기의 성과를 이뤄냈다.

물론 지엘팜텍이 해외기술 이전만을 고수한 것은 아니다. 설립 후 10년 동안 제네릭 품목들에 대한 제형기술을 매년 15건 이상을 개발해 국내 주요제약사 60여개사와 거래를 하고 있다. 이중 기술이전의 약 70%가 국내 상위 20위 제약사가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왕 대표는 “국내 제약사들이 모든 품목에 대해 제형개발을 할 수 없고 국내 R&D시설이 아직은 부족하기 때문에 접근이 용이하다”며 “해외의 경우는 수요를 파악하기 힘들어 솔직히 접근상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개량신약으로 해외시장 노크
현재 지엘팜텍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10년간은 회사를 안정시키기 위해 제네릭의 제형개발을 중심에 뒀다면 최근에는 개량신약 개발을 목표로 전환했다.

개량신약 제형개발은 제네릭과 달리 사람 몸속에서 어떤 퍼포먼스를 일으킬지 목표 설정이 까다롭기 때문에 개발이 어려워 매년 6건 정도에 머무르고 있지만 여기서 오는 부가가치는 제네릭보다 훨씬 크다는 게 왕 대표의 설명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새로운 10년의 사업모델로 제형기술의 이전이 아닌 개량신약의 완제품 출시를 목표로 삼았다.

이는 지난 2008년 약사법 개정으로 식약청으로부터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아 시험을 실시한 의약품인 경우에는 위탁제조판매업을 신고하고 품목허가를 받아 의약품 제조업자에게 위탁·제조해 판매할 수 있게 허용됐기 때문이다.

이에 왕 대표는 “국내에서 완제품으로 해외로 수출하는 것은 남미·북아프리카·동남아 지역이 대부분이지 선진국에는 거의 없다”며 “선진국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일본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