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 서울 서초구 서초동약국을 운영하는 권영희 약사(숙대약대78)가 식의약품에 대한 국민안전에 약 30여년간 외길을 걷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서 독성평가연구부를 한순영 부장(숙대약대79)을 추천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서 독성평가연구부를 총괄하고 있는 한순영 박사는 이곳에서 27년간 외길을 걷고 있다.

지난 1983년 국립보건원 안전성연구부를 시작으로 국립보건안전연구원, 국립독성연구소, 국립독성연구원,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시간을 약물 안전성과 위해성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약의 전문가는 약사
한 박사가 약물 안전성·위해성에 관심을 갖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아마도 풋풋했던 약대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박사는 “의대, 치대, 간호대 학생들과 함께 메디컬소사이어티(Medical Society)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의료취약지역을 찾아 의료봉사를 펼쳐왔다. 이곳에서 약국장을 맡으면서 의대 선배들의 처방을 조제·투약하면서 약물간 배합금기, 상호작용 등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부분을 공부할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만큼 약사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약대를 졸업하면 병원약국에서 약국장을 맡아 제대로 된 병원약국업무를 하겠노라는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했다.

그러나 숙대 대학원 약제학실 당시 멤버였던 백완숙(현 한국의약품시험연구소 분석본부 이사) 선배와의 인연으로 국립보건원에서 들어오면서 지금까지 이르고 있다.

한 박사는 임상에 가장 가까이 있는 병원·약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약사들을 훌륭하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약대생 시절, 비록 의료봉사였지만 임상지식을 체득했던 현장경험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한 박사는 “현장을 가끔 잊고 지내는 경우가 있지만 안전평가원에서 의약품의 효과·부작용 등을 꾸준히 연구하면서 약사들이 약물을 임상에서 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식약청 정책에 과학적 근거 제시
따라서 한 박사는 안전평가원에서 독성평가연구부를 총괄하면서 식약청이 식의약품 정책을 결정함에 있어 독성·약리·임상·첨단분석 등을 통해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향정신성 의약품 지정을 앞두고 있는 수면마취제 프로포폴. 식약청에 따르면 전문약인 프로포폴은 불면증 치료 및 피로회복 등으로 오남용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약물 중의 하나이다.

한 박사는 “동물실험을 통해 프로포폴이 정신적 의존성 등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것을 밝혀내고 세계에서는 처음으로 프로포폴을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지정·관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며 “미국에서도 오남용 사례가 심각해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지정을 고려 중이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식약청이 한국인의 유전형에 따른 와파린의 용량정보를 허가·변경하는 데에도 그 근거가 되는 과학적 정보를 제공했다. 미FDA도 얼마 있지 않아 와파린의 용량 결정방법을 허가사항에 반영하기 이르렀다.

12월부터 전국으로 확대된 DUR점검에 기본 데이터가 되는 병용·연령 금지 성분을 조사해 정보도 수집하고 있다. 물론 최종적인 결정은 식약청 의약품안전정책국 몫이지만 한 박사와 독성평가연구부는 그 판단의 방향성을 잡아줄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가짜 의약품 등 위해사범 수사를 위한 시험분석, 질환별 모델 동물 유지보존 및 분양, 규제가 필요한 독성시험방법을 개발, 해외 동향 분석 등등. 안전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시험·연구·평가를 통한 과학적 근거의 중심에는 국민 안전이라는 키워드가 깔려 있다. 이는 독성평가연구부의 존립의 이유이다.

특히, 한 박사가 약사로서 약물 안전성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어쩌면 임상현장을 지원하기 위해 30년 한 곳을 파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 박사는 “우리 국민의 경우 안전에 대한 요구가 매우 높아 공무원들이 긴장감을 갖고 자신의 분야에 열중해 식의약 안전을 넘어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설 수 있다”며 “식약청도 식의약 분야 5대강국에 진입하는 2020비전이라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한 박사는 “공직은 어느 분야라도 소명(Mission), 열정(Passion), 행동(Action)을 갖추고 국민에게 봉사해야 한다는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민 안전을 위한 식약청의 정책 수립 과정에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식품안전평가원이 밤늦게까지 붉을 밝히고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