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릴레이인터뷰의 주인공 이층큰약국의 권오규 약사가 대학시절 합창 동아리 칼라무스에서 만나 선후배의 인연을 맺은 신순옥 변호사(중대약대 95학번)에게 바통을 넘겼다.

<남편 따라 얼떨결에 준비한 사법고시>
흔히들 변호사라고 하면 날카로운 이미지에 딱딱한 말투 등을 떠올린다. 법정에서 논리적인 변론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 인간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신순옥 변호사는 이러한 예상과는 달리 웃음 많고 다정다감했다.

신 변호사는 지난 95년 중앙대 약대를 졸업, 종근당 지적재산과에서 2년간 특허 업무를 하다 변리사였던 남편을 만나 아들 둘을 낳고 평범한 전업 주부의 인생을 살았다.

그가 사법시험을 준비하게 된 것은 3살 연상의 남편의 영향이 컸다.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고 서울법대로 편입해 사법시험 공부를 시작하면서 ‘법’과의 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남편이 시험을 준비했던 3년간 남편 뒷바라지하면서 법이란 것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고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남편이 줄곧 이런저런 사건 판례를 물어봐서 제 생각을 얘기 했는데 판례와 비슷하게 많이 맞추곤 했습니다. 그때 한번 도전해 보라는 남편의 권유가 결국 2001년 본격적으로 사법시험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본격적인 시험 준비는 남편의 학과 후배들과 스터디모임을 조직해 일반인에게 개방된 법대도서관과 집을 오가며 공부했다.

신 변호사의 수월한 수험 생활을 돕기 위해 남편은 신림동으로 집을 옮겨 인천으로 출퇴근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었다.

“아침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공부만하는 생활이었죠. 사법고시는 많은 공부의 양보다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해요. 연년생 두 아이를 둔 처지에 사법시험은 쉽지 않은 생활이었지만 남편과 친정 부모님, 시댁 어른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셔서 가능했어요. 저는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그는 사법연수원에서 보낸 2년의 시간이 법조인은 아마추어가 아니라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냉혹한 프로의 세계라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한반에 60명인 연수원 학생들 중에서 제가 나이가 제일 많아서 반장을 맡았었는데 그때를 돌이켜보면 법조인에게 가장 중요한 통과의례가 사법연수원 시절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어요. 예비 법조인들에게는 제2의 사춘기인 셈인데 2년 동안 연수원 과정을 거치면 학생이던 신분에서 사회인으로 변화하고 일반인에서 법조인으로 변화하죠.”

신 변호사는 “사시를 공부하고 싶은 약사중에 이과와 문과차이 때문에 막연히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산”이라며 “약대에서 시험보듯이 그대로 답안을 쓰면 정답 답안지가 나올 것”이라며 후배를 위한 격려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약사직능 살려 일하는 것이 목표>
신 변호사는 법률공부의 가장 큰 매력으로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몇 해 전 아는 약사가 약국 매매 시 문제가 생겨 어려움을 겪고 있을때 법률적 조언을 해줘 잘 해결된 적이 있어 공부한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라며 “원활한 약국운영과 자신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서라도 약사들도 어느 정도의 법률상식을 갖추는 것이 좋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개국 약사에게 약국 매매 시 계약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는 사람이라고 계약을 대강대강 하다보면 결국 나중에 얼굴 붉히는 일이 생깁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소송까지 가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약국 매매 전 법률상담 등을 통해서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막상 꼼꼼하게 계약서를 작성하다 보면 서로 조금 어색해도 문제의 여지를 만들지 않는 것 가장 현명한 방법이지요.”

신 변호사는 지금 학교를 다니고 있는 약대생들에게도 자신만의 소신을 갖고 공부하기를 주문했다.

“제가 대학생일 당시 한약분쟁이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집회에도 참가하고, 국회도 쫓아 다녔습니다. 학생회에서 외국의 약업계 모습과 제도 등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참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고 다른 세상에 눈을 돌릴 수 있는 기회가 됐던 것 같습니다.”

그에게 법조인으로서의 앞으로 계획을 묻자 약사직능을 살려 보건복지부에서 관련 제도를 만드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을 이었다.

“한번 만들어진 제도는 100~200년을 갑니다. 약계에 제 이름을 건 좋은 제도를 하나쯤은 만들고 싶습니다. 누가 뭐래도 제 바탕은 약사입니다. 누가 출신을 물어보면 자랑스럽게 약대를 나왔다고 대답합니다.”

“법률가는 법만 아는 직업이 아니라 법의 시각으로 세상의 사물을 바라보는 직업”이라고 말하는 그는 의뢰인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변호사가 되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중이다.<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