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회 활성화, 약사사회 발전시키는 힘의 원천

“우리 사회에 맞는 약국·약사제도는 국민적 합의와 동의도 필요하지만 약사들의 노력이 중요하다. 약사 스스로 주체적으로 나서 미래의 모습을 만들지 못하면 약국·약사의 역할은 복지부, 식약청 등 관계기관에 의해 만들어져 자칫 약사의 전문성을 상실할 수도 있다”

서초구약사회 김종환 회장이 최근 일본의 약국들을 탐방하면서 도달한 결론이다. 특히, 김 회장은 일본의 약국환경은 우리와는 다른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따라서 일국의 약국·약사제도는 그 사회적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는 주장이다.

출구전략이 드럭스토어였던 일본약국
김 회장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1953년 의약분업을 강제적으로 실시하는 법을 공포하고 1956년에 본격적인 분업체계에 돌입했다. 그러나 분업시행 직전인 1955년에 의사들이 처방전을 발행하지 않아도 되는 8가지 예외조항을 만들었다.

처방전이 발행되지 않아 혈압약이나 당뇨약 등을 취급할 수 없는 현실에 처한 일본 약국들은 화장품, 건강식품 등 다양한 품목을 다루는 드럭스토어 형태로 생존전략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약국환경은 약사가 아닌 종업원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이는 등록판매사 자격증 제도의 도입까지 이어졌다. 판매사들은 부작용 정도에 따라 1~3류로 구분된 일반약 중 2, 3류를 취급할 수 있으며, 슈퍼에서도 판매사를 고용해 이들 의약품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일본의 슈퍼판매는 이러한 의약환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업 전까지 의약품 조제권을 갖고 있을 만큼 약사의 역할이 컸던 우리와는 틀리다”며 “사회적 배경을 외면한 채 우리사회에 적용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사회적 환경 고려한 약국·약사 제도
그는 국내 약국들은 일본과 같이 다양한 품목을 수용할 수 있는 준비도 돼있지 않을뿐더러 동네약국들은 규모가 작어 취급도 어려운 것이 우리 사회 약국들의 현주소라고 지적한다.

또한 “최근 들어 일본정부가 처방전 발행을 강제화하는 추세로 현재 처방전 발행이 50%가 넘어섰다”며 “일본 약국들은 경제적 수익원이 다양하기 때문에 하루 40건의 처방전에도 만족하고 있지만 우리는 75건을 조제해도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이같은 우리 약국들의 사회적 환경을 외면한 채 다른 나라의 제도를 강요하는 것은 문제라며 우리 사회적 현실에 맞는 약국·약사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도 중요하지만 약사도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약사가 주체적으로 스스로의 모습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약사직능의 역할을 관계당국에 의해 좌우되는 주체에서 객체로 전도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대한약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약사회는 향후 약국의 환경을 제시하면서 경쟁력, 전문성, 고객관리 등을 높이기 위해서는 약사회원들이 무엇을 대비해야 하는지 등 약사회원들의 생각이 변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하는 나침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찾아가는 회원서비스·반회 활성화
올해로 김종환 회장은 임기 2년째를 맞이한다. 그래서 새로운 1년의 회무에 임하는 자세가 전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지난해 회무경험이 소중한 자산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논어에 나오는 한 구절처럼 약사회는 약사회다워야 하고 약사는 약사다워야 한다는 생각이 녹아있다.

김 회장에 따르면 약국 환경은 많은 변화를 겪고 있지만 약사들은 이러한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 때문에 자칫 경쟁력을 잃어버리고 시대에 뒤처지게 되면 약사들의 모습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

이에 김 회장은 올해에는 회원들을 직접 찾아가 이들의 빈곳을 채워주고 챙겨주는 한편, 현장의 목소리에 보다 더 귀 기울겠다는 각오를 세웠다. 일선 약사회원들이 약국운영에 많이들 지쳐있어 쏟아져 나오는 약사회의 정책을 따라가기가 힘든 게 현실이 때문이기도 하다.

아울러 구약사회는 지난달 전체 반회를 개최하는 등 반회 활성화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지난 10년간 반회가 한 번도 열리지 않은 곳도 있었으니 말이다.

회원들이 자주 만나는 자리를 통해 선의의 경쟁과 동시에 서로 도와줄 때 상호 신뢰가 형성되고 이는 회원 결집력으로 이어져 약권을 지킬 수 있는 약사사회의 힘이 갖춰질 수 있다는 게 김 회장의 생각이다.

그래서 김 회장은 약사사회에서 반회 등 단위약사회 조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들은 약사회와 약사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기초적인 조직이자 근간이기 때문이다.

인보사업의 확대와 변화
올해 구약사회에는 변화가 있다. 기존 관내에 치중됐던 인보사업을 대외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오는 8월2일 5박6일의 일정으로 지역의사회 등 의약인단체와 의료팀을 꾸려 인도네시아 의료봉사에 처음으로 나서게 된다.

자선다과회 또한 바자회 형식을 결합해 내달 27일 서울시약사회 대회의실에서 자선다과회겸 바자회를 계획하고 있다. 여기서 발생한 수익금중 일부를 아름다운가게를 통해 북한에 내복 보내기 등 북한 어린이 돕기에 참여하기로 했다.

연수교육에도 변화를 줘 이미 약물교육 프로그램을 편성해 서울성모병원에서 강사를 초빙해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내달 9일 전지연수와 하반기 해외전지연수에서는 약물교육에서 벗어나 약사들의 사고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끝으로 김 회장은 “지난 1년 동안의 경험이 소중한 자산이 돼 올해의 회무가 눈에 보인다”며 “되도록이면 예측이 가능한 회무를 보려고 한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