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약품시험연구소 분석본부 백완숙 이사가 숙명여대약대 동문으로 약국경영이라는 한 우물에서 성공해 후배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조그마한 희망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서울 서초구 서초당약국 권영희 약사에게 릴레이 바톤을 넘겼다.

후배들에게 약국경영 롤모델 되고파

서울 서초구에서 서초당약국을 경영하고 있는 권영희 약사(숙명약대 78학번)에게는 꿈이 있다. 후배들에게 하나의 롤모델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가 어느새 선배가 되고 보니 후배들이 늘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약국이라는 한 우물만 판 개설약사로서 성공해서 후배들이 열심히 하면 저 선배만큼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어요. 그런 지표가 되고 싶어요.”

권 약사가 약사와 약국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도 이와 맞닿아 있다.

“앞으로 약국은 전문화된 분야에 있어선 더욱 전문화해 가고 드럭스토어는 점점더 대형화해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 약국을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야 할까 고민 중이죠. 그 대답은 약사 개개인이 내려야 하겠지만 약국이 가야할 길을 잘 알려주는 역할을 약사회가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약 애정, 이젠 과립제로 풀어요

서초당약국이라는 이름에서도 느껴지듯이 권영희 약사는 대학 졸업반 때부터 한약 공부에 심취해 강좌는 일일이 녹음해 그 내용을 곱씹으며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했고, 약국 개국 이후 한약을 활용한 환자 치료에 몰두했다.

당시만 해도 의약분업 전이라 약국이 1차 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했었고, 아픈 환자가 있으면 집까지 찾아갈 정도로 치료에 심취했던 시기라고 권 약사는 술회했다.

권 약사는 의약분업으로 약국시장이 처방조제 중심으로 변화됐음에도 6~7년 전에야 한약장과 탕약기를 약국에서 내놓을 수 있었다.

한약에 대한 애정이 커 의약분업 이후 구비해야 할 의약품이 급속히 늘어가면서 약국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한동안 한약장과 약탕기를 치울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권 약사는 이제 초제 대신 한방과립제를 통해 한약에 대한 애정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 대학 재학 당시만 해도 권 약사는 유기화학에 관심이 많아 진로를 제약사로 정했었지만 글을 쓰기 위해 찾았던 제약사 연구소의 모습에 크게 실망해 다른 진로를 찾게 됐고 그것이 약국 한약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한약분쟁으로 약사회와 인연

한약분쟁은 권 약사가 약사회무에 관심을 쏟게 한 이유가 됐다.

당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회원인 자신에게까지 관련내용이 전해지는 데 너무 오래 걸려 답답함을 참을 수 없어 대한약사회를 찾았다.

약사회에서 한약분쟁 관련 회의가 있을 때면 무턱대고 참관 의사를 밝히고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기도 했다.

아직까지도 한약분쟁 당시 약사회와 회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권 약사.

한약분쟁이 끝난 후 권 약사는 서초구약사회 의료보험위원장을 맡으며 약사회무에 첫 발을 내딛었다. 또한 임상약학 공부에 열을 올렸다.

1995년 서울대 임상약학연수원에서 6개월 코스의 교육을 이수했고, 1999년에는 성균관대약대와 삼성서울병원이 공동 개설한 1년 과정의 임상약학 전문가 과정을 이수했다. 2000년 봄 수료를 하면서 임상약학에 대한 배움의 욕구는 더욱 커져만 같다.

그래서 찾은 곳이 모교 대학원이다. 대학원 입학을 위해 한 동안 손을 놓았던 영어도 다시 잡았다. 2000년 2학기부터 숙대약대 임상약학대학원에서 입학해 본격적인 임상약학 공부에 매달렸다.

배움의 폭을 넓혀가고 있는 후배들에게 뒤쳐질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권영희 약사는 올해 초 서초구약사회 새 집행부 취임과 함께 여약사 담당 부회장을 맡게 됐다. 권 약사는 부회장을 맡으면서 회무를 배우고 약사사회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늘 고민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여건이 되는대로 일요일 약국문을 열어 주민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가슴 속에 담아 두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앞으로 약사들이 복약지도나 DUR 등 약학에 대한 깊은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어 ‘걸어다니는 사전’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탈크 사태를 비롯해 DUR 실시 등이 약사들에게 번거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할 수 있는 우리가 그만큼 중요한 존재라는 걸 알려야 해요. 어려울 때일수록 더 적극적으로 임해야 해요. 이같은 변화를 통해 약사사회가 스스로 그 직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